박정우 칼럼 - 현대인이라는 질병 part.1

 

사진출처 : 픽사베이(저작권프리)
사진출처 : 픽사베이(저작권프리)

  현대의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현대인’이라고 일컫는다. SNS가 발달한 글로벌 시대에서는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해 다 함께 논의하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며, 민주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등 더불어 살아간다. 21세기 기술의 발달은 다채로운 소통의 창구를 개설하였으며, 상대주의적 식견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시대적 배경에 대해 흔히 발전을 이룩하였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열거한 기능들이 모두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양적 풍요를 이루었고, 기아보다는 내적갈등과 맞서 싸운다. 그렇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된 것만 같지만, 우리는 내면적으로 여전히 투쟁 중이다. 이번에 연재할 ‘현대인이라는 질병’에서는 잘못된 사회적 풍토와 이로부터 비롯된 부정적 사고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내적갈등에 대해 너무나도 무심하고, 당연시한다. 무심코 지나친 고정관념이 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일상생활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필자는 현 시국을 ‘자존감 방임의 시대’라고 일컫고 싶다. 우리는 우리의 자존감을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돌보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자존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잘못된 사고방식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소위 “자존감이 낮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표현이다. 자존감은 기분과도 같다. 어떨 때는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날의 기분이나 일어난 사건 일련의 무수한 요소들로 인하여 수시로 변화하는 것이다.

  자존감은 수준이 아니다. 선천 혹은 후천적으로 낮은 사람이 있고 높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존감을 일정 수준으로 정해두고 가두어 놓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전적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반대로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범위의 정신적 요소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인식해야  떨어진 자존감을 고정한 채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치 긍정적인 사고처럼.

  '낮은’이 아닌 ‘낮아진’ 자존감은 우울증, 기분장애, 강박장애, 불안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심한 자책이 유발되면 자살사고 혹은 시도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혹은 성취에서 욕구를 채우려는 열망이 강하게 결부되어 성공, 완벽함 등의 강박적인 형태가 보일 수도 있다. 필자 또한 경험해 보았기에 뼈저리게 통감한다. 가난과 가정폭력, 부모의 사랑 결여는 열등감과 낮아진 자존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성취 욕구의 땔감으로 태웠다. 물론 동기부여 차원에서 단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면 독이 된다.

  필자는 칼럼에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비판을 해왔다.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고, ‘틀렸다’, ‘고쳐야 한다’ 등의 분위기를 상기시키는 것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끌어내지 못한다. 모자람을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우리는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지, 피폐한 사회의 기준을 중심으로 자신을 뜯어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정신건강의 문제는 임시방편으로 안정제를 투여할 수 있지만, 평생 완치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 사고의 환기 그리고 틀에 박힌 편견을 깨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자신을 위해 생각해 보자. 자존감은 혈압처럼 수치가 있는 것이 아닌 그냥 ‘기분’이다. 편하게 생각하자. 삶은 투쟁이다. 수없이 많은 고난과 시련 그리고 그에 따른 불행이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풀 꺾인 자존감이 매번 당신을 괴롭힌다면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요즘 시대에는 ‘현대인’으로 사는 것조차 배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체적, 정신적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오늘도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본질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편견이 자리 잡아 부정적 감정이 고조된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자.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박정우 주주통신원  justiceloveagain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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