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힘들면 매일 조금씩 타지 왜 무리하게 자전거를 타요?”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힘들어 하니까 묻습니다.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등산하듯이 자전거를 타는 거예요. 무릎연골을 다쳐서 산에는 갈수가 없으니까, 그래야 또 일주일을 살아갈 힘도 얻고.”

“그렇게 말하니까 이해가 되네요.”

어제(9월 5일) 아침. 물병 하나만 챙기던 평소와는 달리 부꾸미 두 개랑 삶은 옥수수도 하나 챙겨서 8시에 출발했습니다. 능곡을 지나서 행주대교 쪽으로 한강에 진입을 했습니다. 가양대교 아래서 부꾸미 두 개를 먹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쉬엄쉬엄 달려서 반포대교에 이르렀는데 다리를 거의 다 건너가서 사고가 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앞서 가던 아주머니랑 아이를 추월하는데 두 사람이 갑자기 왼쪽, 한강공원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아이쿠!’ 깜짝 놀라서 최대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다행히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놀란 아주머니가 넘어졌습니다. 방향을 바꿔서 다가가 물었습니다.

“괜찮아요? 다치지 않으셨어요?”

“조심해야지 그렇게 지나가면 어떻게 해요?” 앙칼진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듭니다.

“……? 방향을 바꿀 거면 뒤를 먼저 확인하셔야지요.”

“뒤를 어떻게 확인해요? 앞에 가는 자전거가 먼저 아니에요?”

“……?” 운전할 때 차선을 변경하려면 뒤에 차의 여부를 확인하듯이 자전거도 마찬가지인데 벌컥 화를 냅니다. 다행히 다친 데가 없어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한참을 더 달리니 잠실종합운동장과 그 위에 롯데타워가 보입니다. 그곳에서 옥수수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갈림길에서 왼쪽은 탄천, 오른쪽은 양재천. 애초의 목적지가 과천이니만큼 양재천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시의원을 하던 친구가 총선에서 낙선을 하더니 몇 년 전에 주막(酒幕)을 열었습니다. 전국의 양조장을 다니면서 술 공부를 하더니 지난봄에는 과천도가라는 양조장을 냈지요. “영국의 펍이나 일본의 이자카야는 세계적인 상호가 되었는데 왜 우리에겐 그런 게 없는가? 우리의 주막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자”는 그 친구의 말에 동조자가 되었습니다.

추석에 제주(祭酒)로 사용할 술을 사러 과천도가에 가는 길입니다. 어릴 때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심부름을 가듯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입니다. 너른 한강과는 달리 양재천은 아기자기하니 예쁩니다. 그 길을 따라서 달리다가 선바위역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과천도가엘 갔는데 문이 닫혀있습니다.

아! 그때서야 과천도가는 주5일제 근무라는 게 생각났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서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도가에서 한 청년이 나옵니다. 술을 챙겨서 출장 간다는 직원으로부터 술 두 병을 구입했습니다. 선바위역에 갔는데 엘리베이터가 수리중이라 자전거를 갖고 탈 수가 없습니다. 과천역까지 자전거로 이동해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막걸리 심부름치고는 꽤 먼 길이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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