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꽃처럼 누우신다

 지난 8월 처서가 며칠 지난 후, 백신 2차 접종이 2주 후로 미뤄진 다다음날 우연찮게 '천칠봉'을 보게 되었다. 무식이 철철 넘쳐 금강산 일만이천봉이나 전주의 완산칠봉처럼 웬 산봉우리인 줄 짐작하고 용감하게 풍경에 스며 들어갔는데, 아뿔싸, 전주 출신 노 화백 이름일 줄이야!

 

 먼저 도립미술관 2,3,4전시실에서 추상화를 보았는데 아이 눈으로 보는 세계처럼 추상화는 정말 어렵다.

 

  마침내 저 깊은 5전시관에서 풍경화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딱! <비원춘색>이다.

 

 비원과 종묘가 일반에 공개된 것은 1958년부터였는데 변이지, 손응성, 천칠봉, 이의주, 장이석 등 이른바 ‘비원파’는 우리 것을 통해 한국의 화풍을 개척해 보고자 풍경과 마주앉아 원형으로서 한국미의 근원을 탐색하며 주로 고궁 등의 실경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시간을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지만 ‘풍경과 시간’이라는 수많은 영겁의 시간을 거쳐 펴고 졌을 수목과 인간의 생명에 대해 관조한다. 천 화백은 1920~1984년 동안 이 세상에 존재했으나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작품일 뿐!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가? 1933년생 어머니는 꽃처럼 누워 계신다. 우리집 메리골드와 어머니 집 꽃무릇은 서로 다른 곳에서 운명처럼 피었다 진다. 우리는 예쁜 곳에만 눈길을 보낸다. 영원한 것은 무엇인가.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박종운 주주통신원  tsm123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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