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나이 45세! 혈기 왕성한 나이에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진단받았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20년을 앞서간다는 말인가? 그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랴. 통계분류상 노인의 연령은 65세 이상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안건별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번 직업병 사례의 산재 인정 신청인은 남성이고 45세(진단 시점)이다. 용접사이다. 질병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신경계 질환이고, 그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파킨슨병은 뇌간의 중앙에 존재하는 뇌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이 파괴됨으로써 움직임에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뇌졸중, 치매와 함께 3대 노인성 뇌신경계 질환이다(전남대학교병원, 질병정보). 대표적인 3대 증상은 몸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서동(徐動), 손이나 발이 떨리는 진전(振顫), 근육과 관절운동이 뻣뻣해지는 경직 등이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캐나다 공동연구진이 뇌 촬영 사진에서 주목한 부분은 중뇌에 있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영역이다. 흑질은 보상과 관련한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영역이다. 고픔과 외로움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출처: 한겨레, 2020-12-02.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캐나다 공동연구진이 뇌 촬영 사진에서 주목한 부분은 중뇌에 있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영역이다. 흑질은 보상과 관련한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영역이다. 배고픔과 외로움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출처: 한겨레, 2020-12-02.

우선 신청인의 작업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신청인은 고교 졸업 이후 □사업장에서 약 23년간 용접 업무에 종사해왔다. 초기 약 5년은 △공정에서, 후기 약 18년은 ◇공정에서 각각 작업했다. 1995년부터 2000년 9월까지 △공정에서 근무하며 피복아크용접(shield metal arc welding)과 CO2아크용접(CO2 gas arc welding) 작업을 하였다. 신청인은 진술하길, 첫째, 용접작업 시 눈과 얼굴을 보호하는 보안면(保眼面), 장갑, 면 마스크를 착용하였으나 비치된 방진 마스크는 습기가 차서 쓰지 않았다. 둘째, 환기는 불량했다. 셋째, 환기설비를 공유한 인접공정인 도색공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에도 노출되었다.

신청인은 2000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공정에서 근무하며 TIG용접(tungsten inert gas arc wlding)과 CO2아크용접 등의 작업을 하였다. 동료 근로자는 응답하길, ◇공정의 작업장은 현재는 1층이고 상부에 국소 배기설비가 설치되어 있으나 2000년~2008년에는 2층인데도 국소 배기설비나 이동식 집진설비 등은 갖춰지지 않았다. 신청인은 문답확인서에서 진술하길, 주·야간교대근무를 하였다.

출처: 한겨레21, 2016-08-29
출처: 한겨레21, 2016-08-29

질병 진단 경과를 보면, 신청인은 2018년 4월 도파민 반응검사와 추가 검사를 통해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신청인은 2017년부터 우측 팔의 서동증(徐動症)을 겪었다. 우측 팔의 근력 저하와 서동증이 점차 심해져 어느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그 병원에서 PET검사 후 선조체(線條體; Corpus Striatum)의 조가비핵에서 FP-CIT결합이 감소하는 소견(양측)이 나타났다. 선조체는 신경 세포가 모여 대뇌 반구 속의 기저핵(基底核; Basal ganglia)의 일부를 이룬 부분이다. 조가비핵(putamen)의 위치는 대뇌의 시상 아래다. ’조가비‘는 조개의 껍데기이다.

2018년 3월부터 파킨슨증후군으로 진단받고 도파민 제제를 복용하였다. 이후 질환의 감별이 필요하여 타 대학병원에 의뢰되었다. 결과는 첫째, 추가 검사에서 기립성(起立性) 저혈압 등의 자율신경계 기능저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둘째, 파킨슨병의 가족력으로 알려진 PARK2 유전자 변이 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은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운동검사에서는 보행 시 우측 팔의 움직임이 감소하였고, 기립 시 좌측으로 치우치는 소견이 나타났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캐나다 공동연구진이 뇌 촬영 사진에서 주목한 부분은 중뇌에 있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영역이다. 흑질은 보상과 관련한 반응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영역이다.   뇌의 MRI 촬영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출처: 한겨레, 2020-12-02.
뇌의 MRI 촬영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출처: 한겨레, 2020-12-02.

신청인은 면담 때 응답하길, 첫째, 초기에 팔의 서동증을 증상으로 약을 먹은 이후에 크게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거동 시 다리가 끌리는 증상이 심해졌다. 둘째, 평소 고혈압, 고지혈증 이외에 특이 질환은 없다. 셋째, 흡연은 하루 반 갑이었으나 현재는 13년째 금연 중이고, 음주량은 발병 전까지는 주 4회 1병~1병반이었으나 현재는 월 1회 소주 1~2잔이다. 넷째, 어머니가 당뇨, 고혈압 아버지가 간암으로 사망하였으며 이외 신청인의 상병과 관련한 특이 질환 및 가족력은 없다. 다섯째, 약물 복용력이나 중추신경계 감염성 질환, 대사성질환, 신경질환 및 두부손상 경력은 없으며, 농약의 취급력 또한 없다. 아래에서 곧 보듯이, 농약에 대한 노출은 파킨슨병 관련 작업환경 요인이다.

대학병원의 질환 감별 결과와 신청인의 응답 내용으로 보건대, 신청인의 직업과 관련되지 아니한 측면, 즉 생활습관, 질병 이력, 가족력 등에서 파킨슨병 발생의 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신청인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신청인은 질환 발병 당시 나이(45세)가 젊었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오랜 기간 용접 작업을 하였다. 둘째, 용접과정에서 발생한 용접 흄과 중금속 등에, 인접공정인 도색공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 신청인은 이러한 두 가지가 상병의 발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2021년 제4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1.4.16)는 신청인의 상병(傷病)은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신청인은 1995년 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휴직기간을 제외하고 약 5년 동안 △공정에서 용접사로, 2000년 10월부터 2008년 1월까지는 다른 공정에서 각각 용접사로 근무하였다. 둘째, 2008년 2월부터 2011년 01월까지는 포장공으로 근무하면서 수시로 용접작업을 지원하였으며 이후 2011년 2월 다시 부서를 이동하여 지금까지 용접사 업무를 담당하였다. 셋째, 상병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으로는 망간중독, 농약 노출,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노출, 일산화탄소 중독 경험 등이 보고되고 있다. 신청인이 배관 용접을 했던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약 6년 8개월(군입대와 휴직 기간 제외)동안 망간에 지속하여 노출되었고 그 수준은 0.24㎎/㎥(노출기준의 48% 수준) 정도로 판단되며, 2000년 이후로도 낮은 농도이기는 하나 망간, 유기용제 등에 복합노출이 오래 계속됐다.

삼성이 제작한 ‘환경수첩’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발암물질 6가지가 확인됐다. 한겨레 보도영상팀.    출처: 한겨레21, 2010-05-17.
삼성이 제작한 ‘환경수첩’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등 발암물질 6가지가 확인됐다. 한겨레 보도영상팀. 출처: 한겨레21, 2010-05-17.

신청인은 2018년 4월 진단 이후 2021년 4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3년을 보냈다. 달력나이 45세 신청인의 건강나이는 65세 이상이니, 그 3년은 20여 년 이상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으리라.

<심의 결과서>에 제시된 내용 중 뜻이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의학적 소견에 제시된 ‘우측 상지’, ‘서동증’ ’기립 시 좌측으로 편이‘ 등은 보통 사람은 흔히 접하는 말이 아니다. 공을 들여 찾아보니, ’상지‘(上肢)는 ’팔‘, ’서동증‘은 ’ 동작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증상‘, ’편이‘는 ’치우침‘이다. 둘째,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근로자는 2017년 중순에 우측 상지의 근력저하 및 서동증을 주 증상으로 대학병원에 내원‘이다. ’2017년 중순‘은 언제인가. 아마도 탈자이리라. 셋째,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모호한 부분은 ’문답확인서에 따르면 주·야간교대근무를 하였으며, 2015년까지는 주당평균 10시간∼15시간으로 진술‘이다. 주·야 교대인지라, 교대근무 표식 ’x조 y교대‘에서 y는 2로 추정되나 x는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 ’주당평균 10시간∼15시간‘은 주당 평균 노동시간인가, 주당 평균 초과 노동시간인가, 혹은 주당 평균 야간 노동시간인가?

대한민국 103년 9월 25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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