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어떤 상징, 인물, 용어 등이 머리를 스치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님,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삼학도, 고하도(이순신 장군 유적지), 가수 남진, 유달산 등이리라. 충분할까?

목포 ‘공생원’(共生園)이 우선 떠오르지 않으면 목포를 잘 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언제부터인지, 내게는 <목포 ≈ 공생원>이다. 왜 그런가? 한두 편의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목포 공생원 사랑 이야기’를 올리고자 한다.

문자대로 풀어보니, 공생원(共生園)은 함께 사는 ‘에덴동산’(Garden of Eden)이다. ‘더불어 사는 곳’이다. 1928년 기독교 전도사 윤치호(1909-1951?)는 목포의 어느 냇가 다리 밑에서 추위에 떨던 어린이 고아 7명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생활, 즉 공생을 시작했다. 공생원은 그렇게 첫걸음을 뗐다. 윤 전도사는 하느님께 그런 이상향이자 낙원을 이뤄주시라고 기도하셨으리라.

공생원 초기 1928년 10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공생원 초기 1928년 10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자연은 대체로 언제나 위대하게 다가온다. 대자연은 자연스러운 음양의 조화가 낳은 산물이다. 윤 전도사를 돕고 수많은 고아와 함께 공생한 분은 윤학자(尹鶴子; 타우치 치즈코, 田内 千鶴子) 선생이다. 시코쿠는 혼슈(本州)와 큐슈(九州) 사이에 자리한 섬이다. 윤 선생은 일본 시코쿠(四國) 고치시 와카마츠쵸(高知市 若松町)에서 태어나 1919년 7세 때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목포로 오셔서 1968년 돌아가실 때까지 목포에서 사신 분이다. ‘우메보시(매실장아찌)가 먹고 싶다.’ 천상으로 떠나신 그해 10월 31일 하신 말씀이다. 널리 알려진 의미심장한 은유다. 이른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다. 1912년 이 세상으로 오신 날도 10월 31일이다. 시종여일(始終如一)이다. 시작과 마침이 큰 하나로 똑같다.

윤학자(尹鶴子; 타우치 치즈코, 田内 千鶴子) 선생의 탄생지.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윤학자(尹鶴子; 타우치 치즈코, 田内 千鶴子) 선생의 탄생지.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훗날 윤 선생의 큰 아드님인 윤기(尹基; 1942∼ )는 어머니의 말씀을 곰곰이 되새김했다. 조국을 떠나 오랫동안 일본에 거주한 재일 동포가 이 세상 소풍을 마칠 때 뭐라고 말씀할까? ‘김치 먹고 싶다.’ 이 또한 수구초심이 아닌가. 1988년 9월 31일 오사카부(大阪府)의 인가를 받아 일본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こころの家族)을 설립하였다. 이 법인은 재일 동포의 노후를 돌보는 ‘고향의 집’을 운영하는 모체이다.

2006년 6월 1일 윤기 선생은 제16회 호암상을 받았다(윤기, <깡통 인생>, 2019, pp.251-254). 호암상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을 기리려고 1990년 제정된 시상제도이다.

윤기(윤치호·윤학자 선생의 큰 아드님).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윤기(윤치호·윤학자 선생의 큰 아드님).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상장에 쓰인 내용이다.

 

사회봉사상 윤기

귀하는 목포 ‘공생원’과 재일 교포 노인 홈 ‘고향의 집’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불우한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해 헌신함으로써

사회적 귀감이 되었기에 사회봉사상을 드립니다.

2006년 6월 1일 호암재단 이사장 이현재

 

윤기 선생이 말씀한 수상소감의 일부를 인용한다.

하늘에 계시는 아버님과 어머님에게 호암상 수상 소식을 먼저 보고드리는 것을 여러 선생님은 용서해주십시오. 지난 1928년 그 어려웠던 시절에 목포에서 ‘거지 대장’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공생원’을 힘들게 꾸려가시던 아버지. 6·25 때 행방불명이 되시자 일본인 어머님은 고군분투하셨습니다.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3천여 명의 고아를 길러내 세상에 내보내시고 57세의 연세로 돌아가셨습니다.

7세 때 한국에 오셔서 50년간 유창한 한국말로 김치를 드시며 사셨던 어머니. 마지막에 병상에서 ‘우메보시가 먹고 싶다’라고 하셨지요. 어머님의 그 말씀이 되어 일본에 ‘고향의 집’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오사카 사카이시(市)의 ‘고향의 집’, 고베의 ‘고향의 집’에서는 한 많은 인생을 살아오신 한국의 어르신들이 김치를 먹으며 아리랑을 부르면서 평안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이제 교토에 또 하나의 ‘고향의 집’을 짓습니다. 엄청난 힘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때 이 커다란 상을 주셨습니다. 용기백배해서 나가겠습니다.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출처: 사회복지법인 공생복지재단

2021년 9월 29일, 일본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 설립 33주년이다. 되새김해본다. ‘김치 먹고 싶다.’ ‘우메보시가 먹고 싶다.’ ‘김치, 우메보시가 먹고 싶다.’ 이는 공생, 수구초심, 시종여일을 환기하는 최상의 은유(metaphor)이다.

대한민국 103년 10월 2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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