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산재 인정 신청인은 방산업체 남성 노동자이다. 18세에 입사하여 약 19년이 지난 37세(1997년)에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은 이후 약 21년이 떠나간 58세(2018년)에 골수이형성증후군을 확진 받았다. 질병은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안건별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백두체계능력보강 1차 사업으로 개발된 신형 백두정찰기 모습. 대한항공 제공.  출처: 한겨레, :2021-07-01.
백두체계능력보강 1차 사업으로 개발된 신형 백두정찰기 모습. 대한항공 제공. 출처: 한겨레, :2021-07-01.

우선 신청인의 작업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신청인은 1978년 7월 10일 만 18세 때 □사업장에 입사하여 CO2용접, 가스절단, 알루미늄 부품 및 차체 표면처리와 도장, 제관 반에서 프레스 업무를 수행하였다. 수행한 업무의 부서는 네 개의 과이다. 과별 근무기간은 제작과(용접) 7년 3개월, 제관과(세척, 도금, 도장 및 프레스가공) 11년 6개월, 생산관리(물류) 11년 3개월, 정비조립(서브조립 및 터치업도장) 10년이다. 총 근속기간은 약 40년이다. 자동차서브조립원은 자동차조립 메인라인에 연결된 서브라인(sub line)에 위치한 수동 및 동력공구를 사용하여 차량생산계획에 의해 순서대로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차체에 엔진, 도어, 타이어 등 각종 부품을 조립한다(직업백과, job.asamaru.net). 터치업(touch up)은 ‘끝손질’의 의미로서 보통 도료의 도장 누락 부분이나 손상 부분을 보수 도장하는 작업이다(네이버 영어사전).

989년 6월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탱크맨. AP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06-07
989년 6월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탱크맨. AP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06-07

제관과 근무 당시 차체 구조물 세척 및 도금 작업장에는 배기장치가 설치되었다. 초기 로드휠 세척 간이작업에는 배기시설이 없었으나 3년이 지난 후 배기시설이 설치되었다. 도장작업은 도장 부스에서 실시하였다. 정비조립과의 터치업 작업장에는 별도의 배기장치는 없었다. 로드휠(road wheel; bogie wheel; 주행륜)은 차량의 중량을 분산하여 지지하고 무한궤도 위에서 회전하면서 차량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써 궤도를 통해 지면에 직접 닿는 바퀴이다(네이버 영어사전).

방독마스크의 형태.  출처: [별표 5] 방독마스크의 성능기준(제14조 관련)(고용노동부, 보호구 안전인증 고시)
방독마스크의 형태. 출처: [별표 5] 방독마스크의 성능기준(제14조 관련)(고용노동부, 보호구 안전인증 고시)

사업장은 개인 보호구로 방독마스크와 유기 가스용 마스크, 일회용 마스크, 보호 장갑, 보호의를 지급하였다고 하였으나, 신청인은 과거 세척제 사용 및 시너(thinner)로 주변을 청소할 때 필터가 부착된 마스크를 월 4개만 지급받았다고 진술하였다. 신청인은 주간에 근무했다. 제관과 근무 시기인 1985~1993년에는 1일 11시간, 1주 6일, 1주 평균 60~70시간 동안 근무했다. 1993년부터는 1일 8시간, 주5일, 1주 40시간 근무했다.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에는 제작과(용접), 생산관리(물류)의 작업환경에 관한 언급은 없다. 제관과, 정비조립 등의 작업환경에 관한 내용은 대체로 자세한 편이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면, 신청인은 1996년 8월 이전까지 건강상의 특이소견은 없었다. 직장에서 수행한 검진에서 혈소판 수치 저하로 추가진료를 권유받아 골수 검사를 하였다.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을 진단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다른 신체적 증상이 없어 주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았다. 1997년 2월 추적검사에서 재생불량성 빈혈로 진단을 받아 면역억제치료를 받았다. 2003년부터 근로자는 주변 내과의원에서 1∼2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받으며 경과관찰을 하였다. 2008년에 신청인은 경과를 확인하려고 대학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이후 2∼3개월에 한 번씩 경과를 관찰하였다. 신청인은 2018년 초부터 평소보다 멍이 자주 들고, 치과에서 시술 이후 지혈이 안 되는 증상으로 2018년 7월(만 58세) 골수검사를 통해 저세포형성 골수이형성증후군, 거대적혈모구 빈혈을 진단받고 치료 중이다.

백혈병으로 숨진 전직 삼성전자 직원 황유미씨 8주기를 맞아 4일 오후 서울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주최로 ‘반도체·전자산업 산재 사망 노동자 합동 추모 주간’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삼성 엘시디 공장에서 일하다 혈액암으로 숨진 조은주씨의 어머니 김경희씨가 증언을 하다 잠시 울먹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출처: 한겨레, 2015-03-04
백혈병으로 숨진 전직 삼성전자 직원 황유미씨 8주기를 맞아 4일 오후 서울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주최로 ‘반도체·전자산업 산재 사망 노동자 합동 추모 주간’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삼성 엘시디 공장에서 일하다 혈액암으로 숨진 조은주씨의 어머니 김경희씨가 증언을 하다 잠시 울먹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출처: 한겨레, 2015-03-04

신청인은 2011년 심근경색으로 시술을 받았으나 빈혈을 발견하기 전까지 건강상에 문제는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1984년까지 하루 1/4갑씩 약 5년 흡연하였으나 이후 금연하였다. 음주는 간헐적으로 1회 소주 반병 정도 하였으나, 항암치료 이후 거의 음주는 하지 않았다. 혈액암 등 조혈기계 관련한 가족력은 없었다.

2018년 10월 24일 근로자는 업무와 신청 상병 간 인과관계를 확인하려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신청하였다.

2019년 02월 25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 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1년 제6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1.6.18)는 신청인의 상병(傷病)은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신청인은 1997년에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은 이후 2008년 골수이형성증후군에 대한 감별진단을 받았으나 추적진단이 중단되어 2018년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최종적으로 확진 받았다. 둘째, 신청인은 고교 졸업 이후 △사 업장에서 6개월 동안 근무하고 1978년 7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제작과, 제관과, 생산 관리(물류), 정비조립 등의 업무를 약 40년 동안 수행하였다. 셋째,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관련하여 가장 잘 알려진 직업적 요인은 전리방사선과 벤젠이다. 제관과 표면처리 도장 공정에서 신청인의 벤젠 노출 수준은 약 1.88ppm*years로 추정된다. 도장작업 외에 세척 공정에서 사용한 세척제가 확인되지 않으나, 석유계 화학물질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였을 경우를 고려하면 구성성분 및 불순물로 포함된 벤젠으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추정된다.

반올림 농성장에는 유독 꽃이 많았다. 변지민 기자.  출처: 한겨레21, 2018-08-06
반올림 농성장에는 유독 꽃이 많았다. 변지민 기자. 출처: 한겨레21, 2018-08-06

신청인은 2018년 7월 진단 이후 2021년 6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3년을 보냈다. 고교 졸업 후 40여 년간의 노동 생애를 되돌아보면서 만감이 교차하였으리라. 부디 이른 시일 내에 쾌차하길 빈다.

대한민국 103년 10월 06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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