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후배가 물었습니다.
“형. 개를 어릴 때부터 ‘오냐’, ‘오냐’ 하면서 사랑으로만 키운 사람이랑, 무섭게 대하고 심지어 때리면서 키우는 사람 중에 개가 어느 주인을 물지 않는 줄 알아요?”
“글쎄. 저를 사랑으로 키운 주인을 물지 않을 것 같은데....”
“틀렸어요. ‘오냐’, ‘오냐’ 하면서 키운 개는 주인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에 제가 화나면 주인을 문대요. 하지만 상하 관계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때때로 얻어맞으면서 자란 개는 어떤 경우에도 주인을 물지 않는대요. 왜냐하면 자신의 주인을 절대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네요.”
“……?”

제주에서 승마를 배울 때 말테우리(마부 또는 승마 교관)가 말했습니다.
“이 말이라는 놈이 참 웃겨요. 남자가 타면 괜찮은데 여자나 아이들이 타면 무시하고, 제멋대로 한단 말입니다.”
“……?”
아무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에이, 설마!’했지요.

호마(덩치가 큰 서양말)가 아닌 제주마를 처음 타면서 ‘내 체중으로 이렇게 작은 말을 타면 너무 무겁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미안했습니다.
승마랑 관광객이 하는 승마 체험은 전혀 다릅니다. 승마 체험을 할 때는 쇠로 만든 손잡이만 꼭 잡으면 안전하지만, 승마를 할 때는 그것을 잡을 수 없습니다. 대신 고삐를 잡는데 그것이 핸들 역할을 합니다. 세우거나 좌나, 우로 방향을 바꿀 때 사용하지요.
덩치가 작은 제주마가 걷거나 달려도 상하의 폭이 꽤 넓습니다. 허벅지 힘만으로 달리는 말의 몸통을 조여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말의 등을 따라서 끊임없이 엉덩이를 올리고 내려야 하지요. 자연히 호흡이 거칠어지고, 엄청난 허벅지 힘이 필요합니다.
몸이 가볍지 않은 죄(?)로 말한테 친절을 베푼답시고 고삐를 살살 조심스럽게 다루었지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승마장 안의 원형 트랙을 도는데 원형 트랙을 지탱하기 위해 박혀 있는 기둥에 자꾸 내 허벅지를 쓸리게 합니다. 고삐를 당겨도 소용이 없었지요. ‘왜 이러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테우리한테 말했더니 ,‘말이 얕잡아 본 것’이라면서 원하는 대로 다루라더군요. 그래서 탁탁 고삐를 낚아채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틸 때는 발뒤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기도 했지요. 그제야 말이 순종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좌식 생활을 하지 말고, 침대를 사용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았습니다. 공간이 부족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제야 당근마켓에서 침대 프레임을 샀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은 매도자의 의견을 배려해 주었음에도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요구대로 계약금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당장 취소하고 싶었지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존중하고 배려할 때 왜 그에 상응하는 처신을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주 조랑말(출처 : Pixabay)
제주 조랑말(출처 : Pixabay)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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