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수), 전남 여수지역 어느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학생 18세 홍정운 군은 현장실습 열흘째였다. 현장실습산업체의 장은 홍군에게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요트 바닥에 달라붙은 조개, 따개비 등을 긁어 제거하는 작업을 시켰다. 그날 홍군은 여수시 웅천동 친수공원 요트정박장 해상에서 잠수 작업을 하다가 오전 10시 40분쯤 목숨을 빼앗겼다. 우선 삼가 명복을 빈다. 유족과 그 친구 여러분에게 차마 드릴 말씀이 없다.

고 홍정운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진상규명 대책위가 지난 8일 오전 전남 여수 웅천 요트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수/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10-12.
고 홍정운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진상규명 대책위가 지난 8일 오전 전남 여수 웅천 요트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여수/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10-12.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면, 현장실습을 나간 청소년이 사망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2년 울산 신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 2014년 울산 자동차 하청업체 공장 지붕 붕괴, 2017년 제주 생수공장 안전사고 등으로 청소년이 현장실습 도중에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충북 진천의 한 공장, 2017년 전주의 한 고객센터에서는 현장실습을 나간 청소년이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위는 19일 나온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성명’의 일부이다. 언급된 현장실습생 사망사고는 2012년, 2014년, 2015년은 각각 1건이고 2017년은 2건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6조의2(현장실습생에 대한 특례) 제2조제3호에도 불구하고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제2조제7호에 따른 현장실습을 받기 위하여 현장실습산업체의 장과 현장실습계약을 체결한 직업교육훈련생(이하 “현장실습생”이라 한다)에게는 제5조, 제29조, 제38조부터 제41조까지, 제51조부터 제57조까지, 제63조, 제114조제3항, 제131조, 제138조제1항, 제140조, 제155조부터 제157조까지를 준용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현장실습산업체의 장”으로, “근로”는 “현장실습”으로, “근로자”는 “현장실습생”으로 본다. [본조신설 2020. 3. 31.]

지난해 3월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된 현장실습생 특례 조항에서 보듯이, ‘현장실습 ≈ 근로’, ‘현장실습생 ≈ 근로자’이다. 말하자면, 현장실습생과 현장실습산업체의 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대상이다.

특례 조항은 지난해 10월 1일 시행됐다. 고용노동부(2021.10.18)에 따르면, 홍군이 목숨을 빼앗긴 사고는 특례 조항 시행 이후 처음 발생한 사고다.

산업안전보건법 제99조(유해ㆍ위험작업에 대한 근로시간 제한 등) ① 법 제139조제1항에서 “높은 기압에서 하는 작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이란 잠함(潛函) 또는 잠수 작업 등 높은 기압에서 하는 작업을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40조(자격 등에 의한 취업 제한 등) ① 사업주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으로서 상당한 지식이나 숙련도가 요구되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작업의 경우 그 작업에 필요한 자격ㆍ면허ㆍ경험 또는 기능을 가진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 그 작업을 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유해ㆍ위험작업의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  제3조 (자격ㆍ면허  등이 필요한  작업의 범위  등)  1. 법  제40조제1항에  따른 작업과 그 작업에 필요한 자격ㆍ면허ㆍ경험  또는 기능은 별표1과 같다.  <개정 2019.12.26.>

<별표 1>에 제시된 작업은 22개이다. 그중 제18번은 '표면공급식 잠수장비 또는 스쿠버 잠수장비에 의해 수중에서 행하는 작업'이다.

제140조는 작업에 필요한 자격이나 경험이 없는 노동자에게 잠수 작업을 포함한 위험 작업을 지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홍군은 잠수 관련 자격이나 면허, 경험 또는 기능을 보유하지 않은 채였다. 그런데도 현장실습산업체의 장은 홍군에게 잠수 작업을 지시했다.

잠수 작업은 18세 미만인 자에게는 사용금지 직종이다. 근로기준법과 그 시행령에 그렇게 규정됐다. 언론보도에는 고교 3학년생인 홍군의 나이가 18세로 나오는데, 만 나이로 18세 미만인지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65조(사용 금지) ① 사용자는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여성(이하 “임산부”라 한다)과 18세 미만자를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ㆍ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0조(임산부 등의 사용 금지 직종) 법 제65조에 따라 임산부, 임산부가 아닌 18세 이상인 여성 및 18세 미만인 자의 사용이 금지되는 직종의 범위는 별표 4와 같다.

<별표 4>에 나오는 18세 미만인 자의 사용이 금지되는 직종은 8개이다. 제1번 사용금지 직종이 바로 고압 작업과 잠수 작업이다.

관계기관의 대응과 주요 언론의 표현에 분노가 올라온다. 첫째, 노동현장의 <사망사고 속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올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단장 김남두)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19일 현재까지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빼앗긴 소식은 올라오지 않았다. 10월 9일 노동자 1명이 제주에서 목숨을 빼앗긴 소식은 늦었지만 5일 후인 10월 14일에 <사망사고 속보>에 올리면서도 말이다. 현장실습생은 노동자가 아니란 말인가? 그 현장실습산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는 중앙사고조사단의 조사 대상이 아니란 말인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66조의2(현장실습생에 대한 특례)를 숙지하지 못했다는 뜻인가? 여하튼지, 2019년 8월 8일 이후 쌓인 <사망사고 속보>는 18일 현재 748건이다. 검색 창(내용 기준)에 ‘학생’이나 ‘실습’을 입력하여 찾아보니, 실습생 관련 사고는 한 건도 보이지 않는다.

둘째, 주요 언론은 산재 사망 사고를 ‘목숨을 빼앗겼다’고 하기보다는 ‘숨졌다’고 표현한다. <한겨레> 11일 치 보도의 일부이다. “11일 저녁에도 전남 여수 이순신마리나 요트선착장 주변에 촛불을 든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정운(18)군을 추모하기 위해 비바람에도 자리를 지켰다.” ‘숨지다’는 죽음 원인에 대한 엄정한 중립을 나타내는 말이다. 오랫동안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분도, 갑작스러운 날벼락 같은 사고로 이 세상 소풍을 억지로 마친 분도, 노동현장에서 작업 중 사고나 직업 관련성 질병으로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노동자도 모두 ‘숨진’ 분들이다.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 아직 확산하지 못하나, 노동현장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돌아가신 분은 ‘목숨을 빼앗겼다’고 봄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현실에 적절하다. 재해 노동자는 적어도 스스로 숨지도록 자초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목숨을 빼앗았다고 봐도 잘못은 아니리라. 재해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은 직접 당사자는 특정하지 못하더라도 간접 당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지 않은 이해관계자나 그 법 집행을 담당하는 당국이 아니겠는가. 재해자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라면, 그 간접 당사자에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도 들어간다. 더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간접 당사자이리라.

7일간(10.03~10.09), 작업현장에서 작업자 12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사망사고 발생의 하루 중의 분포는 오전 3명, 오후 8명, 심야 1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월, 목, 토는 각각 2명, 수, 금은 각각 3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4명, 깔림 3명, 부딪힘 2명, 물체에 맞음 1명, 끼임 1명, 그 밖의 형태 1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2명(서울 1명, 광주 1명), 광역도 10명(경기 3명, 전북 2명, 경북 2명, 전남, 경남, 제주는 각각 1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지난 4일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재해 현장 당시 사용된 갈고리(왼쪽)와 다른 현장에 있는 갈고리(오른쪽). 효성중공업에서 쓰인 갈고리에는 핀 형태의 해지 장치가 없고, 다른 사업장의 갈고리에는 해지 장치(빨간 동그라미 안)가 부착돼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출처: 한겨레, 2021-10-06.
지난 4일 경남 창원 효성중공업 재해 현장 당시 사용된 갈고리(왼쪽)와 다른 현장에 있는 갈고리(오른쪽). 효성중공업에서 쓰인 갈고리에는 핀 형태의 해지 장치가 없고, 다른 사업장의 갈고리에는 해지 장치(빨간 동그라미 안)가 부착돼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 출처: 한겨레, 2021-10-06.

10월 4일(월), 14:55분경 경남 창원의 어느 제조사업장에서 천장크레인을 이용하여 프레임 하부의 이물질 제거 작업 중 훅이 이탈되어 노동자 1명이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한겨레>의 지난 6일 치 보도를 보면, “효성중공업 기능직 계약직 노동자인 박아무개(64)씨는 지난 4일 무게가 700㎏에 달하는 대형 프레임을 크레인과 연결된 갈고리에 매달아 둔 상태에서 그 아래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가 갈고리에 걸린 프레임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이에 깔렸다.” 17:30분경 경기 성남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강재 거푸집에 와이어로프를 달아 굴착기로 당기던 중 연결핀이 탈락하여 인장력이 걸린 와이어로프에 노동자 1명이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10월 6일(수), 앞에서 본대로 <사망사고 속보>는 없으나 10:40분경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정운 군이 목숨을 빼앗겼다. 14:57분경 서울특별시의 어느 재건축 공사현장 내에서 말비계 위에서 천장부 콘크리트 할석작업 중 떨어지는 콘크리트에 노동자 1명이 안면부를 맞으며 함께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할석(割石) 작업은 콘크리트나 돌을 해머 드릴(hammer drill)로 깨는 작업이다. 15:04분경 전북 김제시의 어떤 공사현장 내에서 장비 이동 중 콤프레셔 차량과 교행이 어려워 차량의 후진을 위해 기사 탑승 중 장비 시야의 사각으로 차량과 장비 사이에 노동자 1명입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1일 저녁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 군의 추모문화제가 열려 홍 군의 친구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2021-10-11.
11일 저녁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 군의 추모문화제가 열려 홍 군의 친구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2021-10-11.

10월 7일(목), 10:33분경 경북 포항시의 어느 제조업 공장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던 재해자가 부원료 호퍼 투입 후 진출하던 덤프트럭에 부딪혀 목숨을 빼앗겼다. 16:30분경 광주의 어느 개인주택 절지작업 현장에서 감나무 절지작업 중 약 5m 높이에서 노동자 1명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재해자는 치료 중 목숨을 빼앗겼다.

10월 8일(금), 11:23분경 경기 안산의 어느 공장 내 설비배관 설치 작업 현장에서 천장 내부에서 거리 실측을 위해 이동 중 개구부를 밟아 노동자 1명이 5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3:31분경 전북 전주시의 어느 제조업 공장 내에서 공장 내 3t 지게차 2대로 25t 윙바디 화물차량에 실린 폐지 압축물을 하역 작업 중 폐지 압축물(약 800kg)이 떨어지면서 화물차량 주변에 있던 화물차 운전자가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윙바디 화물차량(Wing Body Truck)은 적재함의  측면상부 양쪽 문을 날개처럼 여닫도록 제작한 탑차의  일종이다. 15:54분경 경북 울진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굴착기에 방호매트를 걸어 인양작업 중 굴착기가 전도되면서 굴착기에 노동자 1명이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10월 9일(토), 00:40분경 제주의 어느 수산물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이 작업장 내 이동 중 지게차에 부딪혀 목숨을 빼앗겼다. 15:58분경 경기 오산의 어느 빌딩 신축공사 현장 내에서 윈치로 중량물(루버셔터, 25kg)을 인양하던 중 윈치 고장으로 떨어져 하부작업자가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윈치(winch)는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기계이고, 정격하중(화물을 적재할수 있는 최대  하중치) 490kg, 자체무게 30kg이다. 루버셔터(Lourver shutter)는 통풍이나 빛을 가리기 위해 사이를 띄어서 비스듬히 대는 창가리개를 다는 문의 형태이고, 창호 마감재이다.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 군을 기리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10-11.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 군을 기리는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10-11.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정운 군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 103년 10월 19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