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갈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김새가 칼처럼 생겼다고 '칼 도(刀)' 자를 써서 '칼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산어보에는 군대어(裙帶魚)란 이름으로 소개하였다. 갈치의 외양이 가늘고 길어 치마끈처럼 보이기에 ‘치마 군(裙)’자에 ‘띠 대(帶)’자를 붙인 것은 아닌가 싶다. 또 갈치를 소리 나는 대로 ‘칡 갈(葛)’자를 써서 갈치어(葛峙魚)라고도 적었다.

갈치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은갈치(비단갈치)이고, 다른 하나는 먹갈치이다. 은갈치는 주로 제주 근해에서 낚시로 잡고, 먹갈치는 서남 해안인 목포를 중심으로 한 해역에서 그물로 잡는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은갈치가 더 대접을 받고 비싸게 팔린다. 먹갈치는 몸의 색깔이 검은색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은갈치
은갈치

 

갈치는 작은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육식성 어류다. 이빨이 아주 날카롭다. 특히 산란기가 되면 영양 보충을 위한 본능인지 동료의 꼬리까지 잘라 먹는다.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라는 말이 생겼는데, 잘못 전해지면서 ‘갈치 제 꼬리 잘라 먹는다’고 말하고 있다.

갈치는 지느러미가 없고 꼬리가 가늘어서 추진력을 얻기가 어려워,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꼬리까지 뻗어 있는 등지느러미로 헤엄친다. 그래서 갈치는 잠을 잘 때도 꼿꼿이 서서 잔다고 한다. 좁은 방에서 여럿이 자는 것을 칼잠 잔다고 하는데, 사실은 갈치잠을 잔다고 해야 한다.

갈치를 두고 재미있는 말이 많이 생겼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나오지 않는 사람을 두고는 갈치 배라고 한다. 또, 갈치 맛을 두고는 ‘섬 처녀 갈치 못 잊어 섬 못 떠난다’는 말도 있다. 약한 열에도 쉽게 익는다고, 갈치는 처녀 품 안에 넣었다 먹을 수 있는 고기라는 말도 전해진다.

다산시문집에는 아래와 같은 시가 있다.

싱싱한 갈치며 준치는 한성에만 갈 뿐이고 / 鮮鮆鮮鰣隔漢城
촌가에는 가끔 새우젓 파는 소리만 들리는데 / 村莊時有賣鰕聲
돈으로 받길 원치 않고 보리로 받길 바라니 / 不要錢賣還要麥
어부들의 살림살이 어려울 게 걱정이로세 / 怊悵漁家事不成

다른 생선보다 갈칫값이 비싸 서울에서만 팔고, 시골에는 값이 싼 새우젓만 팔러온다는 뜻일 것이다. 이 시에서 우리 어부들의 당시의 생활이 궁핍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고전번역서인 하재일기 2 임진음청록(壬辰陰晴錄) 임진년(1892) 윤6월의 일기에는 갈칫값을 말해주는 말이 소개되어 있다.

그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던지 맑음이라고 시작하고, 일꾼 5명의 술값이 1냥 5전(담뱃값 3전 포함)인데, 갈칫값은 1냥이라고 했으니 당시에는 비싼 생선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완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혔던 고기인데 지금은 제주도 근해까지 가야 잡힌단다.

 

편집 : 박춘근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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