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모성의 관점

남북 간의 이질화가 극에 달해서 갈등과 분단의 상황이 무감각하게 느껴진 것도 오래된 일이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기운이 몇몇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아지랑이 같이 드러나고 있다.

남북 간의 이질화 현상의 근본적인 요인은 70년 전 동족간의 전쟁이었고, 분단을 극복하고자 발버둥 쳐 온 남과 북은 제 각각 자기들이 익숙한 체제로 통일을 하려고 흡수통일이나 적화통일을 염두에 두어왔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스위스에서 16세 때부터 6년 간 유학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서서히 방향타를 틀어가고 있는 듯하다. 아래 기사가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북한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핵개발에 집중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왔다. 시장경제 제도를 부분적으로 수용했고, 20여 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하여 외자 유치 준비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해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면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 위원장은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고 자책하며 대미관계는 장기적 과업이므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자력갱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그 주장의 골격은 변함없어 보이지만, 다시 미국과 대화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01310463902262 검색)

 

그동안 남쪽은 북쪽을 국가로 인정하기를 거부해 왔고, 그런 국가 정책은 변함없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국가 보안법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를 말해주고 있다. 한국의 보수와 기득권 세력은 통일을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북쪽은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경제적 협력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남은 전반적으로 통일을 하려는 의지가 현저하게 부족하고 미국의 속국으로 사는 데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북쪽은 자주정신이 지나치게 강한데 비해 남쪽은 자주정신이 지나치게 빈약하다.

제23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인  박한식 조지아 대 명예교수는 남북의 이질성을 다섯 가지로 분석했다. 북은 민족주의-사회주의-집단주의-평등주의-정신(주체철학), 남은 세계주의-자본주의-개인주의-자유주의-물질(돈,인맥)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북과 남을 움직이고 있는 제도와 방법이 정반대이거나 상이하다.

사람들은 북한이 왜 그렇게 ‘이상한 나라’가 되었을까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실제로 ‘북한’이란 나라는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이 있을 뿐이다. “조선은 왜 그렇게 이상한 나라가 되었을까?”는 아주 좋은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상세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있다. 김병로 저,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이 책은 남한 정부와 한국 사람들의 편견이 덧씌워진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조선’에 대해 세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국 전쟁은 조선(북한)사회에 엄청난 피해와 충격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조선사회가 자폐적 특질로 형성되게 만들었다. 한국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북한’은 무지에서 나온 편견으로 덧씌워진 것이다.

“조선 사회를 지탱하는 중추적 구조는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이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을 바탕으로 조선은 유사시를 대비해 자립경제체제가 정착되었고, 전쟁피해 정도에 따른 계층 구조와 주체사상에 입각한 조직 생활이 사회구조로 자리 잡았다”. 한국 사람들에 의해 “북한”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며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호전적인 존재로 비치지만, ‘조선’으로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행동 원칙이 그 안에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깊은 좌절과 분노, 한국전쟁의 피해와 충격으로 자폐적 특질이 형성되어 있음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해석 하면 휴전선 이북에 존재하는 ‘북한’은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한 대로 대한민국에 속하는 지역을 불법적으로 점유한 ‘반국가 단체’가 된다. 한반도 북쪽에 실재하는 조선은 한반도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대한민국의 주적이 되어버린다.

다행이 남북은 1991년 12월 13일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양자의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고 간주하고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 한다“(제1조)고 약속했다. 어렴풋이나마 남북은 서로가 같은 역사적 뿌리에서 태동했고 하나의 통일된 나라가 되어야 함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좌뇌의 관점: 상황 분석과 해결책 제안

남북 이질화 현상에 대한 좌뇌의 대응방안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1.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 했으니 남은 북을 법적 정상 국가로 인정하고, 북을 통일의 대상 국가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2. 남과 북은 상대국이 반대하는 것을 상호 폐지해야 할 것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조선은 단계별로 핵을 포기하고 비핵화로 가야 할 것이다.

4. 한국은 조선 땅이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조항을 폐지해야 할 것이다(헌법3조).

5. 한국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6. 한국은 대북정책을 보다 자주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7. 남북은 경제협력을 강화 하고 연합제/연방제 후 통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8. 남북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 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 해야 할 것이다.

9. 남북은 북쪽의 지나친 자주 정신과 남쪽의 나약한 자주정신을 융합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주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10. 남북은 적극적인 경제협력을 위해 북녘의 각지에 공단을 여러 곳에 조성해야 할 것이다. (북조선은 공장부지 22개를 이미 조성해 두고 있다.)

11. 남북정부는 남북의 이질화방지위원회를 조직하여 연중회의를 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12. 한국정부는 북조선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립화정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 이외에도, 한국정부는 재외동포들의 역할을 인식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재외동포처(청)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조선에는 ‘해외동포위원회’라는 부서에서 세계 전역에 있는 ‘해외동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그들이 북을 방문하고 남북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을 고마워하고 있다. 지구촌 193개국에 7백5십만 명의 재외동포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 한반도 주변강대국에 90.5%가 거주하며  열린 관점, 자본, 첨단과학기술, 유통망, 다양한 관점 등으로 남북을 연결하고 있으며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과 비경제적 제약요인을 극복하면서 살고 있다. 재외동포들은 남북 간의 경제교류 협력의 주체로서, 혹은 가교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은 변경무역과 대북 투자, 친척 돕기 등을 통해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고 있고, 재일 조총련계 상공인들은 대북 경제협력과 대북 투자를 하고 있다. 재외동포들은 남북경제공동체 건설과 세계 한민족네트워크 공동체 건설을 하는데 중요한 민족적 자산이다

남북의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남과 북이 1991년 12월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성실하게 이행 하는 것이다 1992년 남북 관계가 최고였으나 미국은 이를 방해하기 위해 1993년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남북정부는 미국과 유엔의 제제 대상이 아닌 불가침조약을 체결 하고 서울과 평양에 대표부를 개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뇌의 관점: 영성-치유-예술

좌뇌의 관점은 남북의 각종 현상들을 머리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나 동시에 판단하며 때로는 심판한다. 그런 행동은 남남갈등뿐 아니라 학자들이나 통일운동가들 사이에도 분열을 일으킨다. 그에 비해, 우뇌의 관점은 다양한 이질성들을 통합적으로 가슴을 열고 다가가서 보며 본질(영성/신성/진아)과 연결한다. 우뇌는 판단을 삼가 한다. 우뇌로 세상을 볼 때 우리는 사물을 분별하여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거기에서 그친다. 우뇌의 방식을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 가정과 학교가 판단과 분별의 차이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와 교사 자신도 그 둘을 혼동하고 판단을 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도 어떤 상황이 일어날 때면 사진 찍듯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편견 속에서 심판자의 말을 반복하고 꾸짖고 원망하고 탓하기가 일쑤다.

심판하듯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수행자들이 하는 일이 바로 끊임없이 판단하는 거짓자아를 알아채고 중단시키는 것이다.) ‘심판적 판단’과 ‘분별’은 비슷한 것 같이 보여도, 윤리적으로 크게 다른 결과를 가져 온다. ‘심판의 판단’에는 상대에 대한 ‘심판’의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인지 능력에는 ‘심판’할 수 있는 능력은 내재해 있지 않다. ‘심판’이란 심판자가 ‘너는 절대적으로 틀렸다.’ 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인데, 이것은 사실상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최고의 신’으로 착각 하면서 행동하는 과오를 범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한 풍조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개개인들 사이나 조직 사이, 지방 사이, 남북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너무도 쉽게 상대를 ‘적’으로 만든다. 모두를 적으로 만들 때 우리의 우방은 약해진다.

그런데 자고로 한민족은 영성(신성)을 숭배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민족은 ‘하늘신앙’을 가졌고 ‘천신’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완벽한 ‘아버지 상(像)’을 부여했고, “그것은 한국적인 ‘초자아’의 원형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천신,天神) 참조). 초자아가 깨어나면 우주의 기운을 타게 된다. 한민족의 역사에는 영적으로 깨인 사람들이 많이 있어왔다. 지금 한류가 지구촌을 들썩이는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저변에 깔려있던 영성적 힘을 ‘자기표현‘이라는 예술의 매체와 통합하여 세계를 향하여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안에 있는 영적 기운을 발휘하는 것은 우뇌의 작용이고 본질 대 본질로 만나고 소통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본질 대 본질로 만나서 모두의 순수 의식이 작동하게 되면 기적과 같은 현상들을 일으킨다. 반면에, 한국 내에서 지난 70년간 ‘남남갈등’은 본질의 차원에서 추락하여 감정에 휘말려 편 가르고 심판하고 죽이고 하며 사회 전체를 ‘고해’로 만들어 간 것이 실례이다. 고해는 고통에 쌓인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고통은 해묵은 마음의 상처에서 오고, 그 모든 것은 본질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 본질을 자각할 때 마음의 치유가 일어난다. 감정의 불바다가 잠잠해지고 평정심이 회복할 때 본질에 대한 자각이 떠오른다.

2021년 한국 사회에는 통합명상과 마음의 치유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가까운 장래에 그 영향이 ‘남북 갈등’ ‘남남 갈등’을 해소하는 영역에 미치기를 바란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음악과 공연 예술일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전쟁의 아픔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고, 긍정적인 면으로 잘 미국화 된 한국에서 태어나서 억눌림 없이 자유를 만끽하며 자랐다. 이렇게 자란 한국의 청년들은 이념과 관련된 가슴의 상처와 한(恨)에 묶여 있는 부모세대나 조부모 세대를 이해와 사랑과 치유의 에너지로 품고 분단과 분열이 없는 넓은 창공으로 날아오르기 바란다. 막혀있는 남북의 통로도 그들이 앞장서서 뚫고 나갈 것을 기원한다.

십만의 세계 각국의 ‘아미’(Army)들을 능라도에 초대해서 대대적인 BTS 공연을 하는 꿈을 함께 꾸어보자. (끝)

2007년  9월 6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아리랑>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한반도 모양을 만들고 있다. 평양/AP 연합(사진 출처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239745.html)
2007년 9월 6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아리랑>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한반도 모양을 만들고 있다. 평양/AP 연합(사진 출처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239745.html)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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