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같이 술을 마셔보라고 한다. 그런데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언행을 보면 또한 그 사람을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을 몰아세우기 위해 보이는 조악한 행동들이나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낯이 두꺼운 자들이라야 정치를 할 수 있겠구나 싶다. 그렇게 낯이 두꺼운 자라야 한국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판에 끼어들면 그렇게 변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평소에 꽤나 점잖은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도 선거에 출마해서는 조악한 행동을 보이기 일쑤다. 그동안 위장된 행동을 해왔는지, 선거판에 끼어들어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을 우리나라 정치인으로 선출해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처지가 참 슬프다.

그러나 그런 물고 뜯는 모습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후보들끼리 그렇게 물고 뜯으며 MB의 BBK설립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박근혜의 최순실비화가 드러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것에 눈감아버린 국민들의 어리석음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국민들의 착시를 유도한 언론과 사법기관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맞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이 요란하다. 당시 성남시장이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되자 야당에서는 노다지라도 발견한 것처럼 야단법석을 떤다. 그런데 사건이 들춰질수록 일이 묘하게 돌아간다. 여당 대통령 후보의 비리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반면 당시에 정권을 잡고 있던 현 야당 정치인들의 이름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또 드러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언론인과 검사들도 한 무리가 되어 뛰어 놀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토건 세력이야 돈냄새만 나면 국토 어디나 헤집고 다니며 부패를 주도하는 무리들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그런 부패를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토건의 주도세력으로 참여하였고, 부패를 심판해야 할 사법기구 종사자들이 그 오른팔 왼팔이 되어 날고뛰었던 모양이다. 언론과 사법기구 종사자들이 당사자였으니 수사나 제대로 될지 의심스럽다. 더욱 꼴불견인 것은 그동안 사법기구의 부조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부끄러움을 가져야 할 사법기관 종사자들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떠들고 있는 모습이다. 마치 동학농민운동의 원흉이었던 부패한 조병갑이 고등재판관이 되어 동학농민운동을 심판하는 꼴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언론과 사법부가 이토록 병이 깊으니 이제 누가 부패를 감시하고 누가 부패를 심판해야 할까?

그러나 썩은 냄새는 보자기로 싸매도 나는 법! 그들은 권력욕에 눈이 뒤집혀 자충수를 두었다. 바둑에서 자충수라는 것이 있다. 내 바둑의 약점을 보지 못하고, 상대방 잡을 생각만으로 수를 생각하다 오히려 내 바둑을 사지로 몰아넣는 경우이다. 이번에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련한 야당의 폭로는 그런 자충수가 아니었는가 싶다. 이 사건은 토건마피아세력과 언론과 사법기관의 연맹이 그동안 얼마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선거판의 조악한 비방전이 오히려 그들의 치부를 드러나게 해 준 것이다.

이 사건을 기회로 그 추악한 연맹을 깨고 건전한 토건사업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 부패를 감시하는 언론, 정의롭게 심판하는 사법기구로 다시 태어나도록 제도를 보완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당사자인 여당의 후보가 당시에 계약 조건에 제시했던 ‘뇌물 제공시 개발이익 박탈하는 청렴서약’은 관심이 가는 꽤나 흥미있는 규정이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통신원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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