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3대 대통령 지낸 노태우씨를 영결한단다.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 엄숙한 국가장으로!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관대작들이 읊조릴 조사와 추도사는 제법 가소롭지 않겠는가.

88서울올림픽에 북방외교에 남북기본합의서에 여러 치적을 칭송하겠지. 전두환과 함께 저지른 내란은 빼고 광주 학살은 빼고 재임기간 숱하게 저지른 인권 탄압은 몽땅 빼고 말이다.

그러니 갈 때 가더라도 계산은 하고 가야지. 관 뚜껑 그냥 덮으면 도리가 아니지.

내란과 학살에 적극 가담한 자가 가족을 내세워 반성하고 사죄했다고 용서가 되나? 부정 축재 범죄에 따른 처벌로 마땅히 내야할 추징금 수천억 원을 다 냈다고 지은 죄가 탕감되나?

노태우는 특히 우리랑 계산할 것이 많다. 그 계산서를 뽑아 볼 테니 추도사 바친 인사들은 잘 들어라.

노태우는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죄를 범했다.

먼저, 1989년 1500명이 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가입 교사들을 목 자르고 100명 넘게 구속했다. 오로지 정권이 강요한 탈퇴각서를 안 썼다는 이유로. 말이 되는가? 대통령 노태우는 1989년 2월 국회가 6급 이하 공무원 교원의 노동조합 결성과 교섭을 보장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대뜸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거듭된 대화 제의와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정권은 1989년 8월7일까지 노조 가입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해 무려 1500여명의 해직교사를 양산했다. 전교조는 8월12일 서울 명동성당 전교조 공대위와 함께 ‘전교조 대국민 선전의 날’을 선포하고 강제해직의 부당성을 홍보하기로 했다.(사진 출처 : 한겨레 기사 [길을찾아서] 1989년 8월3일 효광여중에서 해직되다 / 정해숙 /https://www.hani.co.kr/arti/PRINT/489933.html)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거듭된 대화 제의와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태우 정권은 1989년 8월7일까지 노조 가입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해 무려 1500여명의 해직교사를 양산했다. 전교조는 8월12일 서울 명동성당 전교조 공대위와 함께 ‘전교조 대국민 선전의 날’을 선포하고 강제해직의 부당성을 홍보하기로 했다.(사진 출처 : 한겨레 기사 [길을찾아서] 1989년 8월3일 효광여중에서 해직되다 / 정해숙 /https://www.hani.co.kr/arti/PRINT/489933.html)

이후 노태우 정권은 교원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 기관과 조직을 동원하여 교사들을 탄압하고 가족관계까지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에게는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하여 빨갱이로 몰아붙였다. 전교조 조합원을 탄압할 때 동원한 언어폭력이 바로 ‘빨갱이’였다.

노태우는 원조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과 중국에 수교 협상을 하면서 제 나라에서는 교원노조를 짓밟고 조합원 교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목 잘랐다. 교원의 노동권은 자유세계 진영에서 보편으로 인정된 시민기본권이었다.

국가 근본을 흔들 것이라던 교원노조가 합법 조직이 돼 활동하는 동안 국가가 흔들렸는가? 지금 돌이켜 보면 노태우 정권이 벌인 작태가 얼마나 기가 막힌 노릇이었나 새삼 분노가 인다.

그러니 우리 사이에 계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태우 정권이 저지른 기막힌 작태는 30여 년 전에 끝난 과거사가 됐는지 모르겠으나 당시 목 잘려 짧게 5년 길게 10년 해직 생활을 한 1500명이 넘는 조합원 교사들이 겪고 있는 물심양면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노태우 씨, 오늘 땅에 묻힐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행사한 거부권과 당신이 이끈 정부 조직이 우리 해직교사들에게 범한 국가 폭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토록 큰 빚은 누가 갚을 것인가? 이것이 아들딸이 사죄할 가정사인가?

1989년 노태우 정권에게 목 잘린 전교조 해직교사들도 나이 들어 이미 여러 사람이 세상을 떠났고 해마다 장례 행렬이 이어진다.

오늘 고인에게 조사와 추도사를 바친 국가장의 주체에게 묻는다.

노태우 정권이 전교조 해직교사에 가한 국가 폭력, 계산은 이제 누가 할 것인가?

* <편집자주> 김민곤 주주통신원은 창간주주이며 현재 '한국교육100 이사장'이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민곤 주주통신원  salutato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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