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이후 일주일 단위로 노동현장에서 목숨 빼앗긴 노동자의 현황을 다뤄왔다. 지금까지 16번째 현황 중 이번 주간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무려 16명이다.매일 평균 2.3명꼴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셈이다. 누가 부정하겠는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에서 상당히 자주 접하는 단어가 썬라이트(채광창)와 비계(飛階)이다. 그 비계는 물론 돼지비계는 아니다. 이번 7일간에 지붕을 수리하던 현장 노동자가 밟은 채광창이 파손되는 바람에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가 2명이다. 하늘의 햇빛을 받아들인다는 창문이 오히려 노동자가 목숨을 뺏기는 창문이라니, 참으로 한스러우리라. 또한 달비계의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집으로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가 1명이다.

7일간(10.17~10.23),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 16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사망사고 발생의 하루 중의 분포는 오전 10명, 오후 5명, 심야 1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금과 토는 각각 4명, 월은 3명, 화와 수는 각각 2명, 일은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7명, 끼임 3명, 부딪힘 1명, 물체에 맞음 1명, 질식 3명, 가스 흡입 1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5명(서울 4명, 인천 1명), 광역도 11명(경기 4명, 전남과 충남은 각각 2명, 강원, 경북,경남은 각각 1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10월 17일(일), 08:03분경 경기 김포의 변압기 오일 교체작업 현장에서 작업 후 공장 지붕 위에서 노동자 1명이 이동하던 중 밟은 채광창이 파손되는 바람에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소작업대) 끼임사고 예방 안전수칙, 2021-06-23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소작업대) 끼임사고 예방 안전수칙, 2021-06-23

10월 18일(월), 09:24분경 경북 포항의 지붕 누수 보수작업 현장에서 지붕재를 교체하던 노동자 1명이 밟은 채광창이 파손되는 바람에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1:05분경 서울의 어느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소 작업대에 탑승하여 작업한 후 하강하던 중 운반구가 걸리면서 붐(boom) 대와 함께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5:53분경 강원 횡성의 저압 전선로 신규 작업현장에서 비탈길에 서 있던 고소작업차량이 비탈 아래로 뜻하지 않게 움직이는 바람에 노동자 1명이 차량과 옹벽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콘크리트펌프카 레미콘타설 작업안전, 2017.1.13.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콘크리트펌프카 레미콘타설 작업안전, 2017.1.13.

10월 19일(화), 13:30분경 경기 평택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잔여 콘크리트를 레미콘 슈트(chute)에 부으려고 레미콘 위에 올라 작업하던 중 펌프카(pump car) 배관에 노동자 1명이 가격당하여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슈트는 활송(滑送) 장치, 즉 사람이나 물건을 미끄러뜨리듯 이동시키는 장치이다. 13:30분경 경기 김포의 어느 제조사업장에서 유압프레스를 시운전하던 중 금형 측면에 설치된 볼트가 압력에 의해 튀어 날아왔다. 노동자 1명이 날아온 볼트에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10월 20일(수), 10:20분경 경남 창원의 어느 작업현장에서 냉각수 관을 청소하던 중 사용한 탈청제(脫錆劑; Scale Remover)와 중화제(中和劑)가 뱐응하여 발생한 가스를 노동자 1명이 흡입하여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8일이 지난 10월 28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공조 설비에서 보일러, 냉동기, 소각로, 열 교환기 등의 기계장치와 이를 연결하는 관에 물 또는 각종 물질이 작용하여 스케일(scale; 비늘 같은 때)이 생성되면서 일부 막히는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열효율이 저하하고, 또는 국부과열과 이상고온 발생으로 인한 폭발위험이 커지기에 정기적으로 기계장치와 관을 세정하여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약품이 탈청제이다((주)한국라이신화공사; tagomk.koreasarang.co.kr). 22:13분경 충남 보령시 주교면  관창산업단지의 한국지엠 미션하우징제작공장 생산라인에서 48세 노동자가 머시닝센터(machining center) 내부를 점검하던 중 갠트리로더(Gantry Loader)와 제품 사이에 낀 채 발견되었다. 보령아산병원으로 옮겼으나 목숨을 빼앗겼다(한겨레,2021.10.21). 이 공장은 1996년 설립된 자동변속기 제작  공장이다. 장비 운반기계인 갠트리는 수평 빔(beam)의 중간에 넓은 간격을 두고 지지대를 내려 다리 모양으로 만든 구조물이고, 지지대 사이의 간격을 뛰어넘어 무거운 기계, 재료 따위를 끌어 올리거나 운반하는 데 쓴다(네이버 국어사전).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기계 중대재해 사례집 (산업용 로봇), 2011.12.26.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기계 중대재해 사례집 (산업용 로봇), 2011.12.26.

10월 22일(금), 09:10분경 인천의 어떤 공사현장에서 가설펜스(임시로 설치한 울타리)를 철거할 목적으로 절단하던 H형강에 노동자 1명이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11:30분경 경기 시흥의 어느 제조현장에서 자동공구교환장치(Automatic Tool Changer)의 고장으로 AS업체 관계자가 설비 내부로 들어가 수리하던 중 자동교환장치에 상반신이 끼어 목숨을 빼앗겼다. 16:13분경 충남 부여군의 어떤 육제품 제조업 공장 내의 창고에서 출입구를 보수할 목적으로 팔레트를 지게차 포크에 끼운 후 팔레트 위로 올라가 용접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지게차  운전자가 지게차를 뒤로 움직이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이 사고는 발생한 지 무려 12일이  지난 11월 03일 <사망사고 속보>에 올라왔다. 16:34분경 전남 광양의 컨테이너 부두 내에서 작업장 내를 이동하던 중 노동자 1명이 야드트랙터(Yard Tractor; 부두 내에서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하역장비)에 부딪혀 목숨을 빼앗겼다.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허브센터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인명 수색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10-26.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데이터허브센터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인명 수색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한겨레, :2021-10-26.

10월 23일(토), 08:50분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데이터허브센터 신축 현장에서 전산실 확장공사 중 CO2 소화약제가 누출되는 바람에 현장 노동자 중 3명은 목숨을 빼앗겼고, 18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 숨진 3명의 사인은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질식사로 조사됐다(한겨레, :2021-10-26). 10:50분경 전남 여수의 어느 호텔 네온사인 하자보수 공사현장에서 달비계로 실란트(sealant) 작업을 하던 중 줄이 끊어지면서 노동자 1명이 37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실란트 작업은 실란트(액체 상태의 재료)를 사용하여 접합부나 이음매를 메우는 작업이다.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 103년 11월 03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