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칼럼-문화예술 사각지대 part.3

 

사진출처 : tattooist mess
사진출처 : tattooist mess

문신 혹은 타투, 조직폭력배의 전유물이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삼청교육대로 보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문민정부 나아가 촛불이 휘날린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이 변하였다. 그중 급격하게 변혁된 것은 바로 ‘문화’이다. 자유, 평등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지금까지 편견과 오해가 옭아매고 있던 분야들이 해방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타투이다.

타투는 2030세대 개성의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앞선 칼럼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듯이 ‘문화’는 정치, 경제에 뒷전이 되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1992년 대법원에서 타투가 불법행위로 판정되었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법적·행정적 진척이 없다는 것이 반증이다. 타투 소비자들은 많지만, 업계 종사자들 즉, 타투이스트들은 현실과 법의 괴리를 지적한다. 그 예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최한 ‘문신용 염료 안전관리 방안 포럼’에서 문신 염료 제조사 더 스탠다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타투 경험자는 300만 명, 반영구문신 경험자는 1천만 명에 육박한다.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접해본 것인데, 그렇다면 시술은 어디서 이루어졌을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문신전문시술소 66.3%, 미용시설 24.3%, 오피스텔 6.6%, 의사시술 0.6%로 99.4%가 전부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타투에 대한 인식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10대 중 47.2%가 타투 시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타투 인식 관련 조사’ 응답자 70.9%는 “타투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관대해졌다”고 응답하였다. 나아가 그중 52.9%는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공연하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문신이 암암리에 불법시술로 대우 받고 있는 것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통계를 살펴보자면, 한국타투협회 자료조사 결과 국내 타투이스트는 2만 명이며 시술 건수 50만 건과 더불어 반영구 눈썹 시술을 포함하면 650만 건이다. 이미 하나의 직업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합법적이지 못한 일을 하는 노동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시장 규모 약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문화사업을 우리 사회는 음지에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 대법관들의 판결은 시대적 맥락에 따른 합리적 판단이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낡았을 수밖에 없다. 물론 반대견해도 존재한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문신시술은 침을 이용해 피부의 안전성을 침해하는 방식을 통해 색소를 주입함으로써 피부가 가지는 일차적인 기능 중 하나인 ‘외부로부터 감염을 막아주는 방어기능’을 파괴한다”며 합법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비췄다. 이러한 문신시술은 신체침습성 행위로서 전문 의료인이 시술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오는 의료행위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혁신을 거치며 세계적인 문화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더 이상 문화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예술적 요소를 차용하며, 따라가지 않는다. 음악에서는 K-POP이라는 또 하나의 장르로 세계를 감동시켰고, 한국 특유의 비보잉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결과의 기반은 모두 개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창의적인 창작물이 자유롭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게끔 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문화를 주도하는 것. 그것이 MZ세대의 시대적 정신이자 고유의 힘이다. 이제는 획일화된 가치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깔을 품을 수 있는 사회적 제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박정우 주주통신원  justiceloveagain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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