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으로 퇴근하는 노동자.’ 최근에 본 표현이다. 노동자는 집에서 나와 작업 현장으로 출근한다. 문제는 작업 종료 후 어디로 퇴근하느냐이다. 반드시 집이어야 할 텐데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절대로 적지 않다. 혹자는 ‘집으로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라고 말한다. 어디로 퇴근한다는 말인가? 애통하게도 ‘장례식장’이라 한다.

7일간(10.24~10.30),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 8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사망사고 발생의 하루 중의 분포는 오전 2명, 오후 6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화와 금은 각각 3명, 월과 수는 각각 1명이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3명, 물체에 맞음 3명, 끼임 2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도 8명(경기, 강원, 경남은 각각 2명, 전북과 전남은 각각 1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10월 25일(월), 10:47분경 경기 안성의 창고 대수선 공사현장에서 지붕 패널을 철거하던 중 절단되고 고정 볼트(bolt)가 해체된 지붕 패널을 노동자 1명이 밟아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항타기 오거 부분 위험물 제거,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항타기 오거에 붙어 있던 점토 덩어리 낙하”, 2012.
항타기 오거 부분 위험물 제거,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항타기 오거에 붙어 있던 점토 덩어리 낙하”, 2012.

10월 26일(화), 12:40분경 강원 영월의 채광(採鑛) 현장에서 가장 큰 갱도의 365m 지점에서 발파 모선(母線) 작업을 시작하려고 우측벽면에 못을 박는 순간 노동자 1명이 떨어진 부석(浮石)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 후 목숨을 잃었다. 14:30분경 전북 부안의 교량 PC패널을 설치하는 작업 현장에서 작업 종료 후 사다리로 이동 중 노동자 1명이 25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5:04분경 경남 거창의 채석 현장에서 착암기로 작업하던 중 상부에서 떨어진 암석에 노동자 1명이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건설기계)항타기.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건설기계)항타기.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10월 27일(수), 07:40분경 경남 창원시의 자동차용 판(板)스프링 제조업체인 ㄷ사 창원1공장에서 이 회사 정규직 32세 노동자가 판스프링을 유압으로 압착해 옮기는 기계에 상체가 끼어 목숨을 빼앗겼다(한겨레, 2021.10.27). 노동자와 기계를 작동시키는 패널 사이의 거리는 1.5m가량이다. 노동자가 기계를 잘못 작동시켰을 가능성은 작다. 혼자 작업하던 그 노동자가 판스프링 유압 가공공정 내 기계 내부를 점검하는 상황에서, 기계가 잘못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판스프링은 스프링 강으로 만든 판 모양의 스프링이다.

10월 29일(금), 13:54분경 전남 신안의 어느 공사현장에서 항타기(杭打機; Pile driver; 말뚝 박는 기계) 리더에 올라가 오거(Auger; 나사송곳) 조립작업 중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항타기는 무거운 쇠달구를 말뚝 머리에 떨어뜨려 그 힘으로 말뚝을 땅에 박는 토목 기계이다. 14:00분경 강원 화천군의 폐기물 처리업 공장 내에서 차량의 유압실린더 고장으로 적재함이 상승하지 않자 압축장치를 올린 후 작업 중 갑자기 압축장치가 뜻하지 않게 하강하는 바람에 노동자 1명이 신체가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15:50분경 경기 김포의 CIP 케이싱(Casing; 싸개) 내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굴착기 버킷(bucket; 대형 바가지)을 거꾸로 고정하여 타설 중 버킷이 탈락하는 바람에 하부작업자가 맞아 목숨을 빼앗겼다. CIP(cast-in-place pile; 현장 타설 말뚝) 공법은 지반을 천공하여 H-형강(H-pile), 또는 철근망을 삽입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주열식(column-type)으로 콘크리트 말뚝을 형성하는 공법이다. CIP는 가설 흙막이, 물막이, 연속벽체 등으로 사용된다.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 103년 11월 06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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