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칼럼-문화예술 사각지대 part.4

사진출처 : 픽사베이(저작권프리) 
사진출처 : 픽사베이(저작권프리) 

2021년 문화예술계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오징어 게임’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을 이끌었다.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후 나흘만인 9월 21일 미국 인기 드라마 1위에 올랐다. 11월 누적 시청자 수는 1억 3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본 작품이 초국가적인 흥행을 유도한 데에는 단순히 오락적인 요소만이 사람들을 매료시켜서만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은 서바이벌 게임만이 아닌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타주의와 연결된다. 장내에서는 비록 모든 참가자가 상금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다. 하지만 돈보다는 선한 인간성을 선택한 주인공 성기훈이 최종적인 승리자가 된다. 최후의 게임에서도 게임 주최자인 오일남과의 내기에서 사람다움에 배팅을 하며 승리한다. 이와 같이 마지막까지도 본 작품은 현대 사회에서 외면받는 ‘이타성’에 대해서 강조한다. 나아가 자본주의의 민낯에 대해서도 그려내고 있다.

첫 번째는 인간성의 결여이다. 돈을 위해 사람을 의심하고, 믿음을 배신하고, 살생을 하는 장면들은 물질주의 사회가 드러내는 몰인간성을 비판하고 있다. 두 번째는 사회적 양극화이다. 부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 즐기는 게임과 사회 최하위계층에 위치한 이들이 벌이는 사투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였다. 그래도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결국에 인간성과 돈, 선과 악, 정신과 물질의 대결 구도에서 전자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점들을 미루어볼 때 더 이상 문화예술을 단순한 여가생활이나 취미, 오락의 수준에서 바라보기에는 어렵다.

어쩌면 문화예술은 갑갑한 현대 사회에서 유일한 탈출구이자 해소 장치로써 기능하고 있을수 있다. 곳곳에 내재한 사회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영향력’이다. 더불어 ‘소통’과 ‘공감’은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핵심어이다.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세상에서 다채로움을 담은 매체, 언어를 초월한 창구,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조화롭게 담겨 있기에 터부시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 경제에 비하여 뒷전인 인식이 공공연한 것은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가시적으로 비추어지는 성과나 통계가 전달하는 힘이 더욱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계적 동향을 비추어볼 때 정치, 경제가 우리에게 준 메시지는 희망과 사랑이 아닌 갈등과 대립이 크다.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선물해주었지만, 정신적 결핍은 여전한 과제이며,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정치적 관계와 ‘힘의 논리’ 그리고 이에 따른 대립구도는 끊임없는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경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제3세계는 아직도 기아와 맞서 싸우고 있으며, 기본적인 복지체계도 갖추어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있다. 부의 재분배는 강경한 정책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에는 민심을 동반해야 하며 그 마음속에는 공동체 의식, 인류애 등의 아름다운 가치가 결부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위와 같은 내적동기를 이끌어내는 콘텐츠는 문화예술이 효과적이다. 마무리로 오징어 게임은 결국 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외되는 계층 없이 단단한 연대를 이루어야 한다는 함의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흥행의 열기는 곧 공감의 증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사점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대중을 자극하며 부정적인 이기심을 경계하고 견제하는 문화예술은 보이지 않는 가치이지만, 그만큼 강력하고 더욱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할 분야이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박정우 주주통신원  justiceloveagain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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