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한 편을 쓰다 지우다 새벽이다.

 *88세 어머니께서는 나 어리던 학생 때부터 작고 큰 병치레가 잦으셨다. 우리 형제자매는 6남2녀로 다복하지만 부모님들께서는 뼈마디가 시린 어려움 속에서 우리를 키워 내셨다. 무난히 길러주신 덕분에 각자의 삶을 그냥그냥하게 살아내고 있지만 가끔씩 고비가 있었고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대로 무난히 나이가 드신 부모님들께서는 모두 건강하신 편이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과거처럼 식사를 잘 못하시니 항상 걱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더욱 어려움을 겪으시다 얼마전 병원에 입원하셨고 음료를 드시는 것조차 힘들어 하신다는 것이다. 오늘은 그런 어머니 소식을 부모님과 가까이 사시는 형님께서 전해 오셨다. 잠을 이룰 수 없이 기도로 밤이 깊다. 내일은 어머니를 뵈러 갈 생각이다. 하지만 나의 기도는 밤을 지새우리라. 오래전 어머니가 자식들을 길러 내시던 노심초사가 이런 것이었을까? 시 한 편을 쓰다 지우다 새벽이다. 어머니의 쾌유를 빌면서.......,

늦 장가에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 결혼식을 마치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났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었다. 
늦 장가에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 결혼식을 마치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났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었다. 

오! 엄마, 어머니! 부디 건강하세요.
  
                                                                                             김형효
 
제게 하늘이 열리던 날이 있었겠지요.
엄마, 어머니께서는 
온 우주의 기운을 다해 
저를 낳으시고
제게 그 다한 기운을 주시며
젖을 물리시고 품어 주셨겠지요.
그렇게 제게 우주를 주시고
우주에 각양각색의 진귀한 식량들
꼭꼭 씹어 주시고 
달고 단 공기를 주시고
가끔은 기운을 다한 것들을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상하좌우 살피시며 품고 품어 주셨겠지요.
이제는 놓아주자 하신 세월에는
육신의 고단함은 덜어 내셨을지 모르나
이내 마음자리 이리저리 
장독대 찬 서리 내리거나
고단한 노동에 지쳐 잠든 신 새벽에도 잠 깨어
가지런 가지런 두 손 모아 기도하시며
자식의 앞날 천하태평으로 살아가길
빌고 빌어 오시며
흰머리가 하나 둘 무심히 늘어가는 세월도 모르신 채
오늘은 또 물 한 모금, 밥알 하나 넘기지 못하시니
이 못난 자식 어찌 하오리까

자식이 오가는 길에 집 앞에 나와 떠나 보내는 부모님 모습이 다. 어데론가 그냥 두고 떠나는 듯 가슴이 아린 사진 속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마음 안타깝기만 하다.
자식이 오가는 길에 집 앞에 나와 떠나 보내는 부모님 모습이 다. 어데론가 그냥 두고 떠나는 듯 가슴이 아린 사진 속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마음 안타깝기만 하다.

부디 제게 열어주신 우주의 기운을 다해 
부디 새로운 우주를 열어내소서
오! 엄마, 오! 어머니 
제게 주신 모든 것을
오! 엄마, 오! 어머니
부디 이제 어머니께서 가지소서
제게 주신 하늘과 제게 주신 땅
그 모든 기운을 다 가지시고 
부디 어머니께서 
곱디 곱던 청춘의 봄날을 맞이 하소서
오! 어머니, 오! 나의 하늘
오! 어머니는 나의 시작과 끝이시니
부디 건강하시고 건강하소서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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