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5년 2개월 이상 교대근무를 수행한 노동자. 1974년 입사. 2004년까지 3조3교대 근무(월 총 야간근무 80시간). 그 이후 4조3교대 근무(월 총 야간근무 57시간). 방광암·전립선암·폐렴의증. 2018년 5월 별세. 유가족이 고인의 직업병 인정 신청. 이는 이미 세상 소풍을 억지로 마친 노동자 ○○○의 노동생애를 응축하는 현실 상황이다.

‘저녁이 있는 삶’, 2012년 12월 18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어느 정치인이 내세운 경제정책의 핵심 구호이다. ‘저녁이 없는 삶’, ‘야간 교대노동’은 노동자에게 얼마나 무서운 독인가? 엉뚱하게도, 때로는 직류전기와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이 원망스러웠다. 그 발명 탓에 야간 교대노동이 가능했다. 2007년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교대 근무’를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A’급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2급 발암물질’ 철야노동에 몸도 가정도 모두 망가졌다. 출처: 한겨레, 2018-05-1.
‘2급 발암물질’ 철야노동에 몸도 가정도 모두 망가졌다. 출처: 한겨레, 2018-05-1.

그래서겠지. 핀란드는 노동시간법(Working Hours Act)으로 ‘야간 노동’(밤 11시부터 아침 6시 사이 최소 3시간 이상의 노동)을 제한한다(한겨레, 2018.05.01.). 야간 노동이 가능한 직종은 경찰과 병원 등이다. 제조업은 새벽 1시 이후 야간 노동을 지시하려면 반드시 3개 이상의 교대조를 운영해야 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직업병 당사자인 노동자는 전기공 및 자동화기기 운영원이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지난 9일 저녁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 야간근무자들이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출처: 한겨레, 2018-05-1.
지난 9일 저녁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한 야간근무자들이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안산/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출처: 한겨레, 2018-05-1.

우선 작업 이력과 환경을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1974년 4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2013년 12월까지 39년 8개월간 생산부 전기과, 공무부 전기과, 설비 보전팀에 근무하였다. 근무형태는 □사업장 소속 당시 2004년까지는 3조3교대, 2004년부터는 4조3교대이었다. 3조3교대 근무 시 5일을 주기로 교대하였고, 한 달 총 야간근무 시간은 80시간이었다. 4조3교대는 5일 근무, 2일 휴식의 방식으로 운영됐고, 한 달 총 야간근무 시간은 약 57시간이었다. 근무시간은 낮 근무는 08∼16시까지, 저녁 근무는 16∼00시까지, 밤 근무는 00∼다음날 08시까지이다. 1999년 이전의 근무형태를 기록상으로 확인하지는 못하였으나 24시간 상시 운영되는 형태의 작업장이고, 노동자는 반장 승진 이후에도 교대근무를 한 점으로 보아 이전에도 교대 작업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었다. 사업장 관계자도 이에 동의하였다. 야간작업 시 전기 문제 발생에 따른 대응 사례는 전체 작업 시간의 10∼20%로 추정됐고, 평상시는 일상점검 업무가 주였다.

출처: 한겨레, 2018-05-1.
출처: 한겨레, 2018-05-1.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고인이 된 노동자 ○○○은 입사한 지 38년이 떠나간 2012년 5월 오줌누기장애가 있어 전립선 증식증으로 지속하여 치료받았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었다. 2013년 4월 8일 찾아간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전립샘 특이항원(PSA) 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되었다. 57세가 되던 2013년 7월 29일 대학병원에서 방광암(C679)·전립선암(C61)으로 완화적 방광전립샘절제술(palliative cystoprostatectomy)을 받았다. 추적 관찰 중 2015년 8월 26일 직장과 간에 전이되어 복회음절제술(abdominoperineal resection)을 받았다. 2018년 2월 골수에 전이되었으며 보존적 치료를 하려고 타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2018년 5월 12일 22시 35분 목숨을 빼앗겼다. 직접사인은 폐렴의증으로 기록됐다.

노동자는 입사 30년 차인 2003년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물을 복용하였다. 과거 흡연자로 15년 전에 흡연을 중단하였다. 이전에 흡연경력은 하루 한 갑씩 20년의 20갑년을 보였다. 갑년(Pack-year)이란 1년 동안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웠을 때를 기준으로 하는 담배 소비량이다(의협신문, 2021.05.31.). 하루에 한 갑씩 30년 동안 흡연할 경우 흡연경력은 30갑년이고, 하루에 반 갑씩 30년 동안 흡연할 경우 흡연경력은 15갑년이다. 과거에 1주에 2번 소주 2병을 마셨으나, 15년 전부터 금주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모친에게 위암의 가족력이 있다.

노동자의 유족은 노동자가 1974년 4월 □사업장에 입사한 후 2013년 12월까지 39년 8개월간 생산부 전기과, 공무부 전기과, 설비 보전팀에 근무하면서 시멘트 가루에 포함된 분진과 중금속으로 인하여 상기 상병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 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요청하였다.

노동부, 야간노동자 휴식보장 안한 새벽배송·택배업체들 적발/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11-24
노동부, 야간노동자 휴식보장 안한 새벽배송·택배업체들 적발/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출처: 한겨레, 2021-11-24

2020년 제7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0.08.07.)는 노동자에게 나타난 상세 불명의 방광암, 전립선암과 이로 인한 폐렴의증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 ○○○은 57세가 되던 2013년 방광암·전립선암을 진단받았고, 2018년 사망하였는데, 직접사인은 폐렴의증으로 기록됐다. 둘째, 노동자는 1974년 4월에 □사업장에 입사하여 35년 2개월 동안 생산부와 공무부의 전기공 및 자동화기기 운영원으로 근무하였다. 셋째, 방광암과 관련된 직업·환경적 요인으로는 방향족 아민류, 비소 및 그 무기화합물, 흡연 등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디젤엔진 배출물질 등이 제한적 근거로 알려져 있다. 넷째, 전립선암과 관련된 직업·환경적 요인으로는 비소 및 무기화합물과 카드뮴 및 카드뮴 화합물, 교대근무 등이 제한적 근거로 알려져 있다. 다섯째, 노동자는 전기공으로 근무하면서 일부 유기 화합물질과 중금속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노출 수준은 낮은 것으로 추정한다. 문헌검토 결과, 시멘트 공장 노동자의 방광암과 전립선암 발생의 역학적 증거 또한 부족하다. 그러나 현재 디젤엔진 배출물질의 측정농도는 낮지만, 과거에는 더 높았을 것으로 판단하며 저농도 및 중증도 노출에서도 방광암과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노동자는 최소 35년 2개월 이상 교대근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가 2018년 5월 12일 억지로 목숨을 빼앗긴 이후 2020년 8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2년 3개월이 떠나갔다. 2013년 방광암·전립선암을 진단받은 이후로는 7년여가 흘러갔다. 투병하는 동안의 노동자와 그 대리인(유족)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느뇨.

‘저녁이 있는 삶’을 빼앗긴 채 노동하다가 직업병으로  별세한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잊지 않으리!

대한민국 103년 11월 27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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