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인 2001년부터 15년간 CO₂용접작업. 작업공간은 밀폐된 선박 블록 내. 오전 8시~오후 6시까지 주 6일 근무. 조선업종 사업체의 협력업체 노동자. 2019년 만 40세일산화탄소 중독 뇌병증, 중독에서의 치매 등의 진단.  신청인 노동자는 한창나이인 40세에 치매 진단을 받다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직업병 인정 신청인은 용접공이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용접 흄. 출처: [직업건강]용접흄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용접 흄. 출처: [직업건강]용접흄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우선 작업 이력과 환경을 보기로 한다. 협력업체 소속인 신청인 노동자 ○○○는 □사업장에서 약 15년간 CO₂용접작업을 수행하였다. 작업 장소는 □사업장 안의 선박 블록 내였다. 오전 8시~오후 6시까지 주간에 주 6일 근무하였고, 바쁠 때는 22시까지 근무했다. 진술하길, 실내에는 환기장치가 있으나 밀폐된 공간 특성상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기가 탁했고, 용접 시 발생하는 용접 흄(fume)이나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고, 현장에서 용접작업 외 도장작업도 이뤄지기 때문에 도장작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학물질에 용접 작업자도 노출됐고, 도장작업 후 바로 투입되어 용접작업을 할 때에는 숨쉬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사업장 측이 밝히길, 원칙적으로 용접작업과 도장작업은 동시 작업이 금지되나, 필요하면 구역을 나누어 작업하고, 도장작업은 화기작업으로 분류되어 블록 내에서는 터치업(Touch Up)만 승인된다. 조선업에서 도장 작업은 스프레이(Spray) 작업과 터치업 작업으로 나뉘는데, 터치업 작업은 스프레이 작업 전에 스프레이로 작업이 불가한 곳이나 취약지점을 붓이나 롤러로 페인트를 입혀주는 수작업이다.

어느 조선소 용접공의 죽음 / 지난 5월 <한겨레21> 만나 ‘부당한 압박’ 호소했던 대우조선해양 ‘물량팀’ 노동자… 조선업 구조조정 불안감에 ‘죽음의 행렬’ 길어질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에선 최근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불안감이 확산되는 탓이다. 정용일 기자. 출처: 한겨레21, 2016-07-18.
어느 조선소 용접공의 죽음 / 지난 5월 <한겨레21> 만나 ‘부당한 압박’ 호소했던 대우조선해양 ‘물량팀’ 노동자… 조선업 구조조정 불안감에 ‘죽음의 행렬’ 길어질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에선 최근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불안감이 확산되는 탓이다. 정용일 기자. 출처: 한겨레21, 2016-07-18.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9년 4월 1일 회사에 출근하려고 차량 운전 중 익숙한 길인데도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노동자가 앞의 차를 박는 경미한 접촉사고가 발생하였고, 당시 잠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건강보험 공단 수진자료에는 사고 당일 병원 진료 내역은 없었다. 사고 당일부터 몸을 떠는 증상이 나타났고, 2~3일 후부터 오줌을 싸고, 대화할 때 횡설수설하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즉, 오줌누기장애, 인지장애가 발생하였다. 2019년 4월 9일에 △병원에 찾아가 촬영한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MR brain without angiography) T2 영상에서 양측 기저핵(basal ganglia)에 ‘고강도 신호 병변’(high signal intensity lesion)이 관찰되어, CO 중독에 합당한 소견으로 진단받았다. 2019년 4월 18일 대학병원 신경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을 때, 뇌병증으로 인한 중등도 치매를 진단받았다. 대학병원에 찾아가 고압산소 치료를 받았다.

출처: [직업건강]용접흄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출처: [직업건강]용접흄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신청인 노동자는 밀폐된 작업공간에서 CO₂용접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유해가스(일산화탄소)에 노출되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질병의 업무 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0년 제7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0.08.07.)는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신청인은 만 40세가 되던 2019년에 일산화탄소 중독 뇌병증, 중독 작용, 중독에서의 치매를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2001년부터 □사업장의 여러 협력업체에서 약 15년간 용접공으로 근무하면서 도크 내 선박 블록을 대상으로 CO₂용접작업을 수행하였다. 셋째, 상병과 관련된 환경적, 직업적 위험요인으로는 일산화탄소가 있다. 과거 동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 역학조사 시 측정한 일산화탄소 농도, 과거 국내 조선소의 CO₂용접작업 시 일산화탄소 노출농도에 대한 문헌을 근거로 판단하였을 때, 노동자는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상당한 수준의 일산화탄소에 지속하여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되고, MRI 등 검사 결과에서도 CO중독에 의한 뇌병증으로 진단받았다.

출처: [직업건강]용접흄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출처: [직업건강]용접흄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2.12.04.

신청인이 2019년 4월 일산화탄소 중독 뇌병증, 중독 작용, 중독에서의 치매 등을 진단받은 이후 2020년 8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1년 4개월이 떠나갔다.

신청인이 이른 시일 내에 쾌차하길 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별이 떠도, 새가 날아도, 꽃이 피어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3년 12월 01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