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차원에서나 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나 민간에서나 협동조합운동이 활발하다. 협동조합 설립주체들의 설립 배경과 목적은 다양하지만, 크게 보면 사회적 경제를 추구하는 경제조직이다. 그것은 순수한 경제논리로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고, 조합원의 협력과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단체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적인 조직체다. 그러기에 우리들의 좌표를 확실히 설정하기 위하여 역사적 발자취나 현실적 여건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은 크게 나누어 조합원들이 공동 생산하는 생산조합, 판매를 위한 판매조합, 서로 자금을 융통하는 신용조합, 그리고 조합원의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공동으로 구매하여 혜택을 보는 소비협동조합(또는 생활협동조합)으로 대별할 수 있다. 우리들이 지금 발족시키려고 하는 협동조합은 우선은 판매조합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성공적인 협동조합을 들자면, 한국의 경우에는 ‘한살림생협’, '아이쿱', '여성민우회생협(행복생협)', '두레' 등이 있다. ‘한살림생협’은 1986년 ‘한살림농산’으로 출발하여 농촌의 생산자들과 도시의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생활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생명농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운동을 펼치며, 2015년 3월말 현재 조합원 50만 명, 매출액 3,500억 원의 사업실적을 올렸다.

그렇다면 시야를 국외로 돌려보자. 너무나도 유명한 축구의 명문 ‘FC바르셀로나’가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아시는가! 그리고 세계 최대의 협동조합 ‘몬드라곤’을 아시는가? 몬드라곤은 1950년대 스페인의 바스크지역에서 5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했다. ‘자율적인 인간들의 연대’라는 기치 아래 1인 1표주의의 경영방식으로 노동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1970년대 호황기에 크게 발전하여 2010년까지 53조원 규모의 자산총액, 8만 4천명의 노동자, 30조원의 연간 매출액을 달성한 세계 제일의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그러한 성장 뒤에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스페인 경제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몬드라곤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3년 10월 몬드라곤의 근간을 이루는 파고르 전자회사가 파산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밀어닥친 유럽 가전업계의 불황을 몬드라곤도 극복하지 못했다.

한편 저 천사처럼 순수했던 초기 협동조합주의자며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웬의 참담한 실패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순백의 이상만 추구해서는 사업의 성공을 기할 수 없다는.

이와 같이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언제나 순항할 수는 없다. 호황기에는 일시적 공급부족에 편승하여 성장하다가 경기침체기가 닥치면 생존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통계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약 70%의 협동조합이 소멸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사업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조합을 떠나서 조합원들의 사적인 경제활동 또는 사익추구의 정신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조합원으로서 바라는 소망이 어느 정도 성취될 때, 계속기업으로서 조합원의 추가투자 또는 기꺼운 성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한겨레 종로사랑방이 발족하는 마당에 내가 너무 원칙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2016년 2월 3일 저녁 6시 30분, 한겨레신문사 청암홀. 식전에 거기 오느라고 배고팠던 김에 입구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창립총회에는 100여명의 발기인과 일반조합원들이 성황을 이루었다.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에는 뜻있는 결실을 이루려는 열기며, 협동조합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담겨 있었다. 각자의 눈동자는 따뜻한 동지애로 빛나서 만나는 사람마다 정다운 인사를 나누었다.

정영무 한겨레신문사장과 사내주주대표의 축사, 김태동교수 등 외부 인사의 축사도 저 엄혹했던 시절의 한겨레신문 창간 정신으로 돌아가 서울의 중심인 종로 한복판에 문화공간을 만드는데 동참하겠다는 취지는 대동소이했다. 그런데 정 사장의 축사가 나의 귀를 크게 열었다. 한겨레신문이 주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 신문사가 먼저 하지 못한 시민소통의 광장을 주주들이 선도하여 발기했으니 신문사로서는 불감청고소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를 본받아 민주화에 이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신문’이 되기로 새로운 목표설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태동 교수는 며칠 전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의 말씀을 상기했다. 인간 사이의 관계회복을 강조했던 선생의 말씀과 같이 인간의 만남으로 희로애락을 나누는데서 인간애가 싹트는 훈훈한 사회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종로사랑방은 그러는데 마중물이 될 것이다.

그곳은 시민사회의 유익한 정보와 애환을 나눌 수 있는 담론광장이 될 것이고, 시민의 문화공간이자 부담 없고 격조 높은 휴식처가 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시민의 생활경제를 돕는 아나바다장터와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유기농 거래소가 될 것이다. 우선은 낮에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장소가, 저녁에는 회식공간이, 또 더 시간이 지나면, 한겨레주주들과 시민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생업을 연결하는 시민장터도 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요상 추진위원장의 사업계획 설명은 너무 포괄적이었고, 장황했다. 그래서 나는 질의응답시간에 이렇게 질문했다.

“모든 사업은 목적이 단일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음식점에서 음식백화점식으로 식단을 나열해두면 그 음식점은 어떤 음식도 특화할 수 없어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객은 그런 음식점에 두 번 다시 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종로사랑방도 처음에는 한두 가지 사업에만 집중하여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다음, 다른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나가야 합니다.”라고. 이 위원장은 내 뜻을 이해하고 수용하겠다고 했다. 나는 또 하나의 질문을 했다. 조합원의 가입과 탈퇴가 언제나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 질문에는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3년간의 유보기간을 두겠다고 했다. 아마도 사업의 안정기까지는 유보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만약 우리들의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금방 여러 가지 장애에 부딪칠 것이다. 협동조합의 성격상 자본순환이 느린 경제적 비효율성에다 탐욕스런 대기업자본에 여지없이 노출되는 현실, 게다가 조직이 커지면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르는 조합운영자의 조합자금의 유용 등 경계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협동조합의 원칙에 따라 출자자 모두의 민주적 참여와 경영으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자! 이제 우리는 한배를 타고 항해의 돛을 올렸다. 어두운 생각을 떨쳐버리고 순항을 기원하자. 아주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하자. 지금 우리 동지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이요상 추진위원장을 신뢰하고 있으니 그와 함께 밝은 내일을 꿈꾸며 뭉쳐서 매진하자. 그는 현재 시민운동가로서 맹렬한 활동을 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지난날에는 18년간이나 서울 강남에서 식당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또 서울여상 출신이니 조직을 운영하고 손익을 면밀히 분석하고, 낭비의 요인을 과감하게 척결하는 과단성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종로사랑방이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장구한 세월 계속기업으로 존속하려면 운영자들은 시민운동가로서의 자질 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자질도 아울러 구유해야 한다. 저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갈파했듯이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의 양면성을 지녀야한다.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탐스런 한 송이 꽃을 피우려면 난목한천의 엄동설한을 이겨내야 한다.

사진 : 이동구 에디터,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이동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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