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해천자문>(홍성원 편저, 註解千字文, 1752; 동양고전종합DB)의 번역에서 천자문의 두 번째 부분 ‘4자 2구’를 아래와 같이 풀어놨다.

日月盈昃 辰宿列張(일월영측 진수열장) /  해는 기울며 달은 차고, 12진(辰)과 28수(宿)가 벌려 있다.

이는 ‘천지현황 우주홍황’과 더불어 천도(天道)의 이치를 드러내는 내용이다. 2구에서 주부는 일월, 진수이고, 술부는 영측, 열장이다.

日月盈昃(일월영측)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구의 ABCD를 ‘AC & BD’로 풀어도 될까? 일영이월측(日盈而月昃)은 풀어지길, 해가 차니 달이 기운다. 이런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으나,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다.

盈(찰 영) = {皿 그릇 명, 夃 이문((利文) 얻을 고)}의 ‘차다’는 그릇에 가득 차다, 가득 차 넘치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냄새 따위가 더 들어갈 수 없이 가득하게 되다’(네이버 국어사전)이다. 皿은 달을 상징하는 그릇으로 비친다. 달은 초승달, 상현(上弦; 음력 매달 7~8일경 달의 형태)을 거쳐 밥그릇에 밥이 꽉 차듯이 보름달에 이른다. 우리 눈에 비치는 달의 형태가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바뀌는 과정이 盈이다. 꽉 찬 밥그릇에서 밥을 조금씩 먹으면 마침내 빈 밥그릇을 마주하게 된다. 보름달에서 달은 조금씩 이지러져 하현(下弦; 음력 매달 22~23일경 달의 형태)을 거쳐 그믐달(음력 매달 26~27일경)에 이른다. 이러한 과정을 나타내는 말은 虧(이지러질 휴)이다. 관찰 가능한 달 모양의 변화과정을 표현한 盈과 虧는 서로 대립 항이다. 엄밀하게 보면, '달도 차면 기운다.'는 속담은 조금은 표현을 고쳐야 한다. '달도 차면 이지러진다.' 月滿則虧(월만즉휴)이다.

昃(기울 측) = {日 해 일, 仄 기울 측}의 ‘기울다’는 해가 기울다, 한쪽으로 기울다 등의 뜻이다. 말하자면, 昃은 해가 중(中)을 지나 서쪽으로 치우친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昃의 대립 항은 中이다.

결국 日月盈昃은 日昃而月盈(일측이월영)으로 풀어야 한다.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달은 차오른다. 혹은, 해가 서쪽으로 기우니 이어서 달이 차오르도다. 네 글자 ABCD가 ‘AD & BC’로 풀어진 셈이다. 해의 위치와 달 형태의 변화에 관한 엄밀한 표현은 ‘日中則昃 月盈則虧’(일중즉측 월영즉휴)이다. (하루 안에) 해는 중천에 이르고 서쪽으로 기울며, (한 달 안에)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이러한 4자 2구의 본래 표현은 주역의 64괘 중 55번 괘인 뢰화풍(雷火豊)의 괘사를 풀이한 단전(彖傳)에 나온다. ‘日中則昃하며 月盈則食하나니’(해가 가운데 하면 기울어지며, 달이 차면 개먹나니; 김석진, <대산 주역강해(하경)>, 2009, 216쪽.)

이제 辰宿列張(진수열장)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위에서 봤듯이, <주해천자문>의 번역은 ‘12진(辰)과 28수(宿)가 벌려 있다’로 풀어놨다. 진수열장도 천지현황과 우주홍황을 풀이하듯 해야 뜻을 알아차리기가 쉽다. 辰列宿張(진열수장)이다. 말하자면, 4자 1구 ABCD를 ‘AC & BD’로 풀면 편하다.

별은 두 가지 이상의 뜻이 곁들인 말인지라 그 은유의 뜻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우선 별을 표현하는 여러 말을 구별해야 한다. 星(별 성), 星座(별자리), 辰(별 진, 별자리 진), 宿(별자리 수) 등의 개념은 무엇인가?

星은 밤하늘에 빛나는 형체인 하나하나의 별이다. 이르건대, 수성(水星), 금성(金星), 화성(火星), 목성(木星), 토성(土星) 등이다. 성좌, 즉 별자리는 별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이다. 일단 하늘을 4차원 시공간(spacetime;  X×Y×Z×T)으로 보면, 어떤 별의 좌표는 (xi, yi, zi, ti)이다.

辰의 뜻은 무엇인가? <주해천자문>(홍성원 편저, 註解千字文, 1752; 동양고전종합DB)을 살펴보자.

주해 원문: 周天之度(주천지도)를 分爲十二次(분위십이차)하면 是爲辰(시위진)이요

소박하게 옮기면, 천체(하늘의 수많은 별)가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는 모양과 횟수를 (방위에 따라) 나누어 구획하여 12곳(영역)을 삼으니, 그 12영역이 辰이다. 辰은 12개 영역으로 구성됐기에 보통 12辰이라 한다. 각 辰에는 많은 별이 차례대로 배열되어 있다. 辰은 별 떼가 자리 잡은 위치의 명칭이다. 그래선지, 辰을 ‘별 진’ ‘별자리 진’이라 한다.

고대로부터 동아시아에서는 하늘의 적도를 따라 남북에 분포한 많은 별(star)을 28개의 구역(zone)으로 나누어 구분하였다. 구획할 때의 중심은 북극성이다. 그 구역을 宿라고 부른다. 그래서 28수다. 동서남북의 각 방향에는 7개의 구역이 할당된다. 즉, 동방 7수, 북방 7수, 서방 7수, 남방 7수이다. 각 구역에는 별의 떼, 즉 수많은 별이 자리한다. 집합(set)으로 표시하면, 제1구역 Z1 = {s11,···,s1i,···,s1n}. 제1구역은 n개의 별이 모인 집합이다. 각 구역을 대표할 만한 하나의 별(수거성(宿距星)이라 함)을 뽑아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구역, 즉 宿의 명칭으로 삼았다. 예컨대, 동방 7수 중 첫 번째 宿인 각수(角宿)는 角이라는 구역의 대표적인 별이 각성(角星)임을 뜻한다. 각성은 각수의 수거성이다. 동방 7수(Z1, Z1, ···, Z7)의 각각 이름은 순서대로 각(角), 항(亢), 저(氐), 방(房), 심(心), 미(尾), 기(箕)이다. 요컨대, 집합으로 표시하면, 하늘의 모든 별은 {북극성, Z1, Z2, ···, Z28 }이다.

요컨대, 辰宿列張(진수열장)을 辰列宿張(진열수장)으로 풀어보자. 천체(하늘의 수많은 별)가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는 모양과 횟수를 (방위에 따라) 나누어 구획한 12곳(영역), 즉 12辰이 차례대로 배열되니, (북극성을 중심에 두고) 하늘의 별들을 구획한 28곳(구역), 즉 28수가 가는 베를 풀어놓은 듯이 분포해 있다. 아마도 숫자 12와 28은 각각 1년 열두 달, 한 달 스물 여덟아홉 날(음력)과 연관되어 보인다.

辰과 宿는 본래는 각각 영역과 구역의 의미가 강하다. 辰과 宿는 별 떼의 위치, 좌표를 표시하는 일종의 기호(notation)이다. 그래선지, 辰은 ‘별자리 진’, 宿는 ‘별 자리 수’라 부른다.

화성, 목성, 토성 등은 어느 辰과 어떤 宿에 속할까? 궁금하다. 천문지리 현상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상의 어려운 내용을 정리할 겸 내 식으로 소박하게 옮겨본다.

日月盈昃 辰宿列張(일월영측 진수열장) / (하루 안에) 해는 중천에 이르자 서쪽으로 기울며, (한 달 안에) 달은 차고 이지러지니, 하늘의 수많은 별을 (방위에 따라) 품은 12영역, 즉 12辰이 차례대로 배열되자, (북극성을 중심에 두고) 하늘의 별들을 품은 28구역, 즉 28수가 가는 베를 풀어놓은 듯이 분포하였도다.

대한민국 103년 12월 13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관련 글 보기: [형광석] ‘우주’는 우(宇)와 주(宙)로 나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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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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