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숭어라고 하는 물고기의 이름이 여럿이다.
수어(秀魚), 숭어(鯔魚, 崇魚), 수어(水魚, 首魚) 등으로 부르지만, 자산어보에서는 치어(鯔魚)라 하였다. 한편, 지역에 따라 고기의 크기 등을 말할 때 모치, 모쟁이, 동어, 댕기리 등으로 부른다. 그러나 크게 나누면 참숭어와 보리 숭어로 대별할 수가 있다.

바다에서 부화 된 숭어 새끼는 봄이면 어마어마한 무리를 이뤄 민물로 거슬러 올라온다이때 숭어는 눈에 하얀 꺼풀이 덮여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해동역사 34권 교빙지(交聘志)의 기록에(729) 2월에 발해가 당나라에 사신을 파견하여 숭어(鯔魚)를 보냈다는 기록과, 세종 11(1429) 719일에 숭어 440마리를 북경으로, 성종 9(1478) 813일에 말린 숭어 300마리를 북경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초기에는 명나라에 바치는 진상품에 숭어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치 또는 모쟁이라 불리는 작은 고기
모치 또는 모쟁이라 불리는 작은 고기

 

고전번역서인 대동야승에는 아주 재미있는 말이 있다.
중국 사신이 우리나라에 와서 숭어를 주었는데, 먹고 맛이 아주 좋다면서 이 물고기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통사(通使)가 "수어(秀魚)라는 물고기입니다." 라고 대답을 하자, 중국 사신이 웃으며 말하기를, "비늘 있는 것이 수만 종이거늘 어찌하여 이 고기만 수어(水魚)라 하느냐. 물속에 있는 고기를 모두 수어(水魚)라 해야 하지 않느냐?" 라고 반문을 하였다이는 수()와 수()가 발음이 서로 같아 사신이 이를 분별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이에 역관 이화종(李和宗)이 "물고기 중에서 맛이 가장 좋다 하여 수어(秀魚)라고 했다."고 하자 이해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이 내용은 지봉유설(芝峯類說)에도 실려 있다.

숭어의 맛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겨울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맛이 없다또한 숭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을 수란(秀卵)이라 하고 최고로 쳐주었다그래서인지 평양에서는 동수어(冬秀魚), 즉 겨울 숭어를 최고로 쳐주었고 정포(正布)를 필로 주고 바꾸기도 하였다고 영행록선집은 기록하고 있으며, 만기요람에서는 숭어 한 마리()7혹은 35을 주고 산다는 기록도 있다다만, 아쉽다면 무슨 곡식이라고 명시되지 않아 알 수가 없다.

해남의 정우형(鄭愚衡) 집안의 문서에 1906114蓮塘에서 宗人 鄭昌錫이 동곡의 五衛將 鄭愚衡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부탁하신 어물을 겨우 산 것이 있는데 件記를 써서 보낸다는 내용. 大秀魚 6값은 21냥임이라는 기록이 수집사료해제집 11권에 실려 있다그만큼 숭어의 맛이 좋아 비싼 값이었음을 짐작 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숭어를 두고 전해 오는 말들이 있다.
겨울 숭어 앉았다가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어도 뛴다.
자신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저보다 나은 사람을 모방하려고 애쓸 때 비유하는 말

숭어 뜀 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광대가 손을 땅에 짚고 거꾸로 뛰어넘는 재주를 일컫는 말.

숭어를 두고 또 다른 말은 제사상에 오를 때는 수어(首魚), 술안주나 밥 반찬으로 오를 때는 숭어(崇魚)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아래의 글은 옥담시집에 실려 있는 시다.

숭어(秀魚)

강과 바다 깊은 물속에 사는데 / 沈潜江海外
헤엄치다 사람의 그물에 걸렸네 / 游泳入人漁
맛이 좋다고 예로부터 알려졌으니 / 美品傳來久
그 명성 참으로 헛된 게 아니로세 / 佳名得不虛
솥에 넣고 끓이면 은빛이 진동하고 / 小鼎銀輝動
쟁반에 얹으면 백설처럼 하얗다 / 高盤雪色舒
고량진미 먹는 이에게 먹이지 말라 / 莫餉膏粱客
먹고 남은 찌꺼기로 버릴 테니까 / 宜投飯糗餘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