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시사철 길을 내시는 아버지는
*26일 아침 막내아우가 전남 무안 고향을 찾아 아버지께서 폭설이 내린 마당을 쓸고 계시는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폭설이 내린 마당을 쓸고 계신 아버지를 사진으로 보고 있는데 이렇게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길을 내오셨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길
김형효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가고
또 오는 동안
길을 내고 가는 아버지
지금은 엄동설한
영하 10도를 넘긴 아침에도
아버지는 그대로 길을 내고 있다
대빗자루 꽁꽁 붙잡은 손이
얼어붙는 추위도 아랑곳없이
사시사철 길이 되자고 사시는 아버지는
그렇게 툇마루에서 마당 끝까지
마당 끝에서 자식들의 안위가 가 닿는 곳까지
그렇게 길을 내고 길이 되고
오늘도 꽁꽁 언 길은 따뜻한 품으로 닦아 내시고
질척이는 길은 또 마른 흙이나 모래, 작은 돌덩이로 길을 내신다
그렇게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사시사철
우리는 꽃 길만 걷는다
아버지의 길은 가는 곳마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아버지 등허리에 반짝이는 하얀 소금 꽃이
어린 세월 서리 내린 마당을 꽃피우듯
아버지의 길은 엄동설한에도 반짝인다
환갑이 눈 멀게 다가오는 어린 자식 눈에서는
주책 모르는 눈물이 반짝인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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