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역대 어느 대선에서나 국민들이 느끼는 공통점이 있다. 아주 썩 마음에 드는 대선 후보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더 좋은 후보를 뽑는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뽑는 것이다. 여기서 좋고 나쁘다는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좋고 나쁨이 아니라 누가  더 대통령으로서 적합한가의 의미가 강하다.

이재명과 윤석열을 삼국지의 인물에 비유한다면 어떤 인물이 적당할까.  이재명은 말 바꾸기에 능하다는 평가가 우세하고, 저간의 상황이 어떠하든간에 형수 욕설과 대장동 사건과 연관지어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윤석열은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리스크가 있다. 거기에 더해 조국 장관의 가족을 탈탈 털어 먼지까지 잡아낼 듯이 하더니 정작 자신의 부인과 장모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없이 관대하고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이제 삼국지로 들어가 보자. 삼국지 인물 중에 제일 가까운 이미지를 고른다면 이재명은 조조의 이미지에 가깝다.  조조는 거사를 일으키기 전에 도덕적으로 평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군사를 일으킨 다음에는 지략과 용병술로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다.  교활하다는 이미지는 조조의 대명사이다. 유비에 비하면 졸장부처럼 보이기도 하여 한때는 부정적인 지도자의 대명사로 손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고 국제 질서가 이해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재에 이르러 유비의 리더십보다는 조조의 리더십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조조는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인재를 널리 포용하여 군용을 정비했다. 뿐만 아니라 정세를 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생각이 편협하지 않고 고루하지 않았으며 시대의 흐름에 편승할 줄 알았다.

조조는 빈틈없는 행정가일 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알아차리고 파악하는 능력을 소유한 리더였으며,  위기상황 속에서도  뛰어난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한  난세의 영웅이었다.  기존의 관행에 벗어난 창의적인 발상, 기민한 판단능력과 실용주의적 사고방식이 조조 리더십의 특징이다. 이런 조조의 이미지에서 이재명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재명이 말을 바꾼다고 하지만, 그것은 대의명분이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기존의 공약을 고집하기보다 국민의 뜻에 맞게 공약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명분도 있고, 실리도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기존의 공약을 수정하는 것은 마땅히 그리 해야 하는 일이지,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이재명이 조조의 리더십을 연구하여 실용주의적인 정책을 제시한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재명은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석열은 삼국지 중에 어떤 인물이 연상될까.  성인군자 이미지의 유비는 아니고, 문무를 겸비한 관우도 아니며, 그렇다고  앞만 보고 돌진하는 장비도 아니다. 그렇다면 손권? 그것도 아니다.  이미지만으로 본다면 윤석열은 여포  이미지에 가깝다.  무장으로서 싸움에서는 여포를 당할 자가 없다.  삼국지를 보면, 적토마를 타고 전장에서 싸울 때의 용맹스러운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고, 문재인 정부에 맞짱을 뜨는 윤석열의 모습을 보며 여포의 이미지를 연상한다면 쉽게 수긍이 가는 이미지이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고양이 ‘묘’, 쥐 ‘서’, 함께할 ‘동’, 있을 ‘처’라는 네 자로,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원문보기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2992.html#csidx23915461697f5fe96a14e31ab89baae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다. 고양이 ‘묘’, 쥐 ‘서’, 함께할 ‘동’, 있을 ‘처’라는 네 자로,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 출처 : 한겨레신문  /   원문보기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2992.html#csidx23915461697f5fe96a14e31ab89baae 

 

이재명이 조조가 되고, 윤석열이 여포라고 한다면, 이재명이 윤석열을 이길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삼국지 대본만으로 보면 그렇다.  여포로 말할 것 같으면, 그의 용맹은 천하무적이지만 조조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보수진영 사람들이 듣는다면 기분 나쁠 수 있겠지만 윤석열은 지장도 아니고 덕장도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운장( 將, 운장을 소리내는 대로 적으면 운짱)이다.  조국의 법무부장관 임명만 아니었다면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와 척을 지지 않았을 것이며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윤석열을 야당 대선 후보로 몰아갔다. 윤석열로서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여포는 동탁의 신임을 얻었지만 결국 동탁을 배신하고 홀로서기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윤석열은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하고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윤석열이 여포처럼 되리라고 단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윤석열에게 여포의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여포는 용맹하지만 단순하고 지략이 부족하여 막판에는 애첩인 초선에게 빠져 몰락의 길을 걸어갔다. 윤석열이 부인 김건희의 의혹에 대해 올바른 판단력을 잃고,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김건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한 윤석열의 태도를 보면 국민들로 하여금 의아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십상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있다. 적어도 부인 김건희에 대해서만은 윤석열의 공정과 정의가 자취를 감춘다. 검창총장으로서도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나라와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기보다는 검찰조직 감싸기에 열심이던 윤석열의 모습을 국민들은 잊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기 주변 사람들만 감싸고 돈다면 나라꼴이 어찌 되겠는가. 불공정과 비상식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조국의 부인 정경심의 사례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김건희의 여러 의혹에 대해 윤석열이  취하는 태도는 전혀 공정하지도 않고, 전혀 상식적이지도 않으며, 정의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마치 초선을 감싸 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여포의 이미지와 다를 바가 없다. 현 정부를 교체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불사하겠다는 용맹(?) 무쌍한 정신을 높이 사줄 만 하겠으나 윤석열의 가치는 거기까지이다. 하루에 한 가지씩 실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이다. 기실 따지고 보면, 실언이라기 보다는 윤석열의 의식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다.  천하를 뒤엎을 듯한 여포같은 기세는 있으되 국가와 민족을 위한 비전을 갖춘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고 이재명이 승리할 거라고 예단하는 건 아니다. 이재명이 남은 대선 기간에 얼마나 국민의 마음을 파고드는 정책과 이미지를 여하히 창출하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는 윤석열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재명이 조조 리더십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 승리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도 부인 김건희에 대해 내로남불하지 않고 조국의 가족에게 했듯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태도로 보건대 그런 기대는 이미 물건너갔다.  윤석열이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초선에게 빠져 대세를 그르쳤던 여포의 길로 가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다.

 

 

* <삼국지>, 여포와 초선의 마지막 장면 -


  여포는, 원술의 대군 20만을 피해 서주 근처 소패성에 든 유비를 다시 물리쳤다. 그러나 성내의 백문루(白門樓)의 싸움에서 조조군에게 패하였다. 그전에 여포에게는 마지막 활로가 있었다. 조조에게는 전쟁을 오래 끌 수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는 도시를 비워놓는 위험, 또 하나는 인마와 양식의 수송이 어려운 겨울이 다가온 것이었다. 군량미를 치면 여포의 군에 길이 열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성을 떠나는 것은 위험하였다. 성 안에서 누가 배반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초선은 여포에게 매달려 이 전투를 만류하였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를 조조에게 넘겨주고 도망가세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의 결단의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여포는 초선을 포기하지 않기로 한다. 성을 사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 순간 초선은 여포의 천명이 여기서 끝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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