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로시민사랑방 창립준비위원회 사무국장이다. 창립발기인 신청 상담을 맡게 되어 한 달 전부터 한겨레 주주들과 시민들의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한겨레:온 주주통신원이 되어 처음 해 본 일이 많은데 그 중 최고봉은 사랑방 조합원 모집 전화를 전담해서 받는 일이다. 하루에 수십통의 문의 전화가 온다. 어떤 분은 30~40분 이상 본인의 생각과 덕담을 이야기 한다.

▲ 2월 3일 종로시민사랑방 창립발기인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요상 추진위원장

보이지 않고 실체가 없는 것에 사람들은 과연 돈을 낼까? 그것도 적지 않은 100만원이라는 금액을! 조합원 모집이 시작 되자 많은 의구심과 불안감은 시작과 동시에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경상도, 전라도에서 돈을 부쳐오기 시작했다. 강원도와 대전에서도 연락이 왔다. 도대체 왜?

그들이 사는 곳은 서울에서 적어도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다. 일 년에 한번이나 서울 종로로 나올 수 있을까? 그런 그들이 종로에 시민사랑방을 만든다는데 100만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인상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는 비록 사정이 어려워 조합원이 될 수는 없지만 이 참에 한겨레 주주가 되겠다고 했고 나는 기꺼이 그에게 주주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며칠 후 나는 60주의 한겨레 주주가 됐다는 그와 함께 기뻐할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다 만난 여선생님도 잊을 수 없다. 하필 옆 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100만원이라는 큰 돈을 보내주신 분이다. 난 웃으며 농담을 했다. 나에게 자금모금의 숨은 재능이 새롭게 발견됐다고.

과연 그럴까, 진실은 한겨레라는 이름의 가치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지난 1988년 이후 잠들어 있다고 생각된 잠재력이, 거대한 기운이 숨죽이고 있던 그 한가운데 이제 우리는 서있다.

지난 2월3일 창립발기인대회를 열었고 조합원들을 초대했다. 전화 받는 그들의 목소리엔 기대감이 묻어나 있었다. 한 부인은 자신의 스무살 딸과 함께 참석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유감스럽지만 따님의 참석이 어렵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부인의 음성에는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렇게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발기인대회는 성황이었다. 준비된 도시락은 일찌감치 동났고 사람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 의자를 새로이 놓거나 그 긴 시간을 서서 참관해야만 했다. 1시간 반을 예정했던 발기인대회는 무려 3시간을 넘겼다. 그 자리에 계셨던 분들은 잘 안다. 얼마나 치열한 질문이 오고 갔는지! 우리는 시간을 구실삼아 쏟아지는 질문을 정리해야만 했다.

▲ 사진촬영: 김국화 한겨레 테마여행팀 차장

그런데 막상 우리의 구심점인 한겨레는 이러한 태동을 감지하고 있을까?

축사를 한 정영무 한겨레 대표이사는 한겨레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을 주주들이 먼저 나서서 한 것에 대해 감사하며 또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언론이다. 신문사 최초로 편집위원장을 직선제로 뽑았으며, 한글전용과 가로쓰기 등을 도입한 업적은 분명하다. 기자협회주관 상을 매년 수상하며 최다 수상한 언론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야권 대표 신문사'라는 기득권을 가진 자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민이 만든 시민의 대변자였던 한겨레가 이젠 그곳에서 일하는 소수 주주들의 사상을 대표하며 이것이 시민의 생각이라 착각하진 않았는지, 시민들과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오히려 더 멀어진 것은 아니었는지 고민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것은 시민들의 전화를 받고 상담하며 느낀 그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힘으로 연 종로시민사랑방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하고 얼마만큼 성장하게 될지 아무도 예견 할 수 없다. 다만 1988년 한겨레를 탄생시켰던 시민의 힘이 다시 종로사랑방을 탄생시켰고 이것을 계기로 잠자던 시민의 힘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기억될 것이다.

20여 년 전 독문학도로 남산독일문화원을 오고가며 보았던 한겨레신문 무인판매대가 나에게는 첫 만남이자 첫인상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읽고 자란 한 소녀는 중장년이 된 지금 뒤늦게 한겨레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겨레에, 그와 함께하는 시민사회에도 눈길이 간다. 한겨레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가 궁금해졌다.

▲ 사진촬영: 이동구 에디터

"국민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일에만 일어선다."는 채현국 선생님의 말씀이 머리를 울린다.

한겨레 창간주주로 지금껏 숨죽이고 기다리던 시민들이 28년 만에 다시 기지개를 펴고 긴 잠에서 일어났다. 우리의 공통점은 한겨레 주주다. 창간주주이건 나처럼 중간에 주주가 되었건 우린 이 거대한 파도에 온몸을 맡겼다. 이젠 누가 뭐래도 한겨레 주주이자, 한겨레:온 통신원이자, 한겨레신문 독자다.

이 자리를 빌어 제게 전화 주시고 애정 어린 격려를 보내주신 수많은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종로시민사랑방에 보여주신 큰 애정 정말 감사합니다! 
참고로 조합원 모집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참여할 분은 
http://drive.google.com/file/d/0B5zUVuIHh7QNQTVvamppZDhfTFE/view

편집: 이동구 에디터

윤은수 주주통신원  herrster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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