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75년부터 2018년까지 약 42년간 지방을 돌아다니며 보일러와 정유용 열교환기의 교체·조립 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기침, 가래, 호흡곤란 악화 등으로 대학병원에 가서 2019년 1월 21일 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와 흉부 CT검사와 1월 24일 대장 내시경검사를 통한 조직검사 등을 시행한 결과, 좌측 비소세포성 폐암과 직장암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강관비계의 조립 모식도.  <건설업 비계공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지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8.11.
강관비계의 조립 모식도. <건설업 비계공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지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8.11.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 ○○○은 학창시절 부모님의 밭농사를 도왔고, 1975년 17살 때부터 형제와 함께 건설현장 일용직 비계 조공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1983년 이전까지는 전국 석유화학공장, 발전소 등에서, 1983년부터 2018년까지는 여러 지방에서 보일러 등의 파이프 철거·교체, 보일러 외벽 철거, 그 외 각종 건설보조 업무를 수행하다가 기술공인 비계 기공으로서 일했다고 한다. 노동자는 2018년 11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7일까지 일용직 형태로 □사업장에서 플랜트 비계공으로 근무하였다. 비계공은 비계 설치·해체 외에도 기존 설비를 해체·설치하는 작업을 하는데 정비작업에서 교체할 배관, 기계 등을 분리하고 중장비로 이를 내리는 작업을 한다.

전체 근무기간에 약 60~70%(약 7~8개월/연)는 석유화학 공장에서 열교환기의 고장에 따른 교체·보수 작업을 하고, 나머지 30~40%는 신규 플랜트 건설 때 보일러, 열교환기 등을 설치하였다. 프로젝트별 작업 기간은 짧게는 1일, 길게는 2~3달이었다. 주 근무시간은 8:00~17:00(점심시간 12:00~13:00), 휴게시간은 오전, 오후 각각 15분이지만  사업장의 셧다운(일시 가동 중지) 기간 안에 작업을 완료해야 하므로  평균 12시간/일이며 야간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경남 고성 하이화력발전소 건설현장.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제공.  한겨레21,  2019-10-13.
경남 고성 하이화력발전소 건설현장.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제공. 한겨레21, 2019-10-13.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 ○○○은 지속적인 변비와 배변 통증 등으로 인해 외과병원에서 2018년 3월에 치핵을 진단받고 4월에 수술받았으며 이후 12월까지 총 6회 정도 통원하면서 치료받았다. 2019년 1월, 기침, 가래, 호흡곤란 악화 등으로 대학병원에 가서 기관지내시경(2019.01.21.)과 대장내시경(2019.01.24.)을 시행한 결과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병변 부위의 조직을 검사하였다. 흉부 CT를 시행한 결과, ‘양측 폐의 폐소엽간 중격 비후’(Interlobular septal thickening, both lung) 소견이 확인되었고, ‘좌측 비소세포성 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Lt)과 직장암(rectal cancer)이 최종 진단되었다.

또한 ‘다발성 뇌 전이’(2019.02.21. multiple brain metastasis)와 ‘양측 부신 전이’(2019.03.19. metastasis in both adrenal glands)가 확인되어 현재까지 항암치료를 받으며 추적관찰 중이다. 2012년 6월 29일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물치료 중이다. 악성종양의 가족력은 없으며, 노동자는 과거 30년 전 금연하였고, 금연 전까지 흡연력은 총 1.5갑년이었으며, 음주력은 주당 1 회 소주 1병으로 진술하였고, 의무기록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었다.

노동자는 보온자재에서 날리는 분진, 열교환기의 내부 파이프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유해 화학물질 등에 노출되어 상기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려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4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04.29.)는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남, 1959년생)는 만 60세가 되던 2019년 1월에 폐암·직장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75년부터 2018년까지 약 42년간 보일러와 정유용 열교환기를 교체·조립하였다. 셋째,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폐암과 관련된 작업환경요인으로는 석면, 결정형 유리 규산이 충분한 근거가 있고, 벤젠이 제한적 근거가 있으며, 직장암과 관련된 작업환경요인은 석면이 제한적 근거가 있다. 폐암과 직장암의 비직업적 요인으로는 흡연이 충분한 근거가 있다. 넷째, 노동자는 직무수행 과정 중 보일러 내 비계 설치·해체, 석탄재 청소, 열교환기 교체 등의 과정에서 비산된 석면, 결정형 유리 규산, 벤젠 등에 노출되었다.

노동자는 2019년 1월 폐암과 직장암을 진단받고 나서 약 3년 3개월이 떠나간 2022년 4월 29일에 역학조사평가위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4년 6월 28일

*이 글은  <호남노사일보>(2022.6. 28)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http://www.honamnosailb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5129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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