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둥어(望瞳魚)

망둥어는 참으로 이름도 많고 재미있는 이름도 있다. 학계에서는 망둥어라 쓰고 한자는 쓰지 않았다.

우리 고서 <자산어보>에는 동족끼리 잡아먹는다고 무조어(無祖魚)라 하였고,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는 문절어(文䲙魚,文節魚), 조선 실학자 서유구의 <전어지>에는 민물에 사는 망둥어 눈이 망원경 모양과 같다고 해서 망동어(望瞳魚), 머리가 크다고 대두어(大頭魚)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문절어(文䲙魚)는 잠을 잘 자는 물고기라 수문(睡魰)이라고도 하였다. 문절어는 머리를 물 밖으로 내어 놓고 자는데 사람이 잡아도 모를 정도로 잠을 잘 잔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꼬시래기, 문절이, 운저리, 문절구, 문절어, 문저리, 망둥어, 망둥이, 망동어, 범치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자산어보>에서 무조어(無祖魚)라고 한 것은 동족끼리 잡아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미끼가 없거나 부족하면 망둥어 살을 갈라 미끼로 써도 잘 잡혀서 생긴 말이다.

망둥어
망둥어

망둥어는 갯벌이 좋은 해안에 서식하고 있으며 낚시가 아주 재미있다. 필자가 어릴 적에 소위 기수역이라고 하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낚시를 하였다. 미끼는 고둥을 깨서 쓰는데 망둥어가 눈에 보일 만큼 물이 맑을 때는 망둥어 입에다 낚시를 가져다 대면 망설임 없이 물어서 잡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망둥어는 바보도 낚는 고기라는 말도 있다.

'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 '거나 ' 짱뚱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 '는 말들도 전해진다. 또한 봄 문절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봄철에 산란을 하고 난 망둥어는 맛이 없기 때문에 개에게 주어도 먹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결국 무엇이든 때가 있는 법이라는 말이다.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은 옛날 냇가에서 망둥어를 낚던 추억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1801년 신유박해(辛酉迫害)에 연루되어 그 해 4월부터 유배를 살고 있던 김려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울화증이 생겨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그가 살고 있던 진해현(현재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일원) 사람들이 망둥이를 많이 먹으면 잠을 잘 자게 된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주인 이일대(李日大)에게 부탁하여 망둥이를 사다가 쌀죽을 쑤어 먹고 날것으로도 먹었더니 꽤나 효험이 있었다.(김려 저, 최헌섭․박태성 역)

사실 망둥이가 불면증에 도움이 된다는 속설은 김려 본인이 쓴 것처럼 망둥이는 ' 누가 건드려도 모를 만큼 잠을 잘 잔다 ', 정약전의 표현처럼 '성질이 둔하다 ' 에서 유래한 듯하다.

아래는 김려(金鑢: 1766-1822)의 <우해이어보>에 실려 있는 시다.

문절어(文䲙魚)

검푸른 진흙 뻘 바닷가 후미진 구석에

밤새도록 솔가지 횃불 몇 개씩 켜있더니

대나무 통발을 긴 자루로 높이 들고서

어촌아이들 문절어 잡아 돌아오는 구나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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