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7월 8일 아베 전 총리가 죽고 10일 자민당이 참의원선거에서 압승하자 즉각 개헌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베는 일본이 군사력을 갖지 않고 전쟁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이른바 ‘평화헌법’을 고쳐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는 걸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기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헌법을 개정해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7월 11일 한국 신문들은 <한겨레>부터 <조선일보>까지 기시다 총리의 개헌 발언에 우려와 경계를 표하는 사설을 발표했다. 같은 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합법화 움직임을 반드시 지지해야 한다 (The U.S. should support Japan’s move to legitimize its military)”는 사설을 실었다.

이에 <촛불행동>은 7월 12일 “미국,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 재무장 지원에 나서는가? 워싱턴 포스트지의 주장을 전면 비판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미국 정치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지의 영향력으로 봐도 이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까지 대변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지나칠 수 없습니다..... 야당이 된 민주당은 이런 미 언론의 주장에 대해서 단호한 논평과 반대의사를 표명해야 합니다”라고.

시의적절하다. 민주당은 선거에 연거푸 지고도 당권 싸움에 몰두하며 분열과 붕괴 위기로 나아가는 터에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게 있다. 일본 재무장을 지지하는 미국 유력신문의 사설이 새삼스럽게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거의 20년 전부터 일본 재무장을 막고 있는 ‘평화헌법’을 수정해 ‘정상국가’가 되도록 촉구하면서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비밀 외교문서를 뒤질 필요도 없이 언론보도만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2004년 8월 파월 국무부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고이즈미 수상과 만나, “일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바라면 평화헌법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 (Japan should consider revising its pacifist constitution if it wanted a permanent UN Security Council seat)”고 말했다.

거듭 밝히건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미일동맹을 강화하며 일본 평화헌법 개정을 부추기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원해왔다. 아베가 2010년대부터 자발적으로 ‘평화헌법’을 고쳐 ‘보통국가’가 되는 걸 ‘필생의 과업’으로 삼은 게 아니고, 미국언론이 아베의 죽음을 계기로 갑자기 일본 재무장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며, 미국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전부터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을 부추겨왔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미국이 요청하기만 하면 뭣인지도 모르면서 추종할 것 같으니 결국 한국의 촛불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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