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제가 종로시민사랑방에 빠져 있어 자주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겨레:온>을 잘 가꾸느라 김미경 부에디터님이 요즘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햇빛은 봄이라고 하는데 바람은 아직 겨울입니다. 그래도 지난 겨울은 뜨거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겨레 주주통신원회(이하 '한주회')가 주도가 되어 종로시민사랑방을 마련했고 3월 20일경으로 예정된 오픈 준비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자리에 임대 조건도 파격적이어서 좀 서둘러 진행하는 바람에 주주통신원님들 모두에게 세심한 설명과 공감을 얻는데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주주통신원의 활동과 참여를 북돋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가에 대해 늘 고민했습니다. 원고료와 현장 취재비조차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뭔가 돌파구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저는 이요상 한주회 전국위원장님을 찾아뵙고 “한주회가 견고한 체계를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성북동사랑방 같은 상설 아지트가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주주통신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이 위원장님은 “3월이면 성북동사랑방도 문 닫아서 고민인데, 마침 종로 중심에 좋은 조건으로 나온 점포가 있으니 함께 보러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저와 이 위원장님의 현장 답사는 바로 이뤄졌고, 곧이어 윤명선 한주회 중앙위 수석부위원장님, 정신 서울운영위원장님, 윤은수 한주회 사무국장님과 다른 중앙위원들도 차례로 현장에 왔습니다. 현장에 와본 분들은 모두 위치와 임대 조건이 너무 좋아 ‘이것은 우리의 운명’이란 생각으로 이심전심 의기투합해서 추진을 시작했습니다.

임대할 점포에 우리가 자주 드나들자 소문이 났는지 다른 곳에서도 임대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그때까지 뜻을 모은 한주회 중앙운영위원들은 “전체 주주통신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한다음 계약을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현실적이지 않으니 우선 계약을 체결하고 성실하게 설득해나가자”고 결의했습니다. 만약 전체 주주통신원들의 반대가 있으면 계약금을 날리고 없던 일로 하기로 했습니다.

계약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였고 한주회 중앙위 운영위원들이 100만 원씩 내고 부족한 금액은 이 위원장님이 보태는 방식으로 계약금 1000만 원을 모았습니다. 그리곤 바로 1월 11일 역사적인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그 후 서울지역 주주통신원 모임, 경인강 주주통신원 모임에서 종로에 계약한 사랑방 후보지인 음식점 <전라도맛집>을 보여주고 추진 관련 설명을 한 것으로 압니다.

종로시민사랑방은 이렇게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순식간에 진행된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초지정을 모르는 많은 주주통신원님들은 “<한겨레:온>도 아직 자리를 못 잡았는데 갑자기 무슨 음식 장사냐, 주먹구구로 막 진행하는 거냐, 주주통신원들이 들러리냐” 등 많은 비판과 지적,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많은 주주통신원님들이 추진인들의 고충을 이해해주시고 창립발기인으로 동참해주셨고, 이왕 시작했으면 잘 해보자며 여건이 안 되는 분들도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종로에 한겨레 가족 아지트를 연다는 소식이 퍼지자 더 많은 주주님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 사진: 지난 3일 종로시민사랑방 창립발기인대회 준비회의 중인 창립추진위원들

그런 우려와 격려 속에서 추진위(위원장 이요상)와 저는 밤낮없이, 주말 휴일 없이 준비하여 2월 3일 창립발기인대회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본사에서도 사랑방 추진에 대해 처음에는 모금이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광고가 나가자마자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1차 모금 목표금액을 열흘만에 초과달성하자 무척 놀라는 분위기입니다.

27일 기존 시설 철거에 이어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다음 달 20일쯤이면 멋진 시민문화공간이 탄생할 것입니다. 당연히 한겨레 주주통신원회가 주도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한겨레온 콘텐츠 생산의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종로시민사랑방에는 한겨레온 부스를 마련해 누구나 한겨레온에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겨레:온 콘텐츠는 주주통신원과 한겨레 간의 소통을 넘어 시민사회와의 연대도 모색해야 합니다. 한겨레, 국민주주, 시민사회 사이를 연결하는 분들이 바로 여러분 한겨레 주주통신원이십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산책이나 산행하고 술 한 잔 하고 마는 모임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민사회의 중심, 한겨레 주주통신원회’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우리 주주통신원님들의 역량과 지혜, 한겨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크신지를 잘 압니다.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도 제가 이 일에 열정을 바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잘 될 것이라는 확신. 그러나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모여 어울려 큰일을 추진하다보면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실망하기도, 상처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아예 닫아버리거나 아주 떠나가는 일만큼은 없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오늘 우리가 모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회사 종업원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입니다. 하물며 자발적인 열의로 재능과 노력, 지혜로 봉사하는 한겨레 주주통신원님들이 큰일을 도모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그러나 “이것 해보자, 저것 해보자.”며 지금도 저를 채근하는 주주통신원님들을 뵈면 또 힘이 납니다. 지금 지치셨다면 잠시 여유를 즐기시면 됩니다. 아주 멀리 가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종로로 귀환한 ‘87년의 시민’ 한겨레 주주통신원 여러분과 진달래 활짝 핀 날 모여 막걸리 한잔 하시죠.

이동구 한겨레 커뮤니케이션팀장 겸 <한겨레:온> 에디터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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