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祖國)은 영원히 위대한 조국(祖國)

<코리아의 기상 2022-2 / 모바일그림 – Artrage Vitae 앱 사용 / K1모바일화가 정병길 작>
<코리아의 기상 2022-2 / 모바일그림 – Artrage Vitae 앱 사용 / K1모바일화가 정병길 작>

정권교체를 화두로 내걸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출하며 어쩌다? 당선된 새 대통령의 지지율이 매주 최저 하락률을 갱신하고 있다. 공정의 화신처럼 행세했던 그 대통령의 당선 이후 공정한 보습은 보기 힘들고, 그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불공정한 처사가 연일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윤핵관’을 비롯한 초 거물들이 개선장군처럼 기세등등하던 집권 여당의 지지율도 속절없이 동반 추락한다. 원인이야 수많은 여론매체에서 꼼꼼하게 분석해 보도해 주니, 이 분야 지식에 일천한 내가 이에 더 언급하는 것은 사족을 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선거 때, 자당 후보의 위기 때마다 비단주머니의 전략을 꺼냈다는 당시 여당의 대표는 오래 전 일로 징계를 받고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로 전락하여 위기에 처해 근래 전국을 유랑하고 있다. 하긴, 천하의 제갈량도 주군 유비의 절체절명의 위기 때마다 비책이 든 비단주머니를 풀게 해 주군 유비를 구출했으나, 정작 자신을 위한 비단주머니 얘기는 전하지 못했으니, 인간이란 무한한 우주의 섭리는 통달해도, 왜소한 자신의 일은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세상사인지도 모른다.

나는 자칭 진보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왔다. 나에게 선거권이 부여된 이후로는 거의 진보진영에 속한다는 인물에 투표했다. 그럼 이제 그 ‘어퍼컷 세리머니’를 매우 불안하게 봤던 내가 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진다고 기분이 좋을까? 아니다, 절대 아니다.  대통령이 성공하고 나라가 잘 나가야 내가 살 수 있다. 더우기 대안이 보이지 않는 이 마당에 더욱 불안하다. 그 때는 어디서 연구해 온 그 기묘한 ‘어퍼컷 세리머니’가 다수 국민에게 먹혀 들어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회고해 보건데, 조국(祖國)과 조국(曺國)을 구별하지 못하는 값싼 의리에 민심이 술렁거렸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내일 본 회의를 열겠다'는 덜 떨어진 결기는 그때까지 밀어준 국민의 성원을 두 쪽 냈다. 부동산 부자 고위 관리들이 머리 싸매고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을 만들어 내 놓으니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뛰었다. 하도 뒤죽박죽이어서 어느 게 먼저고 어느 게 나중인지 구별이 안 간다. 마지막 대미는 개인카드와 법인카드를 구별하지 못하는 어느 가계의 가장이자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국가를 운영하겠다고 나섰으니 당연히 국민 다수가 선택을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 놓고도 반성은 없다. 잘못은 모르니 반성할 이유가 없다. 아마, 이 잘못은 저들만 모를 것이다. 우리 집도 내분이 일어났다. 이제 머리 큰 아이들이 TV 뉴스를 보며 저들을 욕을 해 댔고, 차마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나는 이를 못마땅해 했다.

지금 지지율이 오르니 저들이 잘해서, 국민들이 오해를 풀어서 오른 줄로 착각할 것이다. 한참 착각이며 한심할 일이다.  정치 격언에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다. 먹거리만 보이면 진보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부패하고, 보수도 권력만 잡으면 지지율은 보지 못하고 분열한다.


그 해 임진년, 지금까지 치밀하게 준비된 왜군이 밀어닥치자, 여태 아무런 대책이 없던 임금과 조정은 중국 쪽으로 보따리를 쌌다. 종묘와 저들의 안녕만 있지, 백성의 안위는 각자도생이었다. 국가의 위기를 예견하고 사전 준비한 한 의로운 장수가 부하들을 독려하며 ‘죽고자하면 살 것’이란 신념으로 조선의 바다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백성들이 창과 칼을 들고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굴욕적인 명의 도움을 받았다. 나라가 겨우 살아나고 조정이 돌아왔다. 이러한 전통이 이어져 온 것인가? 위기 때마다 정부나 고위층은 보이지 않고, 백성들이 난관을 타개하고 외국에 의존하려 한다.
백성의 세금으로 인심 쓰고 생색내는 정부 및 고위 관리자분들,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내 가족의 안녕도 재산도 허사라는 걸 모르실까? 하긴 휴가 때마다 외국에 사는 자녀들 만나러 가는 고위층이 많은 나라인 듯도 하다.

하등 동물들도,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머나먼 먼 길을 회귀해 번식하는가 하면, 죽을 때는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을 향한다고도 한다. 조국(祖國)은 영원히 위대한 조국(祖國)이다. 고금의 역사를 보면 조국(祖國)의 소중함을 재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후는 날로 악화되고 인구 절벽에, 경제는 양극화되고 있다. 대책을 세워 그해 임진년같은 재앙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시금 국민 통합과 지도층의 큰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정병길 주주  bgil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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