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사진작가

 

옥천군 동이면의 신명소인 금강해바라기가 지금 한 창입니다. 늦여름의 계절이라서  약간은  지각생이지만, 요즘 한참 예쁘게 해바라기가 귀여운 얼굴을 쳐들고 있어서, 이 곳을 지나는 이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합니다.

옥천에서 10 여분, 금강유원지에서 5분 거리 이내로, 약 2천 여평의 면적인 이곳 동이면 해바라기 단지는, 동이면 적하리 18-4번지의 위치(구 경부고속국도 금강2교 근처)합니다. 동이면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봄에서부터 여름 내내 땀으로 일구어 낸 모습이, 해바라기의 노란 꽃 잎과 파란 잎새에 깊이 새겨 있음을 직감합니다. 

동이면주민자치위원회는 2022년 7월 20일 첫 주민총회에서 동이면 옐로우 로드 조성으로, 올목의 유채꽃밭부터 금강유원지까지 이어지는 강변, 도로와 마을 주변에 노란색과 연관된 꽃과 나무를 파종·식재하자는 "옐로우 로드 안"이 거의 만장일치로 확정하였습니다. 2023년 부터 추진합니다마는 벌써 구 금강2교까지, 옐로우로드가 조성되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바라기 단지를 보면서 옥천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인 정지용 님의 "해바라기씨"를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해바라기 씨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 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 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약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이다.


정지용


장수군 뜸봉샘에서 시작되는 금강의  맑은 물은 옥천에서 15회 U자형으로 굽이칩니다.  그 중에 하나인 이 곳 "동이면금강해바라기단지"는 금강의 맑은 물과 철봉산과 어깨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듬뿍 마신 해바라기라 그런지, 유난히도 짙은 노란색을 띠고 있습니다.

정성껏 가꾼 해바라기 단지가 노랑물결로 금강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소문을 듣고 옥천, 대전, 청주 등 인근 사진작가들의 명소로 소문이 나서 아침 일찍부터 해바라기 촬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단지 내의 많은 해바라기들이 넉넉하고 환한 모습으로 주변의 푸른산과 금강물 속에서 유난히 뽐내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을 유난히 좋아하는 해바라기 꽃들이, 잠시 외출나간 구름속에 가려진 햇님이 솟아오르기를, 애타게 긴 목을 쳐들면서 기다립니다.

금강유원지로 가다가 지나치는 길에 슬며시 보고 지나는 이들이 많습니다. 차량 속에서 보는 해바라기와 직접 해바라기단지 속으로 파고 들어서 함께하는 느낌은 너무나 다릅니다.

어릴적 형제자매와 해바라기 꽃밭에서 숨바꼭질하던 추억이 온몸을 감싸는 향수에 젖을 것입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잠시 해바라기 속에서 함께하기에는  최고입니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아기 해바라기와 함께하기도 하고, 때론 홀로 찾아서 유유히 흐르는 금강물을 보면서 물멍에 빠져 들기도 하고, 어깨산 자락을 보면서 산멍에 취하는 낭만을 즐길 수가 있는 곳입니다.

올해 여름햇살을 듬뿍 받아서 그런지 노란색과 나뭇잎의 푸른색이 유난히도 곱습니다. 마치 애국조회가 있던 옛 시절에, 어린 초등학생들이 아침조회 시간을 기다리면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해바라기는 유독 키재기를 잘합니다. 서로 햇님을 보기 위해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모두 한 방향으로 마음을 묶어가면서 살아갑니다. 조화로운 경쟁사회를 보 듯 합니다.

해바라기 종류도 다양합니다. 색이 연한 노란색인 이탈리안화이트, 해바라기 전체가 붉은색인 붉은색 해바라기, 씨가 크고 빨리 자라는 키다리 해바라기인 자이언트 해바라기, 아주 찐한 노란색에 키가 큰 드워프 골드 해바라기, 보라색을 띠는 보라색 해바라기, 난쟁이 해바라기 등 수없이 많습니다.

이 곳의 해바라기는 키가 작은 왜성해바라기입니다.

줄을 맞추어서 골을 타고 씨를 뿌렸기 때문에 사이사이에서 해바라기 감상이 가능합니다. 해바라기들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감상을 해야 합니다.

키가 작은 해바라기 속에서도 유난히 노란 꽃잎을 뽐내면서, 키가 큰 모델 해바라기 들이 있습니다. 마치 왕비라도 된 듯 살랑바람에 거들먹 거리기도 하지요. 

해바라기는 개성을 중시하면서 저 잘난 맛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햇님이 구름에 가리면 가리는 대로, 여유있게 기다리면서 밝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인생의 한 수를 배웁니다.

동이면은 봄에는 옥천금강수변에 유채꽃 단지를 조성하여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시키고 있습니다마는, 늦여름에는 다시 멋진 해바라기 단지를 금강변에 등장시키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크게 감동입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옥천군 동이면의 명소인 "금강해바라기 단지"를 한 번식 다녀가세요. 여름 해바라기는 씨앗이 생기기 전인 지금이 최고의 절경입니다.​


* 이 글은  옥천닷컴(http://www.okcheoni.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본 보기:  http://www.okcheon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35
 

편집 : 김미경 편집장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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