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포항에 내려가 있는 큰며느리 야죽당(野竹堂)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오늘 크롱이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정말 오랫동안 함께 했는데... 이젠 안녕해야 하네요."

며느리 야죽당이 한국으로 나온 사이 그가 애지중지 기르던 밴쿠버의 반려견 크롱이가 죽었다는 것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 또,
"아버님, 며칠을 울면 슬픔이 다 사라질까요? 크롱이가 별이 되어 수많은 자책과 후회가... 몸도 마음도 아픈 8월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나고 있네요."
하고 카톡을 보내왔다.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몹시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다음과 같이 위로의 글을 보냈다.

며느리 야죽당에게

그렇겠지! 얼마나 가슴이 먹먹하겠니? 거의 20년을 가족처럼 함께한 크롱인데...

나도 크롱이가 갔다는 소식 듣고 엄니와 리버사이드 너의 집 갔을 때 크롱이와 겪었던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너의 집에 간 다음 날이었을 거야. 엄니와 크롱이 끌고 앞 공원으로 나갔는데, 너무 좋다고 뛰는 바람에 그만 줄을 놓쳐 도망갔지 뭐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쏜살같이 달아나 당황했을 때, 차를 몰고 가던 어느 중년 남자가 이 광경을 보고 차에서 내려 크롱이를 잡아 주셨단다. 한데, 그건 잡은 게 아니라 크롱이가 그분을 따른 것이다.

그때 그분은 차에서 내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크롱이를 향해 뭐라고 하니까 크롱이가 그분께 다가가 꼬리를 치며 안기더구나! 그분은 나에게 "데리고 가세요!" 하며 빙긋이 웃더구나. 분명 그분은 개를 다룰 줄 아는 사육사나 훈련사였을 거야.

또 이런 일이 있었단다. 아마 너도 기억할 것이다. 네가 세라, 세웅이 데리고 북경 어학연수 갔을 때 집엔 엄니랑 나, 아범, 그리고 크롱이만 남았었지. 아범 한의원 나가면 엄니와 나, 크롱이 셋.

한데, 너희들 북경 간 뒷날부터 먹지도 않고 소파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지 뭐냐! 그러다 아범이 퇴근해 들어오면 그때야 기어 나와 밥을 좀 먹었다. 점점 시간이 가면서 이런 상태가 반복되더니 급기야 아범이 와도 나오지 않고 식음을 전폐했다.

엄니와 난 덜컥 겁이 났다. 저러다 죽으면 어떡하지? 개도 못 보고 죽였다는 원망 들을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한데, 그 다음날 너희들이 집에 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와 꼬리치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그때 크롱이가 몹시 얄밉기도 했었단다.

그런 크롱이가 갔구나!
저 하늘나라로!

그래, 헤어짐은 언제나 슬픈 일이란다. 더구나 옆에서 임종을 지켜주지 못한 너의 입장에서야 더욱 그러하겠지! 하지만, 에미야! '生者必滅'이라 했단다. 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갈 것을 전제로 하고 나온 것 아니겠니?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는 '會者定離, 離者定會'가 바로 삶(生涯)이 아닐까!

에미야, 나옴(生)과 죽음(死)은 둘이 아니란다. 하나란다. 헌데, 사람들은 이걸 둘로 생각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여 거부한단다. 죽음은 쓰다듬어서 맞아들여야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결코 아니란다.

에미야,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우리 잘 보내주자!
크롱아, 잘 가라! 또 만나자!

2022.8. 22. 새벽

김포 하늘빛 마을

-여안당에서 크롱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아버지 한송이 며느리 야죽당을 위로하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  jwy-hansong@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