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문맹률 개선으로 실질 선진국이 되자

필자 사진 /  광명시 벽천
필자 사진 /  광명시 벽천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사하여 발표한 국제 성인 문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 문맹률은 75%인구 4명 중 3명이 문장을 읽고 새로운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 문맹률이 OECD 꼴찌를 하였다는 다소 충격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뉴스를 접하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최고의 대학 입학률로 80%에 가깝고 전 국민의 문자 해독률도 99%에 이르는 등 명실상부 세계 어디에 비교해도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데 실질 문맹률 꼴찌라니 고개가 갸우뚱 거려지며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조회해봤더니 뉴스는 찾기 어렵고 실질 문맹률을 벗어나는 방법을 홍보하는 학원 업체들의 글이 도배되어 있었다.

여기저기를 클릭하며 얻은 정보는 한자교육을 안 해서’ ‘논술교육을 안 해서’ ‘독서토론교육을 안 해서등등 백가쟁명(百家爭鳴)을 하고 있었다.

다들 자기들의 입장에서 홍보성 진단을 하다보니 종합적인 실태파악이 되지 않아 나름대로 원인을 찾아 글을 쓰게 되었다.

필자 사진 / 채만식 문학관 조형물
필자 사진 / 채만식 문학관 조형물

첫째, 한자교육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수긍되는 면이 없지않다

우리나라 단어의 70%가 한자어라고 하니 단순히 생각해서 한자를 모르면 문장의 70%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된다. 한자어를 한글어로 하루빨리 전환하든지 아니면 한자어 이해를 위한 한자교육을 하든지 시급히 방향을 잡는 것이 올바른 길인 것 같다. 사실 한자를 모르고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기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5년간 천자문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천자문을 다 쓸 줄은 몰라도 음(音)과 훈(訓)을 확실히 숙지하여 단어를 읽고 뜻을 풀 줄 알면 굳이 사전을 일일이 찾지 않아도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게 되니 천자문을 처음 배우기가 어렵지만 배우고 나면 평생을 유익하고 간편하게 살게 되어 일거양득이 된다.

우리가 싫다고 해도 동북아는 한자문화권으로 한자를 어느 정도 공부해야 동양문화를 이해하고 또한 동북아 국가 국민들과 문화교류를 하는데 아주 요긴하고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자교육에서 파생되는 동양적 예의범절과 효()사상을 덤으로 학생들에게 교육하게 되어 가뜩이나 삭막해지는 사회분위기를 개선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내 큰아들은 87년생인데 교육과정에서 한자를 배우지 못해 관광지에서 안내판을 보면 오히려 영어 해설문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는 현상을 보인다.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뿌리 없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둘째, 독서량의 지속적인 감소다. 2019년 문체부 발표 국민 독서 실태조사를 보면 연간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성인 비율이 52.1%,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비율이 48%로 매년 올라간다고 한다. 연간 독서량은 성인 평균 6.1(독서자 기준 11.8)에 머물러 있어 OECD 꼴찌 수준이다.

연간 책을 한 권도 안 읽는 성인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를 하는 사람들도 양적인 독서에서 벗어나 질적이고 계획적인 독서를 하도록 사회분위기를 잡아가야 한다. 매일 읽기 편한 소설책만 읽는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허구적인 상념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상의 절반씩을 선악이 양분하고 있듯이 책에도 분명 양서와 악서가 있다. 악인이 글을 쓰면 자연히 악서가 될 것이다. 또한 아무 개념도 없이 악서에 포섭되면 악인이 되지 않겠는가? 이러려면 차라리 독서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서점가에서 양서라고 목록이 만들어진 책을 문학, 역사, 사회, 경제, 철학, 과학, 예술의 분야로 나누어 매월 몇 권씩 독서계획을 세우고 읽다보면 어느 사이 지식인의 대열에 합류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셋째, 초 중등 대학 전 교육과정에서 인문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대학입시에서 어학 인문학과가 경상 의학 이공계학과에 밀리며 비인기학과로 추락하여 학생수도 급감하고 학과마저 없어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심지어 각 대학 학과마다 필수교양과목으로 배우는 인문사회교육과목 마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상 의학 이공계 학생들도 전공과목에만 파묻혀, 대학인으로서 전인적인 교육을 받은 국가의 선량이 아니라 한갓 기술인 의술인 경제인 과학자로만 사회에 배출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인문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사회 조직의 상층부에 포진하게 되면 그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어질까 생각해 보라. 오로지 자기의 전문적 지식에만 충실하여 조직원과 사람들을 조직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는 매일같이 뉴스를 통해 이런 괴물 같은 상층조직의 사람들을 목도한다. 어쩌다 이제는 폭압적이고 반민주적인 집권자와 집권세력까지 만나게 되었다. 50년간을 가난을 탈피하려고 압축성장에만 매진하다가 오히려 중요한 인간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괴물의 시대를 살아가게 되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그래서 다시 교육의 제1의 목표를 인간교육 인문교육에 두고 교육 전 과정에 인문사화교육을 우선하며 대학에서는 필수교양과목을 인간의 목숨처럼 가르쳐서 이 나라가 더는 괴물의 나라가 되지 않도록 인문소양교육의 배수진을 쳐야 하겠다.

77주년 광복절 기념 '제1회 통일예술제'에서 <촛불혁명 시민의 함성>책을 관람객에게 교부했다
77주년 광복절 기념 '제1회 통일예술제'에서 <촛불혁명 시민의 함성>책을 관람객에게 교부했다

넷째,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

나는 중학교 시절 중앙일보를 배달하면서 신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려서부터 줄곧 신문을 읽어 또래들 보다 똑똑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정도로 신문의 덕을 톡톡히 보았으나 내가 40대에 봤던 조중동 신문은 논설과 칼럼들이 비위 상하고 화가 났다. 보수언론들은 그 잘난 글 솜씨로 교묘히 진실과 진리를 비틀며 곡학아세(曲學阿世)하고 궤변적 논설로써 무지한 민중을 계도하기는커녕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며 민중의 정체성을 상실하도록 수십 년을 오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편승하여 재벌 대기업의 광고에만 목매이며 이 나라와 국민이 올바로 가야할 길을 애써 외면한 채 자본의 마름이 되어 재벌 대기업 기득권의 초라한 나팔수로 목숨을 부지하니 무지한 민중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가야할 바를 몰라, 재벌 대기업 부자를 대변하는 정당의 앞마당에 앉아 태극기를 흔들어 대는 웃기고도 슬픈 현상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이나 경제관련 정보나 전달하며 인문적인 지식, 즉 우리나라의 역사 사회 문학 등의 지식전달을 위한 기사는 거의 쓰지 않아 국민들이 올바른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쓰레기 같은 극우 극좌 편향의 근거 없는 정크뉴스(junk news)나 유튜브에 현혹되어 국론이 갈가리 찢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국론분열의 중대 책임이 보수언론에 있으며 이런 보수언론의 오랜 논조가 우리 국민의 실질 문맹률을 악화시키는 주 요인임을 알아야 한다.

실질 문맹률이 높아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으로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상황 속에서 분별력 없이 사기에 걸려들고 사이비 종교에 현혹되거나 끊임없이 보이스피싱 등에 낚여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이 막심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나라의 운명과 자기 가족의 미래가 걸린 투표마저 주체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서민들이 보수언론에 세뇌되어 재벌 부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등 정체성 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께서 말씀하신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속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씀으로 인간은 성현의 훌륭한 생각과 경험이 녹아있는 책을 매일같이 읽지 않으면 짐승처럼 사납고 더럽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매일 세 끼 밥을 먹듯이 우리의 정신에도 지속적인 영양분을 공급해 줘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래야 심신(心身)이 겸전(兼全)한 인간이 되지 않겠는가? 

이제라도 온 국민이 독서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통찰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가적 범사회적인 실질 문맹률 개선 운동이 확산되어 실질 문맹률 최악이라는 불명예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실질 선진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안중근 의사 서예
안중근 의사 서예

조형식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객원편집위원  july2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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