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가을 하늘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되찾을 방법

또한

여의치 않다.

 

생각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을 하늘 속으로

사라진 마음을

되찾으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안녕을

기원하기로 했다

 

그래

잘 있거라

수풀 저편

하늘 아래 흰 구름 속에

꼭꼭  숨어 있어라.

그 속에서 평안과

안식을 누릴 수 있다면

언제까지고 있으려무나.

 

                                                                                                                      (숲과 하늘 /  사진 심창식)

 

그때  

카톡에 메시지가 떴음을

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주춤주춤

뒷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메시지를 확인하러 

카톡방에  입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메시지가 2 개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맨 위에 있는

첫 번째 메시지는 삭제된 상태였다.

두 번째 메시지는 남아 있었다.

- '30초가 지나면

첫 번째 메시지는 삭제됩니다. 

 짹각짹각' -

 

서둘러 확인한다고 했는데

그 새에 벌써

30초가 지났나보다.

 

세상에 무슨

이런 메시지가 다 있을까.

혹시 스팸 메시지일까.

나에게 이런

미스터리한 메시지를 

보낸 자는 누구일까.

다행히 발신자는

자신의 신원을 밝혔다.

 

  ( 흰 구름이 외계에서 온 비행선처럼 도심의 수풀 위를 선회하고 있다 / 사진 심창식 )

 

 

발신자는

바로

가을 하늘이었다.

첫 번째 메시지가 메인이었을 텐데

메인이 사라졌으니 

발신자가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도를

확인할 길이 없다.

 

가을 하늘이 

나와 더불어

밀당이라도 하겠다는 겐가.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나의 마음을 훔쳐간 것이 

미안해서일까 

나와의  밀당을 시도할 줄은

미처 몰랐다.

 

참을성도 없지

30초 안에 확인 안 했다고

메시지를 삭제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도대체  가을 하늘은

나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