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06.17.)는 심의안건 4건 중 1건은 심의를 완료하였으나 그 외 1건은 연기하고 2건은 재심의하기로 했다. 심의를 완료한 여성 노동자의 다발성골수종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심의 완료 후 51일이 지난 8월 8일에서야 공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한겨레, 2022-04-01.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한겨레, 2022-04-01.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여, 1972년생)는 만 47세가 되는 해인 2019년 6월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용역 업체 노동자의 노동생애 경로가 잘 드러난 사례다. 노동자가 2004년 이후 2019년 6월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기까지 작업한 현장은 A디스플레이 공장(2004.10~2006.7), 일용직으로 전지검사와 계단청소를 수행한 ◇사업장(2006.7~2010.5), B디스플레이 공장(2010.5~2019.6)이다. B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작업할 때, 노동자가 속한 청소용역 업체는 3번 바뀌었다. ☆, □, △사업체 등이다. 물론 A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할 때도 여러 협력사를 거쳤다. 즉, 용역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가 원만하게 이뤄졌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노동자의 노동 생애 중 작업 현장은 불과 두 곳인데도 그 속한 사업체는 5개 이상이라 할 만큼 여러 곳이었다.

노동자가 진술한 바를 토대로 정리하면, 첫째, 결혼 전에는 목욕탕 카운터 업무를 보았고, 결혼 후에는 가끔 스타킹을 접은 부업을 제외하면 취업 이력은 없다. 둘째, 노동자는 2004년부터 여러 협력사를 옮기면서 A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청소용역 업무를 수행하였다. 2004년 10월부터 2006년 7월까지 A디스플레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이후 일용직으로 ◇사업장에서 전지를 검사하고 계단을 청소하였다. 셋째, 그 이후 2010년 5월에 ☆사업체에 입사하여 명확한 시점은 기억하지 못하나 B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청소 업무를 수행하였다. 2013년 2월부터는 □사업장에 입사하여 2017년 1월까지 B디스플레이 공장의 청소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후 2017년 1월부터는 작업현장은 동일한 B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청소업무를 △사업체 소속으로 수행하였다. 넷째,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약 7년 동안에는 약품(아세톤)을 이용하여 하루 1~2회, 30분 정도 청소하였다. 여섯째, 노동자는 2017년 11월 1일부터 2019년 6월 16일까지 △사업체 소속으로 B디스플레이 공장의 공정 청정관리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주 업무는 라인을 청소하는 작업이었다. 다섯째, 라인 청소 시 방진복을 착용하였으며, 면포나 밀대를 이용하였다. 여섯째, 근무형태는 오전 8시부터 17시까지 주간 근무였다.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 7월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설것을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연세대를 피고로 빨간 딱지에 이유를 적어 붙인 뒤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2022-08-26.
연세대학교 학생들과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 7월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세대가 청소경비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설것을 촉구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연세대를 피고로 빨간 딱지에 이유를 적어 붙인 뒤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2022-08-26.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7년 1월부터 △사업장 소속으로 일하던 중 2019년 5월 허리통증으로 진료받았고, 갑작스러운 신부전 소견이 보여서 추가 검사와 치료를 하려고 대학병원에 간 후 2019년 6월 20일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았다.

노동자는 2019년 5월 허리 통증과 오한을 주로 호소하면서 내과의원을 방문하여 신우신염 진단 하에 치료받던 중 수행한 검사에서 혈중 크레아티닌 증가와 신기능감소의 소견이 나타나서 신부전 원인규명과 치료를 하려고 6월 14일에 대학병원으로 옮겨 입원하였다. 추가로 감별진단을 하려고 수행한 혈액과 신장조직 검사에서 혈중 면역글로불린 경쇄(light chain) 과다가 드러나기에 혈액질환 감별을 목적으로 6월 20일 골수 조직생검을 하였다. 검사 결과, 형질세포골수종과 벤스-존스(Bence Jones)단백으로 인한 만성신부전을 진단받아 화학적 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경과 관찰 중이다. 노동자는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약물관리 중이며 골다공증과 그에 따른 척추골절(2017년)로 수술받은 이력 외에 특이 질환은 없다. 흡연과 음주는 하지 않았고, 형제와 가족들에서 조혈기계 질환은 없었다. 노동자가 진술하길, 다발성골수종으로 치료받기 전에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복용 등의 이력은 없고, 큰 체중 변화나 전신질환은 없다.

노동자는 청소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노출된 화학물질과 방사선이 상기 질환 발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여 산재 인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려고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스타벅스는 28일 서머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스타벅스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2022-07-28.
스타벅스는 28일 서머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스타벅스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 2022-07-28.

2022년 6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2.06.17.)는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1972년생 여성 노동자는 만 47세이던 2019년 6월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A전자제품 제조업 회사에서 청소용역 업무를 수행하였고, 2010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B전자제품 제조공장에서 청소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질환과 관련된 작업환경요인 중에서 충분한 근거로 제시한 원인 물질은 1,3-뷰타다이엔(butadiene), 펜타클로로페놀 등이고, 제한된 근거의 원인 물질은 벤젠, 산화에틸렌, 스타이렌, 1,1,1-트리클로로에탄, X-선, 감마선 등이다. 넷째, 노동자는 3~4개월 단위로 청소 구역을 할당받아 순환하며 근무했다는 점에서 같은 층에 근무하는 오퍼레이터와 같은 상주 노동자와 동일한 종류의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평가되나, 전체 환기를 통한 간접노출이라는 점, 청소작업의 경우 가동된 설비와는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사람이 다니는 동선 위주의 작업을 수행했다는 점 등으로 보아 일반 오퍼레이터와 PM 작업자보다는 노출수준이 낮았다고 판단된다. 2004~2006년에 설비반입 당시 아세톤(약 1.2리터)을 바닥에 부어서 청소하는 작업을 수행했을 경우 미량이나마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자극성이 강한 냄새를 띤 기체상의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보이나 폼알데하이드와 다발성골수종 간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다.

노동자는 2019년 6월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은 지 약 3년이 떠나간 2022년 6월 17일에 역학조사평가위 심의가 완료되면서 그 질병의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4년 9월 13일

*이 글은 <호남노사일보>(2022.9.13.)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http://www.honamnosailb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6589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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