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신이 일하시는 시간 (필명 김자현)

 

밤은 신이 일하시는 시간

불야성 같았던 저 먼 도시에서부터

탐욕으로 켠

인간의 등

하나둘 하나둘 꺼지면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시는 신의 소리 들린다

빛을 감춘 최상의 환희

바람의 신을 신고 내려앉으시는 소리

인간들이

하루 한낮 싸놓았던 질펀한 오물을

공평하게 거두어 청소하시는 시간

음식 쓰레기 수거 차량, 도심을 가로지르는 눈 빨간 노동자들

빈촌 가로등에 걸린

원한과 굴욕 그리고 처절의 분신들을 모두 걷어

그분이 정화시키는 시간

담벼락이 일마일이나 되는 부촌이든

부뚜막도 없는 살강이든

용서와 사랑

화합과 안정액 혼합하여 온 대지를 향해 분사하시면

어느새 상큼해진 공기의 냄새가

새벽이라는 미명을 타고

또 하루 살아낼 신의 원기를

인간의 들창에 한 줌씩 한 줌씩 뿌리신다

밤은 신이 일하시는 시간!

 

사진 출처 : 필자 본인
사진 출처 : 필자 본인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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