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10.09~10.15), 노동자 10명이 집으로 퇴근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의 하루 중 분포는 심야 2명, 오전 6명, 오후 2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월 1명, 화 3명, 수 2명, 금 2명, 토 2명이다. 노동자가 목숨 빼앗기지 않은 날은 일요일밖에 없다.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5명, 부딪힘 1명, 물체에 맞음 1명, 끼임 3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2명(인천 1명, 세종 1명), 광역도 8명(경기 5명, 강원 1명, 충북 1명, 전남 1명)이다.

삼가는 마음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정리해본다.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28일 오전11시 인천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제공. 한겨레, 2022-04-28.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28일 오전11시 인천 미추홀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제공. 한겨레, 2022-04-28.

10월 10일(월), 11:50경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 국제도시의 어느 30층짜리 아파트 보수 작업 현장에서 외벽 보수공사를 맡은 용역업체에 입사한 지 불과 4일째인 33세 남성 노동자 1명이 달비계를 이용하여 28층 높이의 외벽에서 유리창에 대한 물청소 작업 중 달비계의 밧줄이 끊어지면서 70m 아래 지상 1층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당시에 강한 비바람(초속 6m) 속에서도 작업이 강행됐던지라 옥상 난간의 알루미늄 판에 달비계의 밧줄이 여러 번 흔들려 쓸리면서 끊겼다고 추정한다. 고층 건물에서 달비계를 이용한 작업은 좌우로 번갈아 이동하면서 이뤄진다.

10월 11일(화), 09:25경 세종특별시 연서면의 어느 시설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외부 시스템 비계 5단 작업발판 상부에서 펌프카를 리모컨으로 조정하던 중 아직 확실하지 않은 원인으로 펌프카 붐대가 꺾이면서 떨어지는 붐대와 벽체거푸집(유로폼)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09:30경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어느 지붕 채광창 교체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지붕 위(높이 13m)에서 채광창을 교체하던 중 밟은 채광창이 파손되는 바람에 지상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22:10경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의 어느 사업장에서 화물칸 상부의 택배를 정리하려고 지게차 포크에 팔레트를 결합하고 확인한 후 이동하던 중 레버가 잘못 작동하는 바람에 백레스트(Backrest)가 기울면서 헤드가드(head guard)와 백레스트 사이에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경기도 평택 에스피엘(SPL)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정의당 의원들이 공장을 방문했다.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교반기 공간을 가린 흰 천을 걷어내고 있고, 뒤에서는 동료 노동자들의 작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의원실 제공. 한겨레, 2022.10.21.
경기도 평택 에스피엘(SPL)공장에서 끼임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정의당 의원들이 공장을 방문했다.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교반기 공간을 가린 흰 천을 걷어내고 있고, 뒤에서는 동료 노동자들의 작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의원실 제공. 한겨레, 2022.10.21.

10월 12일(수), 13:53경 경기 평택시 비전동의 어느 도장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옥상 구조물을 도색할 때 사용한 로프를 정리하던 중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5:40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어느 도로 확장공사 현장에서 굴착기 운전원이 측량에 방해가 되는 나무를 굴착기로 쳐내는 작업 중에 절단된 나무를 집은 상태에서 붐대를 돌리던 굴착기가 넘어지는 바람에 운전석에서 이탈되어 그로 인한 충격으로 목숨을 빼앗겼다.

10월 14일(금), 08:44경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의 어느 펌프 제작 설치 현장에서 공업기계를 설치·정비하는 노동자 1명이 취수펌프를 설치하는 기초 작업인 절단 작업 중에 수압으로 이탈된 후면 배관(신축관)의 일부에 맞아 병원 이송 후 목숨을 빼앗겼다. 11:30경 경기 하남시 풍산동 소재 어느 공사현장의 임시 시설 재료(H빔) 상부에서 노동자 1명이 흙막이 임시 시설을 해체하던 중에 보받이 부재인 H빔과 함께 4.3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바닥에 돌출됐던 벽체 철근에 찔려 목숨을 빼앗겼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청년진보당 관계자들이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한겨레, 2022.10.21.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청년진보당 관계자들이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한겨레, 2022.10.21.

10월 15일(토), 06:15경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소재 SPL(SPC그룹 계열사) 평택공장의 냉장 샌드위치 공정에서 23세 여성 정규직 노동자 1명이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는 배합기(配合機)에 상체가 끼여 목숨을 빼앗긴 채로 발견됐다.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방호장치인 인터로크(interlock)가 설치된 배합기는 9대 중 2대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 노동자는 1년 넘게 야간근무조로 일하며 밤새 10~15kg이 되는 재료를 옮기고 기계를 돌렸다(한겨레, 2022.10.21.). SPC는 Samlip&Shany, Paris Croissant Companies의 약자다. SPL은 파리크라상(Paris Croissant)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로서 제과점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Paris Baguette)를 운영한다. 파리바게뜨는 브랜드명이다. SPL은 파리바게뜨에서 필요로 하는 냉동반죽(frozen dough)을 비롯해 완제품 빵, 빙과, 커피, 찹쌀떡, 식빵, 샌드위치, 고구마케이크 등을 생산한다(나무 위키). 냉동반죽은 제과·제빵 재료를 빵 배합표에 따라 반죽 후 1차 발효 또는 1, 2차 발효를 거쳐 성형 후 냉동 또는 냉장 상태로 유통이 가능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냉동반죽은 냉동 상태로 효모나 유산균이 잠시 휴면하는지라 휴면반죽으로도 불린다. 그 또 다른 명칭인 냉동생지(冷凍生地·れいとうきじ)는 일본말이다. 11:40경 강원도 양양군 소재 어느 소나무 굴취(掘取)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분 감기를 하는 중에 후진으로 이동하며 회전하는 굴착기에 충돌하여 목숨을 빼앗겼다. 분 감기는 소나무 뿌리 부분을 투수망으로 감고 바닥 부분에 판지를 댄 후 철선 등으로 감는 작업이다.

장례식장으로 퇴근한 노동자! 목숨 빼앗긴 현장 노동자의 명복을 삼가 빈다. 별이 져도, 꽃이 져도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4년 10월 22일

*이 글은 <호남노사일보>(2022.10.24.)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문 보기:

http://www.honamnosailbo.com/bbs/board.php?bo_table=news&wr_id=17344&me_id=11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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