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 밭 농민에게
권말선
아침마다
아로니아 밭
지나며
멈춰 서서 바라보며
빈
밭
그니는 왜 오지 않을까?
새까만 진주알 쪼아 먹다
발자욱 소리에 놀란
참새떼들 항꾼에 푸드덕
날아가더라고
어느 아침 바쁜 당신을 붙잡고
떠벌떠벌 일러주고 싶은데
탱글탱글 야물대로 야물어
수확을 기다리던 열매들
하루 이틀 사흘…
마침내는
하나 둘 서이 너이…
지쳐 떨어지는 동안도
여전히 그니 오지 않네
야속한 애석한 노릇이네
가지가 휑해진 냥이
눈에 띄게 는 날은
아로니아 밭 앞에
한참 서서
내년 봄을 걱정했네
잡초 무성해진
밭
아로니아 밭
곁을 지나며
나무와 나 사이
세 걸음 정도
빈 공간일랑 접어버리고
손가락 펼쳐
가지를
잎들을
남은 열매를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네
당신이 밭을 돌보던 때의 수고로
알알이 꽉 들어찬 고농도 안토시아닌
부지런히 따 마시다
이제 그만 떠나기로 맘먹은
자벌레를 대신해 천천히
천천히 쓸어주었네
가지마다 다글다글 맺힌
검은 눈물, 아픔
밭고랑마다 앓아누운
근심, 쓸쓸함
다
그니
것이라 해도
모쪼록 내년은
올해와 무척 다르기를
당신
무사히
이 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다가올 겨울 봄 여름 또 가을
부디 안녕하시길
아직 오지 않는
그니를
기도하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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