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은 열렸으나 갈등의 불씨들이 들끓어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하여 새로이 개장한 이래로 집에서 버스를 한 번 타고 10여 정거장 안팎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동안 나가보지 못하고 살았다. 오늘은 수요 집회가 있는 날이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들러서 올림픽 기념물 기획전시 같은 기회가 있으면 우리 집의 것들을 대여하여 전시하도록 돕겠다는 협의를 위해 들르기로 하였기에 여기저기 일이 많은 편이다.

광장을 조성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여 보기 위해 한 바퀴를 돌아보아야 하는데, 세종회관과 그 주변이며 그 옆의 한글공원, 그리고 회관 뒤편의 공원들은 너무 익숙한 곳이므로 우선 광장만 한 바퀴 간단히 돌아보면서 사진들을 찍었다.

먼저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여러 방향으로 찍었다. 광화문은 물론 북악산을 배경으로 단풍이 든 나무까지 배경으로 잡아서 찍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의 모습과 세종회관의 풍경까지 여러 장을 찍었다. 역시 광장을 한쪽으로 만들기 위해 차선들을 교보 쪽으로 모아서 만들어 두어서 시원한 광장이 한층 돋보였다. 이제 이 너른 광장에서 마음 놓고 자신들이 주장을 펼 수 있는 민주의 광장으로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건너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가서 기획전시실을 담당하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였더니, 난데없는 기중담당자를 연결하여 주었고, 전화로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 기획전시실로 바뀌고 전화로 이야기를 하다가 직접 만나보자고 내려와서 함께 10여 분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제시한 올림픽 35주년 기념 기획전이 열린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엠블럼들과 자료들을 기획전시실에서 전시할 수 있도록 대여해드릴 용의가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30주년 기획전을 열었었고, 여러 가지 기획안들이 있어서 올림픽은 좀 기다려야 할 듯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혹시 구입하겠다는 공고가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거기를 보고 희망하시는 대로 해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렇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기로 하고 박물관을 나서서 수요집회 현장으로 갔다.

우선 소녀상이 있는 곳으로 가는 가로에는 연합뉴스 사옥 앞쪽 부분의 전체를 순전히 수요집회를 욕하고 막아야 한다는 거친 말들로 가득 찬 태극기 부대들의 현수막이 가로막고 있었다. 소녀상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가로 약 3m, 세로 약 10m 그러니까 30㎡ 정도의 공간만을 두고 빙 둘러서 차단 가리개로 가로막혀 있었다. 그 나머지 공간은 태극기 부대들의 시위 장소로 허가를 받았으므로 수요집회를 주관하는 정의연대에서는 장소가 없어서 약 30m 떨어진 장소에 그것도 길 건너 쪽에 역시 약 2~3m의 좁은 폭으로 30m 정도의 시위장소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역시 건너편 연합뉴스 쪽은 보행로까지 포함하여서 태극기 부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소녀상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그 좁은 공간만을 차지하고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바로 옆에 또 작은 분리 공간이 있어서 거길 가보았더니 거기도 역시 태극기부대 사람들이 있는 것이었던지 극성스러운 구호가 적인 손팻말이 보였다. 그걸 찍었더니 붙잡고 그걸 지우지 않고 못 나간단다. 왜 그러느냐고 하면서 얼굴을 보니, 그 유명한 친일파 극성여성 주인공이었다. 옆에서 경찰이 혹시 시비가 붙을까 봐서 사진을 지우시라고 한다. 찍은 사진을 지웠으나, 두 장 중 한 장만 지웠기에 한 장<손팻말의 사진>은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나와서 수요집회장의 건너편에 있는 극성 우파들의 현수막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20여 장을 차례로 찍어 가지고 나왔다.

항상 사용하던 소녀상이 있는 것이 아닌 길건너편의 건물 옆 1차선 차로만을 막은 비좁은 곳이었다. 이제 수요 집회 현장에 가서 손팻말도 한 장 얻어서 넣고 집회 현장을 여러 방면에서 사람들의 참여 모습을 좀 더 확실하게 보이도록 잘 찍기 위해 여러 장을 찍었다. 전, 후, 좌, 우, 심지어는 길 건너까지 가서 좀 더 잘 찍기 위해 애를 써서 20여 장이나 찍어 왔다.

그래도 태극기 부대들의 방해 집회 모습보다 사진의 장 수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들이 붙인 현수막이 수십장이나 되고 길 양쪽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수요 집회를 열고 있는 장소에도 곁에 붙어 있을 정도로 모두 도배를 해두었기 때문에 수요 집회는 태극기 부대들의 현수막 사이에서 개최를 하여야 하는 형편이 되어 있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일제 강점기를 살았을 만한 어른들이 수요 집회의 정신을 안다면 앞장을 서서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데 앞장을 서서 시위를 해주어야 맞는 일인데, 바로 그렇게 앞장을 서야 할 나이 많은 세대들이 수요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어 씁쓸하기만 하였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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