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에 오곡백과 풍성하고

천지산야엔 초목들 오색창연하며

거리엔 각양각색의 화사한 사람들

아름답고 정겨운 세상 만상이다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계절이구나

어찌 시월을 찬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늘아래 그 무엇이

시월의 화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색으로 물들은 산야의 초목들

저마다의 빛깔과 향으로 오라 유혹하며

자신 먼저 봐 달라 손짓 발짓 해대니

어느 곳에 시선을 고정할 수 없구나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기 그지없는 시월

 

한편 땅 위에 떨어져 뒹군 낙엽들

싸한 속삭임들이 귓불을 자극하네

그 소리에 이내 몸 어디선가도

수삭이며 나오는 소리 있나니

마냥 좋아라 즐길 수만 없구나

세월 따라 숙성하는 몸과 맘이라

아쉬울 것 없다고들 말들 하지만

어찌 씁쓸함까지 감출 수 있겠는가

 

아무리 세상이 복잡하고 미묘해도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 않는가

지들끼리 서로 지지고 볶으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인간세상이니

말린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냥 그대로 두고 가다 보면

언젠가 바람대로 개선되지 않겠는가

만사를 세월에 맡기고 이 가을을 즐기리라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사이코패스나 전쟁광인 지도자를 만나면

선하고 순한 양민들만 애꿎게 죽어가더라

역사를 통해 숱하게 그 애한을 경험했어도

여전히 깨단지 못하는 대중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어찌하랴

가는 세월에 맡길 수밖에

세월아 속히 훨훨 씻어가거라

 

맑고 푸른 시월의 하늘

두둥실 흰 구름과 시원한 바람

산야의 현란한 오색절경은

눈에만 담고 보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는가

집을 떠나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나니

대문 활짝 열고 네 팔다리 천지로 뻗어

눈과 귀 열고 들 길 산 길 걸으며

온 몸으로 시월을 만끽하며 찬양하리라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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