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동도명기 홍도 최계옥 추모 예술제

가을 ‘홍도(紅桃)’

돌이 된 홍도
돌이 된 홍도

 

2022년 10월 29일, ‘붉은 복숭아’ 홍도를 만나려고 가을 속으로 들어갔다. 복숭아처럼 붉은 잎들이 햇살 아래 고운 웃음을 물었다.

{제6회 동도 명기 홍도 최계옥 추모예술제(東都 名技 紅桃 崔桂玉 追慕 藝術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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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의 넋을 불렀다
홍도의 넋을 불렀다
경주의 서편 하늘 아래 홍도가 왔다.  홍도는 그윽한 단풍잎 물들이고.
경주의 서편 하늘 아래 홍도가 왔다.  홍도는 그윽한 단풍잎 물들이고.
영특하고 멋진 대선배인 예인을 위해  흥겨운 한 마당
영특하고 멋진 대선배인 예인을 위해  흥겨운 한 마당
우리의 춤사위는 언제 보아도 곱다
우리의 춤사위는 언제 보아도 곱다
경주시 무용협회 이유정 회장님
경주시 무용협회 이유정 회장님

경주시민들 중에서도 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경주 예악의 스승인 ‘홍도’를 기리는 행사(유교식)는 조촐했다.  그날 축관 최병섭(수필가, 전 근화여중교장)님의 독축이 있었다.

---홍도, 계옥님이시여! 임께서는 1778년 경주에서 천민의 딸로 태어나셨으나 일찍이 시(詩), 서(書), 가(歌), 무(舞)의 재능이 뛰어나고 인품과 미모가 출중하여 정조 임금으로부터 ‘홍도’라는 별호를 받으셨습니다. 이후 경주 악부 총사의 소임을 맡아 후배 예술인 육성을 위해 전념하시다가 1822년 45세로 생을 마치셨습니다.

당시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유교봉건계급사회였으나 뜻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임의 무덤 앞에 임의 행적을 돌에 새겨 추앙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혼란했던 20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임의 행적은 세인의 기억에서 멀어졌습니다.

2005년 아파트 건축으로 임의 흔적이 매몰될 위기에서 몇 몇 문화예술인들이 임의로 유골을 수습하여 영호공원에 안치했습니다. 이후 이곳 금장대 남쪽 산기슭에 임의 행적 돌에 새겨 길이 남기고자 했고, 아! 임의 꽃다운 향기가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임이시여!

이 땅에 자라는 크고 작은 초목들이 함께 어우러져 제 각각의 모양과 빛깔로 꽃피우고 열매 맺듯, 천민의 딸로 나시어 한 세상 아름답게 꽃 피우신 임의 향기 200여 년 전해 오듯, 오늘을 사는 우리도 남녀노소 빈부귀천 없이 각자의 타고난 개성과 재능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 가꾸려합니다. (중략)

 

초헌관 경주시의원 이진락  님
초헌관 경주시의원 이진락  님
아헌 최해암 시인
아헌 최해암 시인
김호상 진흥문화재연구원 님
김호상 진흥문화재연구원 님
전 경주시문화원 원장 김윤근 님
전 경주시문화원 원장 김윤근 님

 

너무나 찬란한 신라문화 그늘 아래 경주의 조선시대는 늘 묻히고만다. 
너무나 찬란한 신라문화 그늘 아래 경주의 조선시대는 늘 묻히고만다. 

경주의 ‘홍도’는 유행가 속의 그 ‘홍도’가 아니다.

정조 2년에 태어난 최계옥(1778〜1822/경주최씨)은 10살에 시와 서, 음률을 깨우쳤다. 14세에 이르러 빛나는 외모와 더불어 학문과 재주가 월등히 뛰어나더니 20세에는 경주부윤의 발탁으로 상의원이 되어 후진 양성을 했다.

정조가 내린 별호 ‘홍도’는 글과 노래와 춤으로 장안 뿐 아니라 온 나라에 그 이름이 알려졌다는 기록이 있다.

순조 22년, 45세의 ‘홍도’가 별세하고, 1851년(철종 5년)에 최남곤 등 경주의 풍류객들과 교방 제자들이 정성을 모아 ‘홍도’의 무덤 앞에 “동도명기홍도지묘‘라 쓴 비를 세웠다. 조선시대 수많은 기생들이 있었지만 묘비를 남긴 예는 찾기 힘들다. 이후 200여 년 간 양자(養子)와 후학들이 묘소를 관리해오다가 맥이 끊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 8월 최초로 이 비석이 발견되었다.

흔히 그렇듯, 후손 없이 별세하신 ‘홍도’의 고혼(孤魂)을 경주의 강가에서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오후 4시 ‘홍도’의 업적을 찬양하는 공연이 시작되고, 제를 올린 뒤 탈상을 하고 음복을 할 때 해가 기울었다.

저 강 너머 경주시  어디쯤 홍도는 살았을까?
저 강 너머 경주시  어디쯤 홍도는 살았을까?

 

가을 붉은데, ‘홍도’를 기리는 타는 마음들도 노을빛이었다.

홍도에게 술 한 잔 받는 음복 시간. 곧 노을도 지고 홍도도 떠나려했다. 
홍도에게 술 한 잔 받는 음복 시간. 곧 노을도 지고 홍도도 떠나려했다. 

11월 20일, 오전 10시에 ‘홍도’의 넋을 모신 건천읍 납골당 “영호공원(건천읍 소재)”에서 제례가 있다.

 

(필자는 ‘홍도’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수집과 현장 답사 중, 추모제 관련 기사를 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미진 주주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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