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워터게이트, 벌써 50년 전의 일이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도모한 비밀공작원에 의한 도청 사건이다. 경찰에 체포된 범인들은 끝까지 단순 절도임을 주장하였지만, FBI의 수사와 청문회, 특별검사, 그리고 언론의 심층 취재로 범인은 고장 난 도청기를 교체하기 위해 민주당 사무실에 침입한 전모가 밝혀졌다. 그 과정에서 닉슨은 CIA에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증인 매수 및 입단속을 시키라고 명령하였지만 잘 되지 않았다. 탄핵 직전까지 몰리게 된 닉슨은 자진 사퇴를 하게 되었다.

닉슨이 탄핵 직전까지 몰리게 된 것은 도청한 사실보다는 그것을 숨기려 한 거짓말 때문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닉슨은 당시 미국 국민들에게 ‘사기꾼’의 이미지로 인식되었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말이 장황해졌다.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상기시켜보기 위함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짓말 의혹이 국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가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는 말도, 영국까지 가서  조문하지 못한 이유가 시간이 늦어서였다는 말도, 외교 무대에 가서 ‘이××’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나 ‘날리면’이라고 했다는 말들이 다 그렇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그 외에도 거짓말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많아서 다 열거하는 것이 부질없을 듯하다. 사정이 그러하니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청년들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 가눌 길 없다”라고 한 말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각 종교 집회때마다 찾아가서 사과하는 것도 장난 같게만 보인다.

누구든 거짓말은 신뢰를 하지 못하게 한다. 신뢰받지 못하는 지도자는 어떤 조직도 이끌어갈 수 없다. 지도력은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때 힘을 갖기 때문이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대에서마저도 상급자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영이 서지를 않는다. 그렇게 되면 어떤 싸움에서도 이길 수 없다. 맹자가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하늘이 주는 좋은 때는 지리적(물리적)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적 이로움도 사람의 화합만 못 하다.’라고 한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 지경으로 가는 듯하여 아주 걱정스럽다. 국민 중에 대통령의 말을 못 믿겠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담동 술자리 사건도 대통령은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라고 부정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이 거짓말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 지경 되었으니 닉슨의 거친 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도 『논어』 「안연편」 7장에서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 자공(子貢)의 질문에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충분하게 하면 백성의 믿음이 생길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시 자공이 “부득이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버리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사”라고 답하였다. 다시 자공이 “부득이 남은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먹는 것을 버릴 것이니, 예로부터 누구나 죽음은 있지만 백성에게 신뢰를 못 받으면 나라를 지탱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의 상황이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마는 현 대통령의 말에 대하여 갖는 의구심은 매우 심하여 국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취임 반년도 안 되었는데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조금 서툴러도 신뢰가 있으면 기다려주고, 오히려 지켜주는 것이 우리 국민 아니던가? 그런데 신뢰가 없으면 내일을 알 수가 없다. 지지율을 회복하고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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