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희직 시인의 시집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28, 43, 229, 223, 222, 201...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피를 나눈 아들 형제 아버지이고

또 누군가에겐 따스한 체온으로 각인된

너무도 정겹고 사랑하는 남편이었을 사람들이다

1979년 4월 14일 정선군 함백광업소 화약 폭발 사고

28명이 한순간 목숨 잃은 사고 현장 처참했단다

10월 27일 문경시 은성광업소 갱내 화재 때는

광부 44명이 아비규환 생지옥에서 하나둘 죽어갔다

1973년부터 매년 탄광 사고로 목숨을 잃어

숫자로만 세상에 남겨진 광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연탄불로 밥을 짓고 겨울을 나던 산업화 시대

높은 곳의 불호령 연탄 파동은 겁이 나도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자작시를 낭송하는 성 희직 시인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 자작시를 낭송하는 성 희직 시인

사망 사고는 보상금 몇 푼이면 해결할 수 었었기에

회사는 늘 안전보다 생산이 먼저였다

자고 나면 사고 소식 울음 방송으로 퍼지고

날벼락처럼 또 한 가정의 대들보가 무너졌다

광부의 하늘은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무너져도

광업소 정문 간판 구호가 여전히 허세를 부리고 있다

“우리는 산업역군 보람에 산다!”

                                                         /지은이 성  희직

지난 11월 8일(목요일), 광화문 교보문고 지하 1층 배움 홀에서는 성 희직 시인의 시집 출간기념 북 토크 마당이 있었다. 65년 출생인 그는 1986년 강원도 정선에서 광부 생활을 시작했지만 5년여가 지난 후 첫 번 해고의 아픔을 겪는다. 그런 연고로 그는 강원도에서 도의원에 도전하여 광부로서 부의장까지 지낸 3선 의원이며 시인이 되었다. 그를 밀어준 사람들은 당연히 탄광촌 주민들이다.

3선 의원이듯 이번 세 번째 시집을 낸 성 희직 시인은 <광부의 하늘이 무너졌다>에서 탐욕과 비리의 양광스러운 인생의 막장드라마가 아닌 진짜 막장에서 살아오는 광부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과 사고 현장을 시로써 승화시켰다.

일반 시인이요 작가라는 사람들이 시를 짓고 시의 제목을 찾기에 계절을 따라나서며 바람을 맞이하러 팔도를 유람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름난 명소와 산과 들과 바다를 누비거나 남들이 목숨을 버리거나 바친 현장을 애써 찾으며 싯꺼리를 찾는 것과는 달리 죽음을 시시각각 느끼는 생과 사의 경계가 곧 그와 그의 동료들의 삶이며 시의 제목이며 주제이다.

정선 진폐상담소 소장이기도 한 성 시인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간 1960년대에도 산업재해 희생자가 2천 명이었는데 2022년 작금에도 1년 재해 희생자가 2천 명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반세기가 지났으나 전혀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이 노동계요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열악할 대로 열악한 우리의 산업계와 노동계는 성 희직이라는 자연인을 의원으로 시인으로 키우더니 전국의 1만 2천이나 되는 진폐 환자에게는 진폐 기초연금을 국가로부터 수령할 수 있도록 재해자들의 영웅으로 또한 탄생시켰다.

그간 오지고도 오진 결기를 관철하기에 그는 손가락 두 개를 자르고 30일 넘는 단식 투쟁까지 감행했으니 그가 이 시대의 영웅이 아니고 누구이랴!  그 숭고한 손가락을 만져보기 위해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60이 가까운 나이지만 팔뚝에 철심을 박은 듯 막강한 힘이 느껴졌다.

벌써 4쇄를 찍었다는 그의 북 토크를 보기 위해 작가들과 시인들, 그리고 변호사 노무사님들이 많이 오셨다. 불의와 부조리의 현장이 많아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통장에 유입되는 재화가 부족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열악에 윤활유가 흘러야겠다.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소재가 빈곤해지더라도 떼죽음의 현장과 사건 사고가 일 년 내내 없는 나라가 열려야겠다.

    열악한 삶과 함께하는 노무사님들과  성 희직 시인!
    열악한 삶과 함께하는 노무사님들과  성 희직 시인!

재벌은 배 터져 죽지 말고 곡간의 자물통을 부수고 쌓인 재화나 금괴를 베풀 일이다. 재산 싸움과 재산 은닉하기에 골몰하다 뇌관이 터져 죽지 말고 당신의 세단이 타고 누비는 거리에 폐지 줍는 노인과 노숙자를 줄어들게 하라.

치부한 것은 숭고한 노동자들의 피 값이었으니 당신들의 잉여의 곡간을 여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우리 국민 가계대출 총비용이 재벌이 은닉한 재산과 같은 숫자라니 너무도 과학적 근거다.

재벌, 정치권에만 무제한으로 정치자금 대지 말라! 결국은 더한 불의 더한 부정축재를 위함이니 부정과 불의가 쌓은 탑은 반드시 사상누각이 되어 스스로 폭삭 주저앉고 말 것이다.

척추를 휘어가며 혹은 폐에 먼지를 켜켜이 쌓아가며 휴식을 반납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이윤을 착취하여 당신들이 겨우 영위하는 것은 파티와 피티로 이어지는 무자비한 소비와 혼외 정사를 위해 드나드는 호텔이요, 호화생활과 같은 값싼  방종과 저질의 갑질 아닌가.  

이제는 양심껏 돌려주라! 죽지 않을 수 있는 현장조건이요 날이면 날을 안전한 곳에서 일하다 마치게 하라! 치열하게 일 하다 살아 돌아온 노동자들의 단란한 저녁을 허락하라! 컬컬한 목에 넘어가는 목 넘김이 좋은 막걸리 혹은 호프로 축배를 들고 가족들과 통닭을 뜯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보장하라!!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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