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 식사 및 작은 기부를 1만 원으로(?)

오늘은 모처럼 이발하러 종로3가역으로 향한다. 약 20여 년 전부터 내 머리를 다듬어주시던 분이 계신 곳인데,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이다. 그 시절에 모 은행 구내이발소에서 일하시던 분과 오랜 기간 만나왔는데, 그곳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월급쟁이로 일하신다는 연락을 받고 최근에 자주 애용하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반가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으니 자연스럽게 가위를 들고 머리칼을 자르기 시작한다. 아내, 아들, 며느리와 손주 등 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단정한 머리로 변한 모습을 본다.

감사의 뜻을 표하며 10,000원을 드리니 4,000원을 거슬러 주신다. 주머니에 살짝 집어넣고 이번에는 약 2년 전에 찾았던 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발달장애인 보조교사로 약 1년간 근무했던 곳을 지나치며 그들의 정상적인 활동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탑골공원 옆길로 들어서는데, 긴 줄로 이어진 어르신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한 끼 식사를 위해 무료 급식소를 방문하신 분들로 꽤 추운 날씨인데도 어림잡아 70여 명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찡한 마음을 안고 예전의 그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마다 한 명, 두 명씩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합석을 위해 공손하게 예를 표하고 주문하며 가격표를 보니 3,000원이라고 쓰여 있는데, 선불이란다. 거스름돈 중 3,000원을 내고 주위를 둘러보며 이곳에 계신 분들은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 그래도 행복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찌그러진 냄비에 든 콩나물해장국을 김치, 깍두기 반찬 두 가지와 함께 모두 비우고 조용히 나와 다음 일정에 맞추려고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역 바로 앞에 허름한 옷차림의 장애인 한 분이 조그만 상자를 놓고 표정 없는 얼굴로 쳐다보신다. 그 순간 어느새 왼손은 남은 거스름돈 1,000원짜리 지폐를 만지작거리다 조용히 통 안에 놓아드린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저분이 따뜻한 곳에서 따스한 음식을 드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갖고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본다. 더불어 사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나는 매일 적은 금액의 돈이라도 정녕 낭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작은 여유라도 생길 때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가? 물질뿐만 아니라 내가 지니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활용함으로써 내 가족과 사회에 더 기여할 일은 없을까? 

바이블에 나오는 글귀 중 항상 마음에 새기는 글이 생각난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모쪼록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각박하고 어려운 일상이지만 뜻과 지혜를 모으며 선한 역량을 발휘하는 사랑의 공동체 의식이 확장된다면 조금씩이나마 이 사회가 아름답게 성장하리라 확신한다. 오늘도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체험을 할 수 있었음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상직 주주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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