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대만이야기 주지육림'을 쓰면서 술 취한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왕자를 쓴 만평을 사용했습니다. 주지육림에 빠진 걸왕과 주왕이 경국지색 말희와 달기에 빠져 각기 하나라와 상(은)나라를 멸망하게 하지요. 당시 대한민국이 망할 때가 안 되겠기에 주색에 빠진 폭군이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진 : 한겨레 TV
사진 : 한겨레 TV

대통령이 바뀐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인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박하기 짝이 없네요. 박근혜 이후로 더 최악의 대통령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만, 지지율만은 이미 역대 최하위에 있습니다.

후보 경선 때부터 무능, 무식, 무당의 3무 소리를 듣더니, 대통령이 되어서는 무능력 민생, 무검증 인사, 무차별 수사로 3무가 바뀌더군요. 취임 석 달이 지나면서는 무대책, 무능, 무책임의 3무로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무능과 무식의 세평은 여전하고, 무당은 전면에서 사라졌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누군가를 통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보입니다.

요사이는 그에 더해 무념무상(無念無想)의 도인의 경지에 있는 듯합니다. 조문에 늦게 도착하여 아예 빼먹거나, 다자간 국제회의 만찬장에 늦게 도착하여 공연 중에 어슬렁어슬렁 들어가고 도대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무능과 무식은 아마도 무덤까지 가지고 갈 상수로 보이고, 무대책과 무책임, 무대뽀를 더해 이젠 5無 정도로 승격시켜야겠습니다.

2016년 제가 대만이야기에서 관중의 3無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대만이야기 2] 無貪, 無忿, 無急’이 바로 관중의 3무입니다. 관포지교라는 성어에 나오는 관중이 제나라 환공에게 중국을 제패하려면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소개한 말입니다.

제나라 환공은 실제로 관중을 제상으로 삼고 그의 말을 따랐던지라 춘추 전국시대 최초의 패자가 되었습니다. 장차 천하를 얻으려면, 1, 욕심을 버리고(無貪). 2, 화를 내지 말고(無忿), 3, 서두르지 말라(無急)! 고 가르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00년 전 관중이 말한 것과는 정확히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첫째, 有貪(유탐, 탐심) : 대통령이 되자마자 끝없는 탐욕을 드러냈습니다. 나라의 중요한 자리는 끼리끼리 다 차지하고, 모든 이권을 손아귀에 틀어쥐었습니다. 윤석열과 연이 없는 사람이 어찌 윤석열을 위해 몸 바쳐 일하겠습니까?

두 번째, 有忿(유분, 성냄) 자기를 화나게 한 사람은 이편저편 없이 아낌없이 손을 봅니다. 결국 자기편까지 돌아서게 할 것입니다.

세 번째, 有急(유급, 서두름) 조급합니다. 말은 많은데 성격이 급하다 보니 앞뒤 없이 튀어나오고, 책임도 못 집니다. 아예 책임감이 없지요. 술 먹다가 생각 없이 내뱉는 무수한 이야기처럼 본인 스스로 자랑스럽고, 권력 앞에 모든 사람이 칭송만 하니 아무 말이나 무상의 권위가 있는 왕의 칙령이라고 여기는 것이지요. MBC와 기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태생이 자기 말고는 모두가 개돼지 XX로 보이는지 XX를 달고 산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마음에 안 들고, 싸워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지요. 그런 싸움을 통해 스스로 무능 무식과 유약함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준석과 한참 드잡이 질이더니, 윤석열차로 고등학생과 얼굴을 붉히다가, 최근엔 민주당 젊은 의원과 싸우고 있습니다.

가만 보면 그래도 괜찮은 구석은 있어요. 딴엔 젊은 애들 버릇 고친다고 여기나 봅니다. 나이 더 먹은 윗사람에겐 막가는 행동을 안 하는 것으로 보이니까요. 비록 XX 대접 받는 별 볼 일 없는 국민 중 한명지만, 손가락 몇 개는 꼽아야 할 정도로 더 나잇살 먹은 김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3無'만 있는 것이 아니라 '3有'도 있음을 알립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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