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아이를 두고 죽은 엄마가 그리워 찾아간 무덤

9살 어린 아들과 둘이 살던 엄마는 어린 아들을 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엄마가 죽어도 아내와 어린 아들을 버리고 떠난 아빠는 소식이 없고 엄마마저 잃은 아이는 천애 고아가 되었다. 죽은 엄마는 이웃집이 자신이 소유한 산에 묻어주었다.

아이는 천 리도 더 되는 멀리서 사는 이모가 와서 데려갔다. 이모네는 아이 넷인데 여기에 얹혀살았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지만 이모도 아이가 넷인데 조카까지 거두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편 눈치는 또 얼마나 보였을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겪던 세파, 항상 눈치가 보였지만 나이가 드니 더해 이모네서 더는 지내기 힘들어 10대 후반에 이모네 집을 나왔다.

그래도 청년이 되니 어린 시절 추억과 상처로 얼룩진 마을과 돌보아주던 이웃과 엄마의 무덤이 궁금했다. 어린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마을, 그곳엔 그때의 어른들이 생존해 계셨고 기억을 되살려주셨다. 엄마의 무덤을 만들어 준 이웃은 벌초도 해주며 무덤을 돌봐 줬다. 그 후로 해마다 추석에 성묘 하러 갔다. 9살 아이가 결혼해 딸 아들 낳아 장성하고 결혼해 손자 손녀가 있고 60년 지난 지금 엄마 무덤은 봉분도 희미해졌다.

 

산꼭대기

가시덤불 헤치고 길 만들어 올라가는 무덤

지나가는 이들은 아무 느낌도 없을 곳

아들과 무덤 만들어준 이만 아는 자리

9살이던 아이도 70이 다 되어가니 힘에 부쳐 보이는 아저씨 ‘이젠 풀 무성해도 누가 무덤으로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성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던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덧글: 사진은 본문과 무관합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신성자 주주  sls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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