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漢書)에 전거복후거계(前車覆後車戒)라는 말이 있다. ‘앞수레가 넘어지면 뒷수레의 경계(警戒)가 된다.’는 뜻으로, 선배의 실패를 후배는 경계로 삼아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의 역사를 살피지 못하면 전철(前轍)을 밟게 된다. 그래도 어리석게 꼭 그 길을 그대로 가는 정치인들이 있다. 권력에 도취되면 그렇게 되는 모양이다.

이승만이 걸었던 길부터 보자.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김구, 여운형 등이 불의한 총탄에 쓰러졌다. 조봉암에게는 판사가 사형을 선고해주었다. 그리고 신익희는 뇌일혈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러한 정적들의 죽음에 이승만이 얼마나 개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승만은 매우 만족스러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승만은 불행했다. 결국은 국민들이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끝내는 외국으로 쫓겨나야 했다.

박정희는 어찌하였던가? 박정희는 집권을 하자 많이 불안하였는지 자신처럼 만주에서 일본군으로 활동하던 인맥을 비롯한 친일파를 대거 중용하였다. 반면 함석헌, 장준하 이런 사람들은 적대시하였다. 함석헌에게는 그가 내던 『씨ᄋᆞᆯ의 소리』를 폐간시키고 감방에 잡어넣기도 하였다. 장준하는 의문사하였다. 박정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적 대립각에 섰던 김영삼과 김대중에게도 못할 짓을 하였다. 김영삼은 테러도 당하고, 국회에서 제명도 당했다. 김대중에게는 더했다. 빨갱이로 몰아서 정치적 생명을 끝내려고 온갖 공작을 시도한 것은 물론이고,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해 공작과 납치를 하여 수장시키려는 어마무시한 살해 공작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는 본인이 먼저 부하의 총탄에 쓰러지는 불행을 맞이하였다.

전두환은 어찌하였던가? 김대중을 제거하려는 음모는 박정희에 이어서 계속되었다. 자신이 주도하여 광주를 피바다로 만들어놓고 그 책임을 김대중 등 민주인사들에게 덮어씌워 내란죄로 사형선고를 받게 했다. 그러나 전두환 자신이 결국은 감옥에 갇히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이명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검찰을 시켜 전임 대통령 지우기에 부지런하였다. 그때 나온 말이 논두렁 시계다.  그는 거짓말 또한 상습적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도 검찰과 합작하여 거짓말로 국민을 속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 또한 감옥에 갇히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끝이 안 좋았다.

끝이 안 좋았던 그런 대통령이 또 한 명 있다. 박근혜이다. 끝이 안 좋았던 그들 모두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을 우습게 보았다. 그들은 정적 때문에 불행한 결말을 맞은 것이 아니라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모두가 자신이 선택한 길이다. 그들은 국민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사랑했고, 정치보다는 권력놀이를 하고 싶어했다.

이렇게 여러 차례 검증된 전철을 그래로 밟는 정치인이 또 있다면 그가 맞을 결과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불행해지지 않는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이미 검증된 전철은 밟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또 전철을 밟는 정치인이 나올 것 같다고들 한다.

대화의 상대를 적으로 만들어, 그 적을 제거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면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차별을 조장하고, 편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다면 그 또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딱하다. 눈에 보이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다.

무릇 정치는 국민들 간에 갈등이 있으면 화해시키고, 차별이 있으면 걷어서 나눠주고, 편을 가르면 서로 존중하게 하고,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 못하겠으면 최소한 염치라도 있어야 한다. 맹자는 ‘사람이라면 염치가 없을 수 없다(人不可以無恥)’라고 했는데 염치마저 없다면, 그들이 불행하게 된들 누가 그들을 가엾이 여기겠는가?

그래서 심히 걱정스럽다. 국민 말이다. 그 정치인이야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걱정해줄 필요가 없다. 문제는 국민이다. 국민의 삶이 힘들어지니 걱정스러운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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