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이틀 만에 해결 가능성이 보인 이유

그림에 있는 수건은 걸려 있는 모양이 좌우가 다르다.
통상 대중탕이나 숙박업소에서 사용하는 수건은 한 사람이 사용하면 바로 빨래 바구니로 들어가지만, 집에서는 특별히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면 다시 수건걸이에 걸게 된다. 수건이 언제부터 접힌 상태로 걸쳐지기 시작했는지 나도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특정인이 쓰면 항상 접혀서 걸쳐 있었던 거다. 이 특정인을 `레카`라고 하자.

이 접힌 수건이 내 눈에 띄면 펼쳐 놓거나 세탁기로 들어가다 어느 날 문득 레카의 습관인 걸 알게 되고 몇 번의 잔소리를 했다. 또 나를 비롯해 안 그러는 이들이 펼쳐 놓으라고 협공도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습관 안 고치는 이유가 고의가 아닌데 문제 제기 방법도 문제가 있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해결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안 그러는 이들의 문제는 수건을 펼쳐 놓고(문제를 해결해 놓고) 문제를 일으킨 레카에게 고치라고 한 거다. 위험이 따르는 문제는 분위기가 험악해져도 뇌리에 박히도록 형식을 만들어 지적을 할 수도 있지만 이건 또 그 정도의 문제는 아니잖아.

수건 문제를 지적할 때 굳이 형식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를 일으킨 레카는 눈을 끔벅끔벅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고 반복되었을 때 빨리 발견이 안 된 건 사진을 찍어서 일터에 있는 레카에게 카톡으로 보내는 방법도 사용했다. 그러나 수건을 쓰고 나면 몸은 루틴대로 움직이고 화장실 갈 때 맘과 올 때 맘 다르다는데 레카는 수건을 걸쳐 놓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올 텐데 뭐가 문제겠나. 그리고 다시 수건을 사용할 때는 반듯하게 걸려 있었을 테고 수건이 없으면 바로 새 수건을 꺼내 쓰고 또 대충 걸쳐 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올 텐데 문제 될 게 뭐야, 안보이니 뭘 고쳐야 하는지 모르는 거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보이게 만들어야지.

그러나 이 하찮은 것도 때를 잘 맞추는 카이로스의 지혜가 필요한 것. 왜냐면 여름에는 젖은 수건은 세균이 번식하거나 곰팡이가 슬어서 시간으로 버티기가 어렵기 때문이거든. 이 젖어 축축한 수건을 버티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겨울철이 제격이지 않겠나.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면 수건의 모양을 수정하지 않는다.

1. 수건이 접혀있어도 바로 잡지 않는다.
2. 가족들은 다른 수건을 사용해도 모양이 달라지지 않게 살짝 사용한다.
3. 2처럼 다른 가족들이 사용하고도 의도적으로 고쳐 놓지 않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는 중에 우연히도 레카네 일터에 비상이 걸려 하루 밤샘까지 하고 아침에 들어왔네. 레카가 아침에 귀가한 후 바로 반듯해진 수건을 볼 수 있었다. 몇 년에 걸쳐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단 이틀 만에 해결되었다. 문제는 본인이 보고 문제로 느끼게 될 때 스스로 해결할 의지가 생기는 것. 이렇게 수월한 방법이 있는데 몇 년을 잔소리로만 해결하려 드니 안되었던 것.

누군들 자타에 완벽한 일상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뭔가 부족하고 나사 한두 개씩은 빠지거나 헐거워 지내는 것이 일상이지. 이런 일상일진대 감정까지 실어서 눈 부릅뜨고 대거리했다면 서로 관계만 망가지고 더 늙어 힘쓰지 못하고 몸 추스르지 못하게 되면 같은 방식으로 구박받으면서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져 살지도 모르겠단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상상도 들었다. 그러나 당장 수건이 완벽히 반듯해질 거란 기대는 안 한다. 적어도 몇 번은 반복이 되더라도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이 희망!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신성자 주주  slsocho@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