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잊지 말아달라”

우리 아이들 잊지 말아달라”

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영정과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영정과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50 평생 살면서 이태원이라는 데를 처음 와 봤습니다. 숨이 안 쉬어졌는데도 찾아야 했습니다. 우리들이 아이들 찾아 헤맬 때 용산구청, 경찰서, 행안부, 대통령실, 저 아이들 158명 얼굴 눈동자 똑바로 보십시오….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한파였지만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손수 들고 온 영정을 올린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절규했다. 14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나비넥타이를 매거나 브이(V)자를 한 채 활짝 웃는 청년들, 교복 입은 학생의 앳된 모습이 분향소에 걸렸다. 이날 분향소에는 76명 희생자의 영정이 올려졌고, 공개를 원치 않는 다른 희생자들은 국화가 그려진 액자를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20명 가량의 유족들은 분향소 설치가 끝난 오후 5시 넘어 참배와 헌화를 시작했다. 이들은 사랑하는 딸, 아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영정을 향해 절을 하거나, 단상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10월29일 이후 50일 가까이 지나서야 우리 아이들이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처음부터 정부가 유가족과 국민이 슬픔을 나눌 수 있게 해 주었다면…국민 여러분이 우리 아이들 얼굴, 이름 하나하나 부르며 추모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영정과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14일 저녁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영정과 헌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영정을 하나하나 바라보는 이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박창규(63)씨는 “참사 뒤 자주 이 곳에 와 봤는데, 이제서야 분향소가 생긴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희생자 얼굴을 찬찬히 보다가 마음이 슬퍼 다 보질 못했다”고 했다.

현장에선 2차 가해도 발생했다. 분향소 바로 앞에서 극우단체 신자유연대 회원들이 유튜브 생중계를 하며 유족 등을 향해 “자기들 잘못으로 죽었다” “정말 이해 못하겠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막말하며 소리쳤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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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이 : 김미경 편집장 

한겨레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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