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찢으며

                                            이  기 운

 

화사하게 꽃피는 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눈보라 치는 언덕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얼어붙은 호수 바닥에
고요하게 숨 쉬고 있는 파란 물고기
얼음을 깨고 손바닥에 올려
파닥거리게 하다가


거울을 보고
다시 거울 앞에서 천만번
서성이면
젊은 그대 만날 수 있을까


세월이 지나도 이해할 수 없고
해석할 수 없는 시간들이
녹슨 구리종 뒤에서 소곤거린다
산다는 것은 떠나보내는 거야
홀로 가는 먼 길이야


그래도 나는 고개 흔들며
눈발 휘몰아치는 외진 길이라도
나가 보련다
저녁 무렵 누군가 만나면
어서 오세요
내 작은 오두막에 들어오세요
말해 보련다 시린 손 흔들며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이기운 주주  elimhi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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